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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연재] 경향신문 '베이스볼 라운지'

[베이스볼 라운지]‘느그가 프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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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6년 9월25일, 지금은 2군 구장으로 바뀐 마산 구장에서였다. 내야 응원석 테이블 앞에 노란색 종이에 한 자 한 자 새긴 글씨가 걸렸다. ‘느그가 프로가?’ 7장에 적힌 글씨가 주는 울림이 적지 않았다. 그해 롯데는 ‘낙동강 더비’라 불리던 NC와의 상대전적에서 1승15패로 밀렸다. ‘느그가 프로가?’는 1승12패 때 걸렸다. 속절없이 3패를 더 한 뒤 시즌을 마감했다.

KBO리그는 프로야구다. 프로는 ‘직업’이라는 뜻을 갖는다. 프로선수는 ‘직업’선수다. 남들과 다른, 탁월한 재능과 기술을 효과적으로 선보임으로써 돈을 번다. 선수의 프로의식은 ‘보여지는 것’을 기본 바탕으로 한다.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팬들을 위해 노력하고 애를 쓴다. 플레이의 결과뿐만 아니라 노력의 태도와 자세 역시 상품이 된다.

KIA 김기태 감독은 지난 16일 사퇴를 결심했다. 시즌 초반의 구상은 부상 등이 겹치면서 어긋났다. 새로운 길을 찾았고, 이를 위해 새 얼굴들을 막 기용해 기회를 주던 때였다. 그 결과가 채 나오기 전에 사퇴 결심이 먼저였다. 쌓이는 패전이 주변을 시끄럽게 만들었고, 흔들리는 팀 분위기는 이제 막 기회를 얻은 젊은 선수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김 감독은 스스로 짐을 짊어졌다.

김 감독이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가 화제가 됐다. 김 감독은 사퇴 직전, 내야수 박찬호에게 말했다. 100타수씩 잘라서 관리해라, 타수 하나의 중요성도 알아야 한다, 실책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리고 바로 이것. “프로선수는 야구장에 훈련하러 나오지 않는다. 돈 벌러 나오는 거다.”

조 매든이 탬파베이 감독이었을 때 선수를 5단계로 나눴다. 맨 아래 1단계는 ‘메이저리그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냥 좋은 선수’, 4단계는 ‘나는 야구로 가능한 많은 돈을 벌겠다’였다. 5단계는 ‘나는 승리하고 싶다’의 단계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목표만으로도 프로 선수는 성장한다. 김기태 감독의 마지막 메시지를 들은 박찬호는 이후 10경기 타율 0.378, 도루 6개를 기록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남과 다른 장기를 개발해야 한다. 경쟁과 노력은 프로 세계의 ‘정석’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 데이터를 부쩍 강화했다. 투수들은 등판 뒤 투구 회전수와 릴리스 포인트를 체크한다. 안타 허용 여부보다 안정된 회전수와 릴리스 포인트가 더 중요하다. 외야수들은 상대 타자들의 타구 방향을 분석한 자료를 전달받았다. 경기 중 그때그때 확인해가면서 수비 위치를 잡았다. 삼성 외야진의 시프트는 눈을 비비고 다시 한 번 쳐다볼 정도로 과감했다. 그렇게 잡아낸 타구가 여럿이었다. 지난해 65.8%로 리그 8위였던 삼성의 수비효율은 올 시즌 68.6%로 4위까지 올라섰다.

KBO가 지난 24일 삼성 구단에 외야 수비 페이퍼 사용을 금지시켰다. 몇몇 구단이 외야 수비 페이퍼 사용에 항의했고, 그래서 다음 단장회의 때까지 금지시켰다는 게 KBO의 해명이다. 전자기기 사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다. 심지어 LA 다저스는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팀이다.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단장회의 때까지 허용한 뒤 회의 결과에 따라 이후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게 맞다. 우리가 안 쓰니 남들도 안된다는 억지, 몇몇이 항의하니 일단 금지시키고 보는 무사안일주의 등은 리그를 엉망으로 만든다. 도대체 돈 벌 생각이 있는 건가. 느그가 프로가?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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