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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스포티비뉴스 '한준의 작전판'

[한준의 작전판] '4부' 화성 스리백에 묶인 수원의 투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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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화성, 한준 기자] "상대가 밀집 수비를 설 것으로 예상되어 박스 안에서 영향력이 있는 타가트와 데얀을 투톱으로 세웠습니다. 후반전에 선수들을 안배하기 위해선 이른 시간 선제 골이 필요합니다."

이임생 수원 삼성 감독의 계획은 이뤄지지 않았다. 수원은 최근 주 포메이션으로 삼고 있는 3-4-1-2 포메이션으로 나서며 외국인 선수 타가트와 데얀을 투톱으로, 안토니스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했는데, 전방의 세 명의 선수가 따로 놀면서 화성 수비를 위협하지 못했다.

결정적인 문제는 화성이 내려서는 수비 대신 강한 전방 압박으로 흐름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김학철 화성 감독은 "우리 경기를 보시면 늘 한결같다. 늘 하던대로 준비했다"며 선수비 후역습 자세로 라인을 내리기 보다 앞에서 경기하며 공격적으로 맞대응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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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투톱 묶은 화성 스리백, 전방 압박이 주효했다

화성은 스리백을 썼지만 좌우 풀백이 전진한 3-4-3 포메이션 형태로 경기했고, 전방 압박의 강도가 높았다. 최전방 공격수 유병수는 과거 앞에서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날 부지런히 골키퍼 노동건까지 압박했다. 유병수가 뒤로 빠져 쉴 때는 오른쪽 측면과 중앙 전방을 오가며 투톱을 형성한 장신 공격수 전보훈이 전방 압박을 했다.

왼쪽 측면에 배치된 문준호가 왼쪽 인사이드 미드필더 영역을 커버했다면, 중앙 미드필더 박승렬은 경기 초반 구자룡과 충돌로 머리에 피를 흘린 상황에도 엄청난 활동량으로 전방 압박을 가해 수원의 후방 빌드업을 괴롭혔다. 그 파트너인 주장 박태웅은 스리백 앞 지역을 사수하며 안토니스와 김종우가 투톱 뒤를 지원하는 것을 괴롭혔다.

화성의 짜임새 있는 압박 그물로 인해 수원은 후방 빌드업 과정부터 실수가 많았다. 쉬운 패스 미스가 발생하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이임생 수원 감독도 경기 후 "그런 부분이 예상에서 빗나갔다. 상대가 많이 뒤로 물러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고 하프라인에서 우리 수비의 빌드업을 압박하면서 어려움을 당했다"고 인정했다.

수원의 빌드업 과정에 실수가 빈발했고, 투톱을 향해 볼이 원활하게 투입되지 못하며 화성이 점점 공격 빈도를 높였다.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까웠던 박태웅이 전반 5분 자신있게 중거리슛을 시도했고, 전반 16분에는 유병수의 문전 왼발 발리 슛이 노동건의 선방에 의해 아슬아슬하게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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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준호의 짜릿한 선제골, 개인 아닌 팀 플레이의 결과

전반 19분 문준호가 장기인 왼쪽에서 중앙으로 커트인하며 시도한 오른발 슛이 크게 허공을 갈랐는데, 전반 24분에는 이 슈팅이 골문 구석을 시원하게 흔들었다.

마무리는 개인의 기술이었지만 과정은 팀 플레이였다. 오른쪽 센터백 카를로스 알베르토의 전진 패스, 라이트백 김남성의 우측 오버래핑, 미드필더 박승률의 왼쪽 전환을 통해 문준호에게 슈팅 기회가 열렸다. 차근차근 빌드업으로 수원 문전까지 진입한 계획된 플레이였다.

화성은 전반 7분 만에 주전 레프트백 홍성희가 부상으로 빠진 것에 이어 결국 전반 40분 만에 박승렬이 머리 부상 후유증으로 교체되는 등 불운이 따랐다. 그럼에도 풀백 자리에 들어간 조영진, 박승률의 자리로 투입된 측면 공격수 이준용 등이 수비 그물 유지는 물론 돌파를 통한 역습 공격에 힘을 보태며 후반전에도 화성이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전반 41분에는 카를로스의 전진 패스에 이은 이준용의 스루패스, 유병수의 마무리 패스에 이은 조영진의 슈팅이 나오면서 교체 투입 선수들이 전화위복의 활약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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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얀-타가트 투톱의 실패, 홍철 중앙 이동도 역부족

수원은 중원 공격 전개가 원활하지 않자 박형진을 왼쪽 풀백으로 이동시키고 홍철을 왼쪽 인사이드 미드필더로 좁힌 4-3-1-2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홍철을 통한 원투 패스와 돌파 등으로 활로를 열고자 했으나 핵심 지역으로 진입하지 못했다.

이임생 감독은 성남전에도 홍철을 미드필더에 가깝게 기용했다. 상대에 혼란을 주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조금의 차이는 만들었지만 다른 포지션에서 위협이 되지 않자, 곧 틀어막혔다.

"데얀 선수와 타가트 선수의 공존을 원했다. 전반전에 투톱이 전혀 통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좀 더 스피드가 있는 한의권 선수, 볼 소유할 수 있는 염기훈 선수를 투입해서 좀 더 공격 활로를 찾고 싶었다." (이임새 수원 감독)

후반전에는 데얀과 안토니스를 빼고 한의권과 염기훈을 투입했다. 전방의 속도, 중원의 소유력을 위한 교체였는데 미약한 개선 외에 결정적인 흐름 반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후반 25분 라이트백 신세계를 빼고 바그닝요를 투입한 뒤 공격숫자를 늘렸으나 득점에 근접한 기회를 만들지 못한 채 0-1로 졌다.

총공세를 펼치다 두어번 화성에 내준 역습 기회에 추가 실점을 내주지 않은 게 수원 처지에는 다행이었다. 추가골을 내줬다면 10월 2일 홈에서 열릴 2차전의 반전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었다.

김학철 화성 감독은 만면에 웃음을 띈 채 기자회견장에 들어왔다. 경기 전 즐기면서 하던대로 할 것이라며 긴장하지만 않으면 승산이 있다고 했던 김학철 감독은 겸손했다. 수원보다 경기력이 좋았다는 질문에 "실력 차이는 감히 얘기할 건 아니다. 우리가 갖고 잘 할 수 있는게 뭔지, 우리가 준비한 만큼 선수들이 해줘서 본인들의 120% 해준 것 같다. 나름대로 준비한 과정에서 선수들도 잘 따라줬고, 좋은 결과가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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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컵 우승 못하면 사퇴…전술적-정신저 변화 필요한 수원

이임생 수원 감독은 배수의 진을 쳤다. 화성과 2차전 승리는 물론 대회 우승을 이루지 못하면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제가 올해 수원 삼성에 와서 우리 선수들을 믿고 지금까지 왔다. 오늘 우리 수원 서포터 분들이 멀리서 오셨는데, 제가 FA컵 우승컵을 못 드린다면 거기에 대한 생각하는 게 있다. 우리 선수들 끝까지 믿어주시고, 그에 대한 결과는 모든 걸 책임지겠다. 팬들에게 죄송스럽고, 홈 경기가 있으니 반전할 기회를 만들어 보겠다."

한국 축구 디비전 시스템에서 4부리그에 해당하는 K3리그 어드밴스 소속 화성에는 K리그 출신 선수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K리그에서 밀려났거나, 하향세를 타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하고 있다. 화성과 수원 선수단의 연봉 차이는 20여배가 난다. 수원 서포터즈는 수원 선수단에게 야유를, 화성 선수단에 박수를 보냈다.

전술적으로는 물론, 개인 플레이 측면에서도 수원은 부끄러운 경기를 했다. 화성이 보여준 콤팩트한 스리백과 전방 압박, 신속한 패스 플레이는 수원이 추구하는 것이었다. 내셔널리그 소속 경주 한수원과 8강전도 내용적 열세에도 승부차기 승리로 간신히 4강에 올랐다.

수원은 운명의 10월을 기다리고 있다. 10월 2일 화성과 준결승 2차전 직후인 6일 FC서울과 슈퍼매치까지 예정되어 있다. 2주 안에 반전을 위한 열쇠를 찾아야 한다. 정신적으로나 전술적으로 모두 화성전에 드러난 문제를 개선하지 못하면 2020시즌을 위한 희망을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스포티비뉴스=화성,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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