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프레지던츠컵 호주서 개막
효율성 논란에도 어쨌든 큰 관심
타이거 우즈(왼쪽)가 패트릭 리드와 함께 걷고 있다. 불평 많은 리드는 최근 부정행위가 들통나 원정팬들의 야유가 예상된다. 캡틴 우즈가 다독여 사고를 막아야 한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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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백인천이 MBC 청룡(현 LG 트윈스)의 선수 겸 감독으로 뛰었다. 이후 한국 프로야구에 선수 겸 감독은 없었다. 세분되고 조직화 된 현대 스포츠에서 성격이 완전히 다른 두 일을 한 사람이 동시에 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타이거 우즈(44·미국)가 지난 세기의 유물로 여겨지던 선수 겸 감독이 됐다. 우즈는 12일 호주에서 개막하는 세계 팀과 미국의 골프 대항전 프레지던츠컵에서 플레잉 캡틴으로 나선다. 캡틴은 주장이라는 뜻이다. 왜 골프는 다른 스포츠처럼 감독을 매니저나 코치가 아닌 캡틴으로 쓸까.
라이더컵(미국-유럽 골프 대항전)의 시작(1927년)은 초라했다. 감독이나 단장 없이 참가 선수 중 주장이 조 편성과 경기 순서 등을 정했다. 이 주장은 경기하는 선수였기 때문에 당연히 플레잉 캡틴이었다. 대회가 점점 커졌다. 일정이 늘고 행사도 많아져 1인 2역이 힘들어졌다. 그래서 선수 아닌 사람이 캡틴을 맡게 됐다. 경기하지 않는 캡틴(non-playing captain)으로, 사실상 감독이다. 라이더컵의 마지막 플레잉 캡틴은 1963년 아널드 파머였다. 이후 56년 동안 라이더컵에서는 플레잉 캡틴이 나오지 않았다.
라이더컵을 본뜬 프레지던츠컵의 경우 1994년 첫 대회에는 플레잉 캡틴이 있었다. 헤일 어윈은 캡틴이 된 뒤에도 의욕을 보였다. 선수로도 선발됐다. 바이스 캡틴인 폴 에이징어에게 감독 일을 맡겨놓고 자신은 선수 역할만 했다. 냉정히 보면 어윈은 플레잉 캡틴이 아니라 그냥 플레이어였다.
그 이후 사라진 플레잉 캡틴을 타이거 우즈가 살려냈다. 25년 전 어윈은 이기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우즈는 그 반대다. 수퍼스타 우즈가 뛰면 대회에 대한 관심이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라이더컵보다 인기가 적은 프레지던츠컵이 발전할 기회라 여기고 모두 좋아한다.
플레잉 캡틴이 괜히 없어진 것이 아니다. 신경 쓸 게 많다. 전설적인 골퍼 벤 호건은 1947년 라이더컵 때 미국의 플레잉 캡틴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라 영국의 전력이 약했다. 호건은 전승 우승을 노렸는데, 동료인 허만 카이저가 문제였다. 카이저는 호건에게 “최근 데이트한 여성이 문제를 일으키려 한다”고 했다. 카이저가 라이더컵에 나오자 유명인인 것을 알게 된 여성이 “수천 달러를 주지 않으면 성폭력을 공개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당시로는 큰돈이었다. 호건은 지갑에서 100달러 지폐를 한 움큼 꺼내 카이저에게 건네며 “깨끗하게 마무리하고 경기에 집중하자”고 했다. 그러나 카이저는 졌다. 미국은 11승1패로 이겼다. 카이저마저 이겼다면 전승 우승이었다.
우즈도 도전의 연속이다. 나이가 든 뒤로 3시간은 몸을 풀어야 시동이 걸린다고 한다. 한 경기에 뛰기 위해 긴 시간이 소요된다. 사고뭉치 패트릭 리드도 안고 가야 한다. 오랜만에 나온 플레잉 캡틴은 새로운 상황과 수많은 질문과 마주칠 것이다. 흥미로운 경기가 예상된다. 21세기 첫 플레잉 캡틴인 우즈는 골프 역사의 마지막 플레잉 캡틴이 될 수도 있다. 불세출의 스타 타이거 우즈니까 반세기 전 사라진 직업을 소환했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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