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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K리그의 박수받지 못한 이적…‘친정 나들이’ 이렇게 힘들어질 줄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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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서 제주로 둥지 옮긴 남준재

세리머니 공약했다 ‘야유 세례’

염기훈·데얀 등도 ‘배신자’ 취급

경향신문

남준재, 염기훈, 데얀(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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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에선 종종 환영받지 못하는 이적이 나온다. 그 선수가 스타급이라면 전 소속팀 팬들의 조롱만이 아니라 저주에 가까운 비난이 쏟아지는 사태까지 일어난다. 지난 18일 친정팀을 방문한 남준재(31·제주)에게 쏟아진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의 야유 역시 거셌다.

남준재는 지난해 강등 위기의 인천을 살려내면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지난 7월 초 김호남과의 트레이드로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남준재는 구단의 결정으로 팀을 옮긴 것뿐이었지만, 이번 경기에 앞서 세리머니를 펼치겠다고 밝힌 것이 인천 팬들의 분노를 샀다. 남준재는 공만 잡으면 야유를 받았다. 관중석에 ‘야반도주’라는 걸개까지 걸리는 수모를 겪었다.

K리그 역사를 돌아보면 남준재의 경험이 유별난 일은 아니다.

서정원 전 수원 감독은 안양 LG(현 FC서울)에서 뛰다가 1998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진출한 뒤 이듬해 국내로 복귀하며 수원 삼성행을 선택한 여파로 ‘화형식’까지 경험했다. 국내로 돌아오면 안양으로 복귀한다는 약속을 어긴 탓이었다. 안양 팬들은 수원 선수로 서 전 감독이 나선 첫 경기에서 그의 유니폼을 불태웠다.

K리그 통산 최다 어시스트 기록의 염기훈(37·수원)은 수원에선 레전드 대우를 받고 있지만, 프로 데뷔 구단인 전북 현대 팬들에게는 여전히 배신자로 여겨진다. 염기훈이 2007년 전북 몰래 수원 이적을 추진했던 사실이 드러나며 응원은 야유로 바뀌었다. 당시 울산 현대로 강제이적을 당한 염기훈은 3년 뒤인 2010년 결국 수원에 입단했다.

설기현 성남 전력강화실장(41)은 포항 스틸러스와 악연이 깊다. 2010년 K리그에 처음 입성한 그는 포항 유니폼을 입은 이듬해 돌연 최대 라이벌인 울산으로 이적하며 비난을 받았다. 포항 팬들은 설 실장이 울산 선수로 포항 원정에 나선 첫 경기에서 그의 연봉과 전지훈련비, 재활비, 생일케이크 가격 등이 포함된 청구서를 관중석에 걸개로 내걸며 응수하기도 했다.

최근 2년 사이에는 라이벌인 수원과 서울로 각각 팀을 옮긴 이상호(32·서울)와 데얀(38·수원)이 배신자 취급을 받는다. 평소 수원 출신이라는 것을 자부해 서울을 자극하는 문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주 올리던 이상호는 2016년 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서울의 상징이던 데얀은 2018년 출전 기회를 위해 수원에 입단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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