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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대호 6번 배치에 담긴 반등 위한 롯데의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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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롯데 양상문 감독이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두산과 롯데의 경기 7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 1타점 희생플라이를 친 이대호의 엉덩이를 두드리고 있다. 2019. 6. 30.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사직=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당분간 (이)대호를 6번 타순에 넣을 생각입니다.”

지난 9일 사직 NC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롯데 양상문 감독은 깜짝 발언을 했다. 올시즌 롯데 부동의 4번 타자였던 이대호의 타순 변동을 알린 것. 타격감 침체에 따른 단순 타순 이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롯데에서 이대호가 차지하는 위상과 존재감을 고려했을 때 큰 변화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결정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롯데는 6연패 늪에 빠져있었다. 결과보다 연패에 이르게 한 경기력이 문제였다. 프로 무대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실책들이 연달아 나왔고, 투수 교체, 경기 중 나오는 작전 등이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롯데 야구는 웃음 거리로 전락했다. 양 감독은 “성적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어떤 변명도 소용없다는 것을 안다”며 저조한 성적에 대해 침통한 심경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직 후반기가 남았고, 이대로 무너지게 놔둘 순 없었다. 반등을 위한 변화를 꾀해야 했다. 양 감독은 “지금부터라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까진 부족했지만 팀의 상승세를 만들어야 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양 감독이 말한 변화의 시작점이 이대호의 타순 변화였다. 올시즌 이대호는 대부분의 경기에 4번 타자로 나왔다. 이대호가 6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건 지난 2008 7월 18일 잠실 LG전이다. 무려 11년 만에 6번 타순에서 경기를 시작한 것이다. 이대호는 이날 두 번째 타석까지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3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때려내며 롯데 첫 득점의 물꼬를 텄다.

이대호의 타선 변동이 단순히 타격감 상승을 위한 조치만은 아니다. 여기엔 양 감독이 선수단 전체에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양 감독은 “대호의 타격감이 떨어져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지만 전체적으로 타순 골격에 변화를 줄 필요성을 느꼈다. 대호에게도 이야기 했고, 본인도 팀 상황이 중요하지 자신의 타선 변화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이를 통해 나머지 선수들도 책임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선수들에게도 감독인 나에게도 반등의 모멘텀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며 선수단 전체의 분위기 상승으로 이어지길 바랐다.

양 감독의 바람이 선수단에 전달된걸까. 롯데는 NC를 꺾고 긴 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무엇보다 그동안 숱하게 나왔던 어처구니 없는 플레이 없이 모처럼 깔끔하게 승리를 챙겼다는 게 고무적이다. 이대호의 타순 변화로 시작된 반등을 위한 롯데의 몸부림이 순위표 지각변동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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