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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고환암 극복하고 금빛 물살 가른 에이드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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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미국 수영대표팀 내이선 에이드리언이 21일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남자 400m 계영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광주=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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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영 국가대표 네이선 에이드리언(31)은 올해 초 고환암 진단을 받았다.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 등 5개의 올림픽 금메달과, 8개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목에 건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암 앞에서 미국의 수영 영웅도 잠시 흔들렸다. 삶의 불안감 속에 불면이 이어졌고, ‘수영이 아닌 다른 길을 찾아야 하나’ 방황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수영을 포기하지 않았고, 암 진단을 받은 지 반년 만인 21일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계영 400m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한번 시상대 맨 위에 섰다.

계영 400 결승에서 케일럽 드레슬(23), 블레이크 피에로니(24), 재크 애플(22)에 이어 미국의 마지막 영자로 이름을 올린 에이드리언은 100 를 47초 08초 만에 주파, 대회 신기록(4명 합계 3분 09초 06)을 작성하며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미국의 2연패를 확인한 에이드리언은 주먹을 불끈 쥐며 부활에 성공했음을 알렸다.

9번째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미국 언론과의 언터뷰에서 “의사로부터 ‘당신은 암에 걸렸다’는 얘기를 듣는 건 어느 누구도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닐 것”이라며 “하지만 나의 경우 ‘수술 만으로도 치료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지난 1월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암 투병 소식을 전한 그는 두 차례 수술을 받은 뒤 곧바로 수영장에 복귀해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미국수영연맹의 믿음도 큰 힘이 됐다고 한다. 미국수영연맹은 “지금은 에이드리언의 건강이 가장 우선이고, 우리는 그의 회복을 돕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겠다”며 에이드리언의 국가대표 신분을 유지하는 한편 뒷바라지까지 했다. 그 결과 에이드리언은 지난 4월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완치 판정을 받았고 이번 대회 준비에 몰두할 수 있었다.

이번 금메달은 선수 본인의 굳은 의지와 미국 수영연맹의 선수에 대한 믿음이 함께 만들어 낸 작품이란 평가다. 덕분에 2020년 도쿄 올림픽으로 향하려는 에이드리언의 목표는 더욱 뚜렷해졌다. 에이드리언은 “수영은 나를 집에 돌아온 것처럼 편하게 만든다”며 “세 명의 계영 동료들이 원래 내가 있던 곳(수영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왔다”면서 팀 동료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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