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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사치세 도입하는 KBO, 제도 개선만큼 중요한 '디테일' [오!쎈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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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지형준 기자]KBO 정운찬 총재와 10개 구단 사장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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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형래 기자] 리그 판도, 그리고 구단의 운영 방향과 기조를 뒤흔들만한 제도 개선안이 나왔다. 하지만 큰 틀의 규칙 아래 자리 잡아야 할 세칙들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행 시점까지 기간이 있지만 혼돈의 최소화를 위해 하루 빨리 정립해야 하는 부분들이다.

KBO는 지난 19일 이사회(사장단 회의)를 통해 중대 변화 사항들을 발표했다. FA 등급제의 시행과 취득 기간 단축, 부상자 명단 신설, 육성형 외국인 선수 도입 등 굵직한 사안들이 여럿 있었지만 이번 이사회 결과 중 단연 이슈가 된 사안은 ‘연봉 총액 상한제’, 즉 샐러리캡의 도입이었다.

세부시행안은 일단 2023년부터 도입이 된다. 2021년과 2022년 외국인 선수와 신인 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의 연봉(연봉, 인센티브 실지급액, FA 선수 연평균 계약금) 상위 40명 평균금액이 기준이다(10개 구단 연봉 상위 40명의 평균 금액을 합산한 뒤 나오는 평균 값). 이 금액의 120%가 상한액이 된다. 상한액은 2023년부터 3년 간 유지되며 이후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이사회에서 재논의할 예정이다. 상한액 초과시 구단들을 페널티를 받게 된다. 1회 초과시 초과분의 50% 제재금, 2회 연속 초과시 초과분의 100% 제재금과 이듬해 1라운드 지명권의 9단계 하락, 3회 연속 초과시에는 초과분의 150% 제재금과 이듬해 1라운드 지명권 9단계 하락의 제재가 부과된다.

마라톤 회의 끝에 나온 이 상한액 기준에 대해 KBO 관계자는 “현재 10개 구단 중 연봉 총액 1위인 롯데 정도만 기준을 넘을 뿐이다”면서 “선수협 측에도 큰 부담은 안될 것이다”고 밝혔다.

일단 KBO가 도입하는 제도는 총액 상한선을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하드캡 형식이 아닌 소프트캡 형식의 샐러리캡이다. 엄밀히 말하면 사치세 제도에 더 가깝다. 현재 메이저리그가 도입하고 있는 방식이다.

다만, 리그가 발전하고 상한액이 초과할 상황이 만들어질 경우에 대한 대비는 아직 없다. KBO는 현재 기준으로 상한액을 초과하는 팀이 많지 않다고 내다봤지만, 향후 연봉 총액이 급격하게 상승할 경우도 대비를 해야 한다.

KBO 구단들은 긴축 재정에 돌입했지만, 이후 과열 경쟁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3년이라는 유지 기간이 짧을 수도 있다는 의미. 이 과정에서 다양하게 룰의 허점을 파고드는 계약 형태가 나와 상한제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도 있다. 물론 계약서에 적시된 연봉과 인센티브, 계약금의 투명한 공개는 필수적이다.

NBA(미국프로농구)가 대표적인 예다. 샐러리캡을 실시하고 있는 NBA지만 버드 예외 조항, 루키 스케일 계약, 맥시멈 계약 등 다양한 예외 조항들을 두고 있다. 다만, 사치세 기준은 샐러리캡보다 더 높게 설정이 되어 있어 이를 넘어설 경우 막대한 사치세가 부과되는 방식이다. 이러한 예외 조항들은 모두 샐러리캡의 허점을 파고들어 생긴 조항들이고 NBA 구단들 가운데 상한액을 넘어서는 팀이 대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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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지형준 기자]KBO 정운찬 총재가 회의 진행을 위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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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KBO는 연봉의 일정 부분을 소진해야 하는 하한선에 대해 설정하지 않았다. 구단의 노골적인 긴축 경영에 대응할 수단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하한선 설정은 구단들이 건전한 운영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의무이자 리그 차원의 예방책이다. 만약 하한선이 설정되지 않았을 경우 고액 연봉의 베테랑 선수들, 그리고 저연차 저연봉의 선수들이 다소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주요 선수들에 대한 연봉이 막대해질 경우, 이들에 대한 홀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짙다.

국내 프로배구 남자부에서는 샐러리캡 하한선 미달 사례가 나왔다. 한국전력이 2019-2020시즌 샐러리캡(26억원)의 70%에 한참 못 미치는 48%의 연봉 소진율을 기록하며 징계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한선 기준과 하한선 미달시의 제재들도 세칙들로 확정을 해야 한다.

또한 현재의 상한선 초과시의 제재금의 활용 여부도 미지수다. 하한선 미달 시에 부과될 제재금까지 합해서 이 금액들의 활용처를 정하는 것도 필요한 논의 중 하나다.

KBO리그의 현재 제도 개선안은 메이저리그와 NBA처럼 구단과 선수측의 치열한 노사 협상을 통해 완성된 제도가 아니다. 협상 테이블 없이 일방적인 통보 방식으로 진행된 협상이다. 구단들의 대표격인 KBO는 선수협에게 이 제안을 보낸 뒤 수락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일반적인 토론의 협상 방식은 아니다. 그렇기에 제도 개선으로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쪽이 나오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리그 발전과 활성화, 모두의 공생을 위해 모두 머리를 맞댄만큼 혼란 없이 규정의 빠른 정착을 위해서는 조금 더 고민을 해야 한다. 다양하고 명확한 세칙 수립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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