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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대회 언제나 열릴까…억세게 운나쁜 골프 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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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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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신인왕을 차지한 임성재(22·CJ대한통운)는 '남다른' 기록 하나를 세웠다. 35개 대회에 참가해 지난 시즌 PGA 선수 중 최다 출전 기록을 남긴 것이다. 임성재가 무리할 정도로 강행군한 이유는 체력적으로도 자신감이 있었지만 최대한 많은 코스를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말 원 없이 많은 대회를 뛰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PGA 신인들은 아무리 많은 대회에 출전해도 임성재의 절반도 넘기 힘들 전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줄줄이 취소 또는 연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즌이 언제 재개될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골프 세상을 한번 휘저어 보겠다는 큰 뜻을 품고 2020년을 맞은 프로골프 새내기들이 골프 역사상 '가장 운 나쁜 신인'들이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신인들의 무기는 패기 넘기는 도전정신과 베테랑 선수들의 경륜과 맞설 수 있는 젊은 체력이다. 이 두 가지 무기를 바탕으로 최대한 많은 대회를 뛰면서 상금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게 대부분 신인들의 전략이다. 임성재의 경우가 그랬다. 하지만 올해 신인들은 뛸 수 있는 대회가 줄어들면서 내년 시드를 기약하기조차 힘든 지경으로 몰리고 있다.

PGA 신인들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난해 9월 중순부터 새 시즌이 시작된 덕에 많은 대회를 뛴 경우 15개를 소화한 선수도 있다. 9개 대회를 뛴 빅토르 호블란(23·노르웨이)은 신인 중 유일하게 우승컵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투어 신인들은 대회가 재개되기만을 바라며 마냥 기다리고 있는 처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4개 대회만 진행됐고, 가장 많은 대회를 뛴 신인 선수라고 해야 3개가 최다 출전이다.

대회 출전에 대한 갈망으로 심지어 미니투어에 출전하는 선수마저 나오고 있다. 올해 LPGA투어에 데뷔한 헤일리 무어(미국)는 지난 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선시티의 선시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캑터스투어 12차전에 출전해 우승했다.

호주에서 열린 빅오픈에 딱 한 번 출전한 게 전부인 무어는 "집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는 이게 낫다 싶었다"고 출전의 변을 밝혔다. 캑터스투어는 출전 선수들에게 참가비를 걷어 대회 경비와 상금을 충당하는 미니투어다. 무어가 우승 상금으로 받은 돈은 2500달러에 불과하다.

미국 골프매체 골프위크가 2020시즌 LPGA투어 신인 19명 가운데 신인왕이 될 가능성이 큰 선수 5명을 선정해 소개한 바 있는데 무어도 그중 한 명이다. 골프위크는 무어 외에 하나금융그룹 후원을 받는 재미동포 노예림, 패티 타바타나킷(태국), 리오나 매과이어(아일랜드), 알반 발렌수엘라(스위스) 등 5명을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지목한 바 있다. 하지만 대회 수가 크게 줄어들면 실력보다 운에 신인왕이 좌우될 수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소 대신 연기를 택하는 LPGA투어 대회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일 미국골프협회(USGA)는 6월 열릴 US여자오픈을 12월 10일 개막으로 6개월 미루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3월 열릴 예정이던 KIA 클래식도 9월 24일로 개막 날짜를 변경해 개최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효성챔피언십만 치러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0년 신인들은 더 끔찍한 데뷔 해가 될 전망이다. 일정상 연기보다는 취소를 택한 대회가 많아서다.

현재까지 4개 대회만 취소를 결정했지만 앞으로 취소 대회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이번 시즌 KLPGA투어 슈퍼루키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유해란(19)은 효성챔피언십 이후 4개월 동안 대회 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유해란은 지난해 8월 초청 선수로 출전한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서 일찌감치 특급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유망주다. 삼다수 마스터스 우승 후 "(2020년은) 신인의 해이니 신인왕은 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던 유해란이지만 그 희망이 코로나19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 5월 시니어투어에 뛸 자격을 얻는 '시니어 루키' 최경주(50)도 운 나쁜 신인 중 한 명이 될 처지다. 코로나19 여파로 데뷔 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시니어 PGA챔피언십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원래 5월 19일 개막 예정이던 시니어 PGA챔피언십은 시니어 메이저 대회지만 연기 대신 취소를 택했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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