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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는 2019년에 정규리그 뒤집기 1위의 기세를 이어가 내처 내달린 끝에 한국시리즈 정상까지 다시 올라섰다. 김태형(53) 감독이 “우리의 지난해는 기적이었다.”고 자평하리만치 두산의 우승은 극적인 요소가 많았다. 그만큼 어렵고 험난한 과정을 딛고 있어선 두산의 ‘뒷심’이자 김태형 감독의 ‘뚝심’이 돋보였던 터였다.
올해 프로야구 KBO 리그는 지난해보다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두산이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별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그 배경에는 ‘성취동기를 안고 있는’ FA 선수가 무려 10명에 이른다는 통념이 자리 잡고 있다. FA를 앞둔 선수들이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기를 쓰고’ 온 힘을 다해 뛸 것이라는 관측인 것이다. 실제로 FA 자격을 얻는 해에 숱한 선수들이 생애 최고 성적을 올려 평생 ‘배를 두드리며 먹고살 만한’ 고액을 받은 사례는 구태여 나열할 필요조차 없겠다.
그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있었던 김태형 감독이 30일 전지훈련지인 호주 질롱으로 떠나기에 앞서 마치 작심한 것처럼 일찌감치 나돌고 있는 두산 FA 선수들에 대한 매스컴의 관측에 대해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두산은 올 시즌 뒤 내야수 오재일(34), 허경민(30), 김재호(35), 최주환(32)과 투수 이용찬(31), 유희관(34), 이현승(37), 권혁(38), 외야수 김재환(32), 정수빈(30)이 FA 자격을 얻게 된다. 게다가 외야수 박건우(30)도 올림픽 출전 여부에 따라 추가로 FA 신분이 될 수도 있다. 김태형 감독은 해마다 기둥뿌리가 뽑힐 정도로 김현수나 양의지 같은 대형 선수들이 속절없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올해도 진작부터 어느 구단이 노리고 있는 선수들을 낚아채 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국내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두산 내야진이 자칫 FA 광풍에 휘말리면 내야 ‘공동화(空洞化)’ 현상마저 일어날 판이다. 감독으로선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일 것이다.
이런 마당이니, 김태형 감독의 심기가 편할 리 만무하다. 김태형 감독은 비록 농담이라고는 했지만 “두산이 (KBO 리그를) 평준화시켜주고 있다.”고 한 것도 그리 무리는 아니다. 알짜배기 두산 선수를 데려가는 구단들이 절로 전력이 강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기껏 길러놓은 선수들을 하릴없이 내주는 사태를 앉아서 당해야 하는 지도자로는 곤혹스러운 노릇이다.
김태형 감독은 힘주어 말했다.
“누구 하나 중요하지 않은 선수가 없다. 구단에 FA 선수들을 무조건 다 잡아달라고 할 것이다.”
FA 선수 유출 사태와 관련, 김태형 감독은 “우리가 그동안 FA 선수를 잡지 않아 이런 상황이 생기고, 그런 얘기가 나돌게 된 것이다. 아홉이고 열이고 간에 다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잡는 게 우선이다. 다른 팀에서 데려가면 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그전에 우리가 잡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시즌 끝나고 구단이 알아서 한다고는 하지만 잡아야 팀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다. 구단이 꼭 잡으면 된다. 무조건 다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 잡아야 한다”는 말을 김태형 감독은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FA 선수들이 돈, 돈 하지만 프랜차이즈 선수는 원래 소속 팀에서 계약, 은퇴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본다.”는 말은 김태형 감독이 FA 대상자들을 다독이는 포용의 서술이자 구단을 향한 호소이기도 하다. 두산 구단이 그동안 핵심 FA 선수에 대해 외면한 것은 매년 성적이 나니까 ‘으레 그러려니’ 하고 무뎌진 탓이라는 시각도 있는 게 엄연한 사실이다.
그나저나, 일반적인 전망 그대로 김태형 감독도 올해 두산의 전력이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계산이 서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으나 응답이 없어 되돌아온 김재환을 비롯한 타선이 건재하고, 투수진도 한결 나아질 것으로 김 감독은 보고 있다. 변수는 어느 구단이나 그렇듯 새로 데려온 외국인 투수 두 명이다. 두산은 지난해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를 정도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린드블럼과 후랭코프가 떠나가고 새 투수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과연 그들이 전임자들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가 관건인 것이다.
김태형 감독은 “린드블럼은 지난해에, 후랭코프는 재작년에 최고 성적을 냈다. 새 외국인 투수에게 그들처럼 최고치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알칸타라의 경우 케이티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좋아졌고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 갖췄다. 새 용병(크리스 프렉센)은 아직 검증이 안 됐으나 공 자체는 좋다. 적응을 어느 정도 하는가가 문제다. 두 투수가 선발 로테이션만 지켜준다면 잠실구장이고 우리 내외야 수비가 탄탄하기 때문에 제구실은 충분히 해 주리라 믿는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에 대해서는 “지난해보다는 못할 수도 있겠지만, 워낙 기본적인 테크닉이 있으니까 제 몫은 할 것”으로 본다.
김태형 감독이 올 시즌에 ‘해 볼 만 하다’는 자신감을 갖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무엇보다 투수진 운용의 그림이 확실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하다보면 1등부터 10등이 나오지만, 우리의 지난해는 기적이었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는 어느 정도 구상이 돼 있다. 지난해는 구상하기 어려웠다. 투수 쪽은 아예 검증이 안 됐다. 올해는 야수, 투수 쪽이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들어간다. 물론 야구는 끝나봐야 안다.”
김 감독의 자체 진단은 시즌에 들어가면 확실하게 판명이 날 것이다.
“지난해 불펜은 답 없이 시작했다. (함)덕주가 기복을 보여 (이)형범이 던지는 것을 보고 확 바꿨다. 고정 마무리를 두어야 하는데, (이)형범이는 ‘볼 질’을 안 하니까 시즌 중반에 바꿨는데 그 이후 너무 잘 해줬다. (지난해 이형범이) 많이 던졌지만 팔 상태만 괜찮으면 계속 간다.”는 말로 이형범 마무리 고정의 구상을 언뜻 내비쳤다.
“이형범이 서른이 된 줄 알았는데 실제론 함덕주(25)보다 불과 한 살 위였다. 나이에 비해 굉장히 침착하다. (지난해 이탈했던) 김강률은 현재 피칭을 하고 있어 시즌 시작부터 들어오고 함덕주도 지난해 후반에 좋아졌고, 밸런스가 흔들렸던 박치국도 정상이다. 곽빈은 5월로 보고 있다. 함덕주는 문제는 없는 데 첫 타자 상대가 중요하다. 윤명준도 잘해줬다. 선발 5명이 시즌 끝날 때까지 돌기는 힘드니까 (펑크 나면) 장원준이 제5선발 1순위로 대기하게 된다. 이번 캠프에 못 본 젊은 선수 6, 7명을 데려가는 데 그중에서 한 명 정도라도 1군 가능성을 보이면 로테이션이 훨씬 수월할 것이다.”
이 설명은 김태형 감독의 투수진에 대한 밑그림을 간추린 것이다.
두산의 목표는 너무도 당연하게 우승이다.
“지난해 우승했던 저희는 올해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우승입니다. 선수들 괜찮습니다. 다들 걱정하는 게 ‘올 시즌 끝 난후’인데 끝나봐야 알겠지요.”
불필요한 걱정과 불안은 금물이다. 그저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헤쳐나가는 것이다. 그 게 현장에 있는 최고의 승부사 김태형 감독이 가는 길이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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