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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독일 '분데스리가'

[단독인터뷰] 구자철① 구자철은 독일에서 한국축구의 미래를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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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팀 은퇴했지만 한국 축구를 위해…구자철 단독 인터뷰
| 독일 분데스리가 10년, 구자철이 한국 축구에 가져오려는 것

[스포티비뉴스=용산, 한준 기자] “템포가 많이 다르죠. 완전히 다르죠.”

벌써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열 시즌을 치른 구자철(30)에게, K리그와 유럽 리그의 차이를 묻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다. 구자철은 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그는 독일과 한국이 얼마나 다른지를 알려주는 수준을 지나, 어떻게 하면 우리도 독일처럼 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탐구하고 실현하고자 한다.

2019년은 구자철의 축구인생에 큰 전환점이다. 구자철은 지난 1월 2019년 AFC(아시아축구연맹) UAE 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했다. 2018-19 시즌을 마치고는 여섯 시즌을 함께한 FC아우크스부르크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인생 2막을 여는 시점에 스포티비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구자철은 태극 마크를 스스로 반납하고 생긴 시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이야기했다.

“시즌 끝나고 일주일 동안 가족과 독일, 유럽에서 여행하고 시간을 가졌고요. 들어와서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한 토크콘서트에서 강연을 했고, 중학생 대상으로 또 한번 토크 콘서트나 축구캠프를 해서 축구로 사람들과 유익하게 같이 보낼 예정이에요.”

구자철이 독일에서 보낸 10년의 세월, 그리고 앞으로 계획한 일들은 듣고나면, 그에게서 '한국 대표'라는 타이틀을 회수하기 어려울 것 같다. 구자철은 여전히 한국 축구를 이끌어가는 인물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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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철이 10년간 쌓은 독일 네트워크, "분데스리가 18개 구단 단장을 모두 아는 선수"

2018-19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운 구자철은 그라운드 안에서 만큼이나 밖에서도 부지런히 다녔다. 구자철의 독일 생활을 함께 해온 에이전트사 월스포츠의 장민석 이사는 “(구)자철이는 경기가 끝나면 늘 상대 팀의 라커룸에 인사를 갑니다. 가서 상대 팀 선수들은 물론이고 감독, 코치, 심지어 상대팀 단장과도 인사를 하고 대화를 하고 와요”라고 했다.

구자철은 한국 축구계에서도 독특한 캐릭터지만, 분데스리가에서도 별종이다. 장 이사는 분데스리가 18개 구단의 단장을 모두 알고 지내는 선수는 구자철 뿐일 것이라고 했다. 구자철의 이 부지런한 발걸음은 모두 한국 축구를 위한 자산이 되고 있다. 구자철은 독일에서 생활하며 알게 된 '좋은 것'들을 한국에 가져오기 위해 경기장 밖에서도 뛰고 있다.

구자철은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2월 바이에른 뮌헨과 MOU(업무협약)를 체결하는데 가교 구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자철이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고 했다. 실제로 구자철이 대표팀에서 함께 생활하며 막역하게 지낸 홍 전무에게 직통으로 연락해 바이에른과 연결시켰다. 그런데 이 MOU의 배경을 알고 보니, 바이에른이 원래 아시아 축구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을 보인 것이 아니었다. 시작 단계부터 구자철의 제안이 기점이었다.

“제가 먼저 아시아 시장에 대해 이야기를 했죠. 그냥 심심할 때마다 뮌헨에 놀러 갔어요. 뭐하냐. 한국에 이런 게 있는데, 이런 것 하고 싶은데. 계속 두드리다 보니까 연결이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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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이 워낙 부지런히 독일 축구계 인사들을 만나며 네트워크를 형성해오기도 했지만, 절묘하게 인연이 이어지기도 했다. 구자철을 볼프스부르크에 영입했던 요헨 사우어(Jochen Sauer) 당시 풋볼 디렉터가 2012년 RB잘츠부르크의 CEO로 자리를 옮긴 뒤, 2017년 여름에 유소년 총괄 디렉터가 됐다. 이 인연이 한국 축구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다.

사우어가 사장으로 일할 때 잘츠부르크가 황희찬을 영입했고, 바이에른 유소년 디렉터로 자리한 뒤 정우영을 영입했다. 두 선수가 능력을 인정받았기에 가능했던 계약이지만, 중간에서 구자철이 보이지 않은 기여를 했다. 구자철은 대한축구협회와 바이에른의 MOU 체결 과정에 여러차례 개인적으로 바이에른을 찾아아 사우어와 대화했다. 직접 한국 축구와 협업을 요청했고, 실제로 바이에른이 움직여 협약이 체결됐다.

이 인연으로 바이에른은 5월 29일 중국 상하이 지사에서 열리는 아카데미 행사에 구자철을 초청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전 구단의 단장과 알고 지내는 구자철은 독일 축구와 한국 축구를 잇는 ‘허브’이자 ‘코어’다. 독일 구단이 한국 선수를 영입하고자 할 때, 구단 단장과 고위 인사가 직접 구자철에게 연락해 자문을 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구자철의 영향으로 많은 한국 선수들이 분데스리가에 입성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구자철이 하고자 하는 일이 분데스리가에 한국 선수들을 더 많이 진출시키는 것은 아니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구자철은 분데스리가에서 뛰면서 ‘체력’의 차이를 절감했다. 독일에서 10년을 보내며, 이 체력 차이가 선수 육성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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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도 공부해야 한다…독일에서 최신 축구 훈련 기법과 전략을 배운 구자철

- 독일에서 프로선수로 생활하면서 한국과 가장 많이 다르다고 느낀 것은 무엇인가요?

“템포가 많이 다르죠. 완전히 다르죠. 뛰는 양도 훨씬 더 많게 느껴지고, 프레셔도 많고, 스프린트 횟수에서 많이 차이가 나죠. 더 빠르게, 더 빨리 뛰어야 하고요, 더 빠르게 공격 나가야 하고 더 빠르게 수비를 도와줘야 하고, 더 빠르게 압박해야 하고, 그게 엄청난 체력 소모를 일으키죠.”

- 많이 뛰는 축구, 체력 훈련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한국 축구인데, 어떤 점에서 그 차이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나요?

“유럽 선수들과 비교할 때 한국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부족해요. 근데 그것은 우리가 유소년 시절이나 청소년 시절 어떤 훈련 시스템을 갖고 어떤 훈련을 했는지가 차이를 더 크게 만드는 것 같아요. 아직도. 전 그게 굉장히 크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특유의 진지함을 갖고 만화같은 삶을 사는 구자철은, 어린 시절 자신의 헌신이 자신의 몸을 망가뜨린 잘못된 훈련이었다는 것을 자각했다. 유소년 단계에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해야 성인이 되었을 때 좋은 체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독일 생활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구자철은 독일 축구계에서 알게 된 코치와 선수들을 통해 최신 훈련 기법, 연령별 훈련법, 전술 전략의 트렌드 변화를 기민하게 공부하고 있다.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이적 후 막역해진 선수들과 독일어로 소통하며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해진 구자철은 독일어로 된 교재와 자료를 구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고 있다.

구자철은 마인츠 시절부터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활동한 최근까지 소속 구단의 연령별 팀 훈련도 직접 찾아가서 공부했다. 심지어 지인을 통해 바이에른의 유소년 훈련도 참관하는 기회를 얻었다. 구자철은 연령별로 선수들의 훈련에 중요한 요소를 독일 지도자들에게 직접 묻고 배웠다. 이 과정에서 유럽 선수들의 피지컬이 후천적 훈련으로 구축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구자철도 처음 유럽 진출 당시보다 지금 피지컬이 훨씬 좋아졌다. 구자철이 말하는 올바른 자세와 무게는, 독일 축구의 피지컬 훈련을 보고 느낀 것이다. 독일에서는 유소년 시기에도 피트니스 트레이닝을 실시하는 데, 철저히 선수가 성인이 되어 최고의 몸 상태를 구축하도록 조정된다.

"어려서 무리한 무게를 들거나 자세가 나쁜 채로 운동하면 근육이 짧아지고 오히려 부상이 잦아진다"는 것도 이 과정에서 배웠다. 구자철은 현재 잘츠부르크 경영대학원의 스포츠경영학 코스도 적지 않은 사비를 들여 공부 중이다.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특별히 교수를 파견해 진행하는 코스로, 구자철은 석사 과정에 있다. 구자철은 자신의 몸 관리를 위해 직접 만든 스트레칭으로 훈련 전에 몸을 푼다. 독일 축구계에서도 보기 힘든 유형의 공부하는 선수다. 선수 훈련법부터 전술 전략에 구단 운영과 경영에 이르기까지, 구자철은 독일에서 축구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

독일의 선진 유소년 시스템을 한국에 이식하고 싶었던 구자철의 의지는 바이에른과 대한축구협회의 MOU로 이어졌다.

“만약 뼈가 부러진다고 하면, 어떻게 고정하는지에 따라 그대로 뼈가 붙어요. 성장기의 훈련도 똑같아요. 어떻게 자세를 정확하게 배우느냐에 따라서, 다 성장했을 때의 파워를 10배는 더 강하게 만들어요. 그런 체계적인 훈련을 하지 않은 채, 꼭 해야 할 때, 성장 호르몬이 몸에 많을 때, 그냥 성장을 하면, 성인 레벨에 들어갔을 때 피지컬적으로 엄청나게 약해질 수밖에 없는 거죠.”

“꼭 무거운 무게를 들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정확한 자세로 자신의 몸을 이용하고, 훈련을 통해 잡아주면, 성인 무대에 갔을 때 세계와 격차, 성인 레벨의 격차에 크게 뒤지지 않고 템포를 따라갈 수 있어요. 한 시즌을 체력적으로 똑같이 성인들과 같이 유지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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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자의 유럽 연수가 아니라, 유럽 지도자의 한국 초빙이 필요하다

구자철은 이제 몸을 혹사시키는 훈련의 시대가 완전히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몸에 무리가 가는 훈련을 많이 하면 할수록, 운동을 많이 하면 몸에 무리가 가고, 무거운 걸 들어서 몸에 무리가 가면, 더 파워가 세지고, 더 큰 효과를 내고, 그래야 운동 효과를 본다는 환경에서 저는 자라왔어요. 효과적인 운동을, 길게 보고 해야 해요.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차근차근 그 나이 때 해야 하는 훈련을 몸에 무리가지 않게 준비해야 하는데. 저는 산 뛰고, 업고, 언덕 오르고, 그런 것들을 많이 했단 말이에요. 그러면 오히려 피로가 더 쌓이고 회복이 안되고, 성장하는 데 파워가 가중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약해져요. 성인이 됐을 때. 더 좋은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장을 더 많이 뛰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한국 축구에요. 체계적인 더 좋은 시스템으로 교육을 해야 해요.”

구자철은 독일에서 뛰면서 많은 지도자들이 연수로 분데스리가를 방문하는 것을 봤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한국으로 독일의 시스템과 지도자들이 날아가 더 많이, 더 널리 보급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바이에른과 MOU를 직접 기획한 것도, 아직 현역 생활이 진행 중이지만 각종 축구 교육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추진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대표팀에서 은퇴하며 생긴 여유 시간을, 구자철은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쓰겠다는 생각이다.

“지도자들이 독일에 많이 오세요. 협회에서도 보내고. 비행기값, 체류비가 꽤 들어요. 그리고 실질적으로 경기 보는 게 다에요. 경기는 보지만, 지도를 못하잖아요. 그러면 더 좋은 시스템을 찾아야 해요. 바이에른과 이번에 MOU를 체결한 것처럼, 중고교 선수들의 피지컬이 문제라면, 그 시스템을 배워야 해요. 그러면 독일에 (지도자를) 보낼 돈으로 독일 지도자들을 한국에 데려오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비용 측면에서도 그렇고, 더 많은 사람들이 배울 수 있잖아요. 독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은 많아 봤자 20명이에요. 한계가 있단 말이에요. 만약 바이에른에 있는 코치, 독일에 있는 코치 10명을 데려온다면 100명이 교육을 받을 수 있어요. 더 자세한 것을 받을 수 있고요.”

◆ "K리그가 살아야 한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바꿀 것이다."

구자철이 독일에서 배웠고, 배우고자 한 것은 경기장 안에서 살아남는 법, 선수를 키우는 법은 물론 구단을 운영하고 지역 사회와 공존하는 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지도자로도, 행정가로도 포부가 큰 구자철은 “K리그가 살아야 하는 건 확실해요. 그게 한국 축구를 바꿀 거에요. 그게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바꿀 거에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K리그가 경쟁력이 생겨야 해요. 축구 팬과 함께. 저는 삶을 중요시하는데, 한 사람의 삶에 축구가 들어오게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중요한 거에요. 그리고 사람이 축구를 통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환경이 주어진다는 것도 한국 축구에 굉장히 중요해요. 시장이 커져야 합니다.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비즈니스로 해야 하는 게 있거든요. 판을 키우면 키울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지금 K리그는, 구단과 도시가 살아 숨쉬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 대구FC 신드롬에 관심을 보인 구자철은 K리그가 지역 팬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선, 먼저 경기장이 자리한 지역을 중심으로 충성도 높은 팬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말했다.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했고, 제주로 장가를 간 구자철은 제주의 예를 들어 이야기했다.

“제주는 특별한 곳이에요. 섬이고. 수원시에 수원FC와 수원삼성이 있듯이, 저는 제주시에 프로팀이 하나 더 있어도 좋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제주FC가 생겼다. 운영하는데 문제가 없게끔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주 유나이티드가 서귀포에 있잖아요. 서귀포시에 있는 인구만으로도 최소 매 경기 만 명을 찍도록 운영해야 해요. 제주시에 마케팅할 시간에 서귀포시에 올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실질적으로 그런 환경(주/ 아우크스부르크는 인구 약 26만 여명이 사는 소도시 팀이다. 제주시에 약 48만명, 서귀포시에는 약 18만명이 산다) 속에서 저는 축구를 하고 있으니까요. 운동장에 가까운 곳에서부터 마케팅이 시작돼야 한다는 걸 눈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에요.”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 가장 가까운 아파트 단지부터, 그 사람들부터 제주 유나이티드를 사랑해야 해요. 제가 느끼기엔 제주시나, 다른 전체적으로 보면 지역과 살아 숨쉬려면 경기장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경기가 언제 열리고, 축구 이야기가 나와야 해요. 경기장 팬숍이 항상 열려 있고, 원정 티켓, 홈 티켓을 사고 팀을 위해 유니폼과 물품을 사고 수익을 내주고 그 팀을 응원하고. 지역 사회와 같이 살아 숨쉬어야 하거든요. 저는 서귀포시에 있는 사람만으로도 제주 유나이티드가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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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데스리가 경기는 지역 비즈니스의 구심점…한국식 모델 만들어야

구자철은 이미 축구 역사가 유구한 유럽, 독일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쉽게 이뤄질 수밖에 없지 않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K리그 구단도 이미 유럽과 이웃 일본 J리그를 수 차례 방문하고 답사하며 사회 공헌 프로그램, 지역 사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구자철은 벤치마킹보다 K리그와 한국 사회 환경에 맞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일본에서 하는 것을 배우고 가져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구단 자체에서 설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자체적으로도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 그게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좋은 걸 가져와도 창시자가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오히려 독이 돼요. 이 사람은 왜 이런 켐페인을 했을까, 이런 사업을 했을까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그걸 따라 하면 결국 이미테이션밖에 안 되는 거에요. 왜 이걸 한 것인지 정확하게 배우고, 그 역사를 배워야 해요. 그게 이 지역 사회와 맞는 것인지도 따져야 하죠. 결과는 어쨌거나 관중을 끌어들이고 팀 멤버를 늘리는 것이니까요.”

구자철이 치열한 분데스리가 안에서의 주전 경쟁 속에서도 다양한 구단의 사람들을 만나고, 방문하며 이야기를 나눈 것은 이러한 정수를 이해하고 역사를 배우기 위해서다. 경기장 안보다 밖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뒤 구자철의 시야는 더 넓어졌다.

구자철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 중요한 것은 축구 그 자체가 아니라고 했다. 축구 경기와 축구장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가 움직이고, 지역 사회가 규합하는 것이 본질이다.

“경기장에 사람들이 모여서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야기하고, 모든 비즈니스가 경기장에서 이뤄져요. 예를 들어 볼프스부르크에 있을 때는 폭스바겐 회장이 경기장에 매번 왔어요. 폭스바겐은 도요타와 함꼐 전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회사잖아요. 그런 회사의 회장이 경기장에 매주 오면, 모든 비즈니스는 거기서 열리는 거죠. 한번 만나기 위해서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고, 경기장에 투자를 하는 거에요. 아우크스부르크도 똑같아요. 지역의 모든 중소기업, 작은 회사, 식당을 하는 사람들도 오고, 거기서 비즈니스가 일어나요. 단순히 축구만 하는 게 아니라 지역 활성화를 위한 미팅 기회가 있는 거에요. 축구 한 경기로 회사와 사람들이 만나고, 대화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것이죠. 이것은 구단이 주도적으로 콘트롤하고 있어요. 지역에 축구단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시민들도 알게 돼죠. 이렇게 지역 사회와 연계가 되는 거에요.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구자철이 이런 일들에 처음부터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유럽에 있으면서 와 와 이런 게 있었구나, 한국에도 이런 게 있으면 좋겠는데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된 거죠.” 독일 분데스리가에 적응하고, 독일어를 완전히 익히고 나서 구자철은 경기와 훈련 외 시간에 여러 구단의 사람들을 만나며 한국에 이러한 시스템과 문화를 가져오기 위해 연구했다. 구자철이 독일에서 보낸 10년은, 그냥 축구 선수로의 10년이 아니었다.

“나도 이런 걸 해보고 싶은데, 이렇게 하면 좋을 거 같은데 하는 생각으로 커진 거죠.”

구자철은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물론, 혼자 힘으로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표 선수로 뛰면서도 대한축구협회에 많은 것을 건의하고 아이디어를 냈던 구자철은, 대표팀을 떠났지만 이러한 역할을 더 많이 하고자 한다. 그리고 조금씩 한국 축구가 앞으로 가고 있다고 믿는다.

“한국 축구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일단 협회도 자체적으로 굉장히 시스템도 많이 바뀌었고, 단시간에 많은 것들을 변화를 일으켰고요. 최근 1~2년 동안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고, 선진 문화가 한국 문화에 맞게 잘 어우러지고 있어요. 그런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구자철은 비판을 위한 비판을 경계한다. 대안을 만들고 한국 축구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관심이 있다.

"잘못된 것을 들춰내고 지적하고, 비판한다고 바꿀 수 없어요. 함께해야죠. 바꾸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같이 일을 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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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용산, 한준 기자

:: 구자철이 대표팀 은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가 (2)편에서 이어집니다.

[단독인터뷰] 구자철① 구자철은 독일에서 한국축구의 미래를 설계했다
[단독인터뷰] 구자철② 내려놓은 국가대표의 삶 "흥민이가 걱정돼요”
[단독인터뷰] 구자철③ 브라질 월드컵 복기 "난 진정한 리더가 아니었다”
[인터뷰 if] 구자철, “2010년 결승전에 내가 뛰었다면? 제주가 K리그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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