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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이슈 연예계 방송 조작 의혹

[HI★현장] “깊은 사죄, 아이즈원·엑스원 활동재개 최선”... ‘프듀’ 조작, 5개월만 고개 숙인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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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CJ ENM이 엠넷 '프로듀스101' 시리즈의 조작 사태에 대해 5개월 만에 회사 차원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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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 측이 ‘프로듀스101’ 조작 사태 발발 이후 5개월 여 만에 처음으로 회사 차원의 대국민 사과를 전하며 고개를 숙였다.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센터에서는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투표 조작 사과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허민회 CJ ENM 대표이사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 이후, 하용수 경영지원실장과 신윤용 커뮤니케이션 담당이 참석한 가운데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이날 먼저 취재진 앞에 선 것은 허민회 CJ ENM 대표이사였다. 굳은 표정으로 단상에 등장해 고개를 숙인 허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엠넷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로 모든 분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 이번 사태는 변명의 여지없이 저희의 잘못이다.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거듭 사죄 드린다”며 연습생, 시청자, 팬에게 사과했다.

이어 허 대표는 ‘프듀’ 시리즈 등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관련 순위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연습생에 대해 반드시 책임지고 보상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보상 대책 방안을 밝혔다. CJ ENM 측은 △피해 연습생들에 대한 금전적 보상은 물론 향후 활동 지원 등 실질적 피해 구제 △순위조작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엠넷에 돌아온 이익과 향후 발생하는 이익 환원 △300억원 규모의 기금 및 펀드 조성을 통한 K팝 지속 성장 및 음악산업 생태계 활성화 도모 △‘시청자 위원회’ 설치 및 내부 방송 윤리강령 재정비, 관련 교육 강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한 적극 협조 및 엄정한 내부 조치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조속한 활동 재개 적극 지원 및 향후 활동을 통한 엠넷의 모든 이익 포기를 약속했다.

재차 고개를 숙인 뒤 단상을 내려간 허 대표에 이어 CJ ENM 하용수 경영지원실장과 신윤용 커뮤니케이션 담당의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이날 본격적인 질의응답에 앞서 하 경영지원실장은 “외부에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었고 수사에 최대한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해가 넘어가면 아티스트들에게 가해지는 고통이 커질 것이라고 판단되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기자회견 개최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대중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열린 이날 사과 기자회견은 첫 ‘조작 의혹’이 제기된 7월 이후 무려 5개월 여 만에 열렸다. 그 동안 검경의 수사가 진행되며 CJ ENM과 엠넷 측이 말을 아꼈던 이유도 있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사과가 전해진 셈이다.

이 같은 지적에 신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사과 기자회견이 많이 늦었다”고 말문을 연 뒤 “저희가 타이밍이 수사를 계속 하다보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저희가 중간 중간 ‘쇄신 대책, 피해 보상 대책 마련도 하겠다’는 등의 메시지를 전달해 드렸던 것 같다. 하지만 수사도 계속 진행되고 계속 시즌도 확대되다 보니까 중간 중간 적극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내용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날 공식 사과 기자회견을 열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그런데 더 늦어지면 피해자와 수혜자를 알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잠정 활동 중단을 겪고 있는 아이즈원이나 엑스원 분들도 활동 공백이 커질 것 같았다. 누가 잘못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활동이 늦어지면서 그 분들이 많은 부담을 느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래서 되도록 빨리 입장을 표명하고 피해보상을 하고 명확하게 활동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 표명이 필요해 보였다”고 덧붙였다.

다만 신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이날 취재진에서 전해진 ‘CJ ENM 윗선 관계자’의 조작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 중인 사안이긴 하지만 저희는 고위직 연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러운 생각을 전했다.

또 일각에서 전해졌던 안 PD와 김 CP를 내세운 CJ ENM의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 차원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적극적으로 책임 질 계획이다”라고 짧은 대답을 전했다.

다양한 질문이 취재진으로부터 전해진 가운데, 앞서 허 대표가 발표한 사과문에서 언급된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활동 재개에 대한 추가 입장을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먼저 현재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상태에 대해 신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현재는 활동이 잠정 중단 된 상황이다. 매우 안타깝고 이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느끼고 있다. 팬 분들 역시 근황을 궁금해 하실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올해 최대한 저희가 마련한 대책을 말씀드리고 조만간 활동 재개를 가능케 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활동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조만간 활동 재개가 가능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다. 조만간 관련해서 저희의 입장을 밝힐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1년 가량 활동을 이어오던 중 잠정 활동 중단 사태를 맞이한 아이즈원의 현재 계약 상태에 대해서는 “아이즈원은 1년 넘도록 활동을 했었고, 현재 계약 상태는 유지하고 있다”며 “그래서 빨리 활동 재개를 하는 것이 심적 부담에서 벗어나는 방안이라고 생각해서 조속한 활동 재개를 돕고자 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CJ ENM 측은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활동 재개를 돕는 한편, 향후 투표 결과 원순위가 나오더라도 이를 대중에게는 공개하지 않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신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섣부른 활동 재개 이후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지적에 대해 “나중에 피해자, 수혜자가 밝혀질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들에 대한 피해자, 수혜자를 말씀드리는 게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수 있어서 (원 순위를) 공개하지 않는 걸로 방침을 정했다. 향후 (데뷔조에서) 떨어진 아티스트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투표 조작’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연습생들에 대한 보상 약속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CJ ENM 측이 생각하고 있는 ‘피해자’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이에 대해 CJ ENM 측은 “데뷔를 했어야 했는데 못 한 연습생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누가 정확히 수혜자인지 피해자인지 파악이 안 되고 있다. 향후 정확하게 파악한 이후 적극적으로 피해 보상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피해 보상 규모에 대해서도 “금전적 부분, 향후 활동에 대한 부분을 지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피해자가 확정되지 않다 보니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는 점은 양해 부탁드린다”고 모호한 대답만을 전했다.

‘현재 누가 수혜자인지, 피해자인지’ 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CJ ENM 측의 발언에 취재진의 의문은 증폭됐다. 이에 대해 CJ ENM 측은 “회사 측에서 정확한 투표 결과에 따른 원 순위를 알고 있지 않아서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무려 네 시즌에 걸쳐 방송된 엠넷의 대표 예능이지만, 원 투표 결과는 회사가 확보하지 못했다는 아이러니한 답변이었다. 이어 CJ ENM 측은 “자료 확보에 있어 나태했던 것이 아니냐”는 취재진의 지적에 “조작 사태 발발 이후에 확인을 해도 숫자가 불완전하다보니까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다. 납득이 잘 안되시겠지만. 공정하게 확인을 하기 전까지 향후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제작 중단은 다 한 상태고, 이런 부분을 다 확인하기 전까지 앞으로 오디션 관련 프로그램 제작을 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신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재차 “납득이 안 가실 줄 알지만 죄송하다. 양해 부탁드린다”고 양해를 구했다.

실제로 엠넷은 현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시청자 위원회’ 설치 및 방송 윤리강령 재정비 등을 통한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가 되기 전까지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 중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신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기본 원칙은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된 이후에 다시 검토하도록 할 계획이다. 내년도 ‘빌리프랩’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내용이 확정된 바가 없다. 추후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프듀’ 시리즈를 연출한 안준영 PD, 김용범 CP 등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모호한 대답만이 전해졌다. 현재 ‘프듀’ 시리즈를 연출했던 안 PD, 김 CP를 비롯해 보조 PD 1명은 사기 및 업무 방해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특히 이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프듀’ 전 시즌에 대한 조작 혐의를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현재 안 PD와 김 CP는 여전히 CJ ENM 산하 엠넷 소속 PD 및 CP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내부적인 인사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신윤용 CJ ENM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이들의 현재 거취에 대해 “현재 업무를 현재 하지 않고, 재판 이후에 저희가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이 조사 과정에서 혐의 일체를 인정했으며, 재판이 본격화 됐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인 인사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날 신윤용 CJ ENM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내부 방침이 재판 결과가 나와야 인사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그래서 아직까지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재판 결과와 별개로 혐의를 인정했지만 인사 조치는 이루어질 수 없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재차 이어졌지만, 신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내부 임직원인 만큼 어떤 결과가 명확하게 나와야지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다.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는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겠다”고만 답변을 반복했다.

이날 기자회견 말미, 취재진으로부터 “이날 CJ ENM의 사과 기자회견에서는 어느 하나 명확한 것이 없다. 대체 명확하게 밝힐 수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이냐”는 일침이 전해졌다. 이에 대해 신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활동 지원 등 명확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말씀드리고 싶으나 그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며 “현재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확실히 피해보상을 해 드리겠다. 펀드를 조성해서 K팝 등 한류 지원을 하겠다. 아이즈원, 엑스원 등 기존 활동 그룹에 대한 활동 지원을 해드리겠다 등이 있겠다. 현재 소속사들과 논의 중이다.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하 실장은 “현재 피해 당사자가 특정되지 못하고 있는데 확정이 돼야 협의하고 말씀을 드릴 수 있다. 저희가 일방적으로 확정하고 말씀드리는 것은 빠르다고 생각이 든다”며 “펀드 기금은 300억+a의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이며 해외 기획사에 대한 자금 지원, 언더그라운드 창작가 지원, 아티스트 발굴 지원 등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기관, 정부 산하 기관들과 연계해서 가려고 한다. 저희가 운영에는 일절 관련을 하지 않고 외부 운영사에게 운영을 맡길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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