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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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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경민 돌아오자, 원주 DB 선두 ‘점프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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슛·어시스트 능력 더해 군서 복귀

김종규·김민구 대학 삼총사 재회

“지난달 득남, 더 열심히 뛰겠다”

중앙일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두경민이 맹활약을 펼치며 DB를 선두에 올렸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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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원주 DB는 올 시즌 우승 후보가 아니었다. 디펜딩 챔피언 울산 현대모비스와 서울 SK가 개막 전까지 다른 구단의 경계 대상 1위였다. DB는 중상위권 전력이라는 평가였다. 그런 예상은 빗나갔다. 시즌 막바지를 향해가는 현재 DB(27승15패)는 SK(26승15패)를 제치고 단독 선두다.

DB의 고공행진 뒤에는 군 복무 뒤 돌아온 가드 두경민(29)이 있다. 지난달 10일 복귀전을 치른 그는 경기당 평균 14.2 득점에 4.5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DB는 4라운드에서 9전 전승을 기록했다. 합류 직후 7연승을 이끈 그는 4라운드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16승13패로 5위였던 DB는 그가 합류한 뒤 11승2패를 기록하며 선두로 올라섰다. 최근 강원 원주의 DB 훈련장에서 그를 만났다.

두경민은 “발목 부상 여파로 100% 컨디션이 아니다. 좋아지고 있어 감독님 기대대로 코트를 휘젓는 역할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복귀 후 그의 활약 가능성은 의문이었다. 허웅(27)과 포지션(슈팅가드)이 겹치기 때문이다.

우려는 우려일 뿐이었다. 두경민은 공격을 조율하고 패스를 적재적소에 꽂는 포인트 가드 능력을 더해서 돌아왔다.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던 입대 전 시즌(2017~18 시즌) 평균 3.8개였던 어시스트가 올 시즌 4.5개로 늘었다. 노장 포인트 가드 김태술(36)에 의지하던 이상범(51) 감독으로선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두경민은 “(허)웅이가 잘하는 건 내 덕인데, 웅이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고 농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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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에서 다시 뭉친 두경민의 경희대 동기 김민구(왼쪽)와 김종규(가운데).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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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경민은 만족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진화하려고 노력한다. 최근에는 경기 기록지에서 득점보다 성공률을 더 주의 깊게 살핀다. 그는 “더 효율적인 농구를 하려면 확률이 중요하다. 많은 득점보다 몇 번 슛해 그만큼 넣었는지가 중요하다.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려면 세밀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 나아지기 위해 남들이 쉴 때도 코트에 선다. 대기만성형답게 힘들어도 슛과 드리블 연습을 추가로 해야 직성이 풀린다.

두경민은 또래보다 뒤늦은 중학교 2학년 때 본격적으로 농구를 시작했다. 대학(경희대)에 들어간 뒤에야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학창 시절에 욕심이 많아 ‘독종’ 소리 좀 들었다. 하루 네 차례 운동 때마다 1시간씩 일찍 나갔다. 대신 잠은 4시간만 잤다”고 소개했다. 이어 “늦게 시작해 기본기를 다지느라 화려한 것을 연습하지 못했다. 기본기가 있어야 자신감이 붙는다. 자신감이 없으면 아무리 가까운 거리, 좋은 찬스라도 슛을 못 던진다”고 말했다.

농구만 잘할 수 있다면 체면은 중요하지 않다는 게 두경민의 지론이다. 후배 허훈(25·KT)이나 김낙현(25·전자랜드)의 영상을 보며 슈팅과 패스 타이밍을 연구한다. 두경민은 “옛날 같으면 생각도 못 할 일인데, 지금은 후배라고 장점이 있으면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물론 대놓고 훈이나 낙현이한테 ‘너 보며 배웠다’라고는 안 한다”며 웃었다.

두경민에게는 든든한 코트의 지원군이 있다. 올 시즌 DB에 입단한 경희대 동기 김종규(29), 김민구(29)다. 셋은 대학 시절 ‘경희대 황금기’를 이끈 주역이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김종규가 1순위로 LG, 김민구가 2순위로 KCC, 두경민이 3순위로 DB 유니폼을 입었다. 이들은 6년 만에 다시 뭉쳤다. 두경민은 “우리는 눈빛만 봐도 안다. 골 밑에 공간이 생기면 바운드 패스를 하는데, 종규가 귀신처럼 받아서 덩크 한다. 민구가 수비하면 약한 쪽을 나도 모르게 커버한다. 대학 때 자주 하던 플레이”라고 전했다. 이어 “밥 먹을 때도 셋이서 너무 붙어 다녀 형들이 ‘좀 떨어지라’고 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최근엔 동료, 특히 후배들과 어울리려고 ‘특별한 노력’도 한다. 두경민는 “20대 초반 후배들은 말을 하도 줄여 알아듣지 못했는데, 요즘은 신조어도 많이 배웠다. 또 밥도 열심히 산다”고 자랑했다. 코트 밖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가족이다. 2018년 배우 임수현(31)과 결혼한 그는 지난달 득남했다. 그는 “아들이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시즌 중이라 몇 번 못 봤다. 그래서 더 애틋하다. 가장이 됐으니 분윳값을 벌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목표는 생애 첫 챔피언이다. 두경민은 챔피언결정전 준우승만 두 차례(2014~15, 17~18시즌) 했다. 그는 “MVP가 혼자 받는 거라면, 우승은 팬과 팀원 모두 함께 받는 거다. 시즌이 끝난 뒤 후회하지 않게 우승을 향해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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