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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풍운아' 김대우, '신무기' 커터 장착하고 마지막 불꽃 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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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타자->투수로 전향한 파란만장 인생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성민규 단장 조언에

커터와 투심 익혀 "후회없이 던져보겠다"

“단장님, 저는 이제 끝난 것 같습니다.”
작년 시즌 막바지에 2군 경기를 보러 상동 구장에 간 성민규 롯데 자이언츠 단장에게 김대우(36)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성 단장이 “그럼 이제 뭐할 거냐?”고 묻자 김대우는 “2군에서도 기회를 주지 않는다. 다시 대만에 가겠다”고 했다.

성 단장은 “공이 꽤 빨랐는데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다시 물었다. 김대우는 “너무 늦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그랬던 그가 절치부심하며 올 시즌을 힘차게 준비하고 있다.

조선일보

호주 캠프에서 공을 던지는 김대우 /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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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는 28일 열린 롯데 자체 청백전에서 4회 구원 등판했다. 최고 구속 150㎞ 직구와 140㎞ 커터, 130㎞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며 1이닝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았다. 선두 타자 허일을 2루 땅볼로 처리한 김대우는 지성준에게 예리한 슬라이더를 던져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정보근의 타구는 배트가 부러지며 유격수 땅볼로 처리됐다. 김대우의 묵직한 구위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새로 장착한 커터가 특히 돋보였다. 성민규 단장은 “김대우에게 좌타자 몸쪽 안으로 파고드는 커터를 익혀 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투수진이 무너지며 꼴찌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롯데에 김대우는 희망이 되어줄 수 있을까.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길을 걸어온 ‘풍운아’이기에 롯데 팬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기대를 걸고 있다.

김대우는 2002년 광주일고의 4번 타자 겸 에이스로 청룡기와 대통령배 정상에 오르며 초고교급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뛰는 대신 메이저리그 입성을 노리다가 실패하며 2007년 대만 리그에 진출했다.

대만 리그에서 뚜렷한 활약 없이 방출당한 김대우는 2008시즌부터 롯데 유니폼을 입고 투수로 뛰었다. 2009년 4월 25일 LG트윈스전에서 1군 데뷔전을 치렀지만,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5연속 볼넷이란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우고 2군으로 내려갔다. 2009~2010시즌 투수로 기록한 통산 성적은 3패.

고민 끝에 김대우는 2012시즌 글러브 대신 방망이를 잡았다. 한때 4번 타자로 기용되는 등 기대를 받았으나 선구안과 수비에 문제를 드러내며 주로 2군에 머무르는 신세가 됐다. 결국 2017시즌 중반 다시 투수로 돌아왔지만 이렇다 할 기록은 없다.

올해가 마지막이란 각오로 임한 김대우는 스프링캠프 기간 수훈 투수로 가장 많이 뽑힌 선수 중 하나였다. 성민규 단장은 “김대우의 직구가 구속은 좋았지만 ‘작대기’처럼 밋밋하게 들어가 공략이 쉬웠다. 그런데 이번엔 커터와 투심 등을 익히며 공 끝이 지저분해졌다. 올해 큰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방출이 되었어도 할 말이 없었다”던 김대우는 “작년 10월 교육 리그 때부터 커터를 던졌는데 타자들이 잘 못 맞혔다. 나만의 커터 그립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랗게 머리를 물들인 그는 “올 시즌엔 정말 후회 없이 던져보고 싶다”고 말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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