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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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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사상 첫 최단신 선수가 '최고 연봉'…BNK 가드 안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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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64㎝로 연봉 상한선 3억원에 도장…박혜진 등과 '공동 연봉퀸'

"팀 동료 잘 만난 덕…저도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더 노력할래요"

연합뉴스

올스타전 때 리그 최장신 박지수와 나란히 앉은 안혜지(왼쪽).
[WKB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농구는 신장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이라는 농구계 격언이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농구에서 '키'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주위에서 키가 큰 사람에게 '농구 선수냐'고 물어보는 경우는 있어도 '축구 선수냐'라거나 '배구 선수냐'라고는 잘 안 묻는 이유는 농구에서 키의 중요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0-2021시즌 여자프로농구에서는 리그 최단신 선수가 최고 연봉을 받게 됐다.

주인공은 부산 BNK의 주전 가드 안혜지(23)다.

프로필상 키가 164㎝인 안혜지는 2019-2020시즌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등록 선수 가운데 최단신이다.

안혜지 외에 부천 하나은행 강계리, 인천 신한은행 김애나, 아산 우리은행 신민지가 164㎝로 키가 같아 네 명이 공동 '최단신 1위'를 기록했다.

안혜지는 지난 15일 소속팀 BNK와 자유계약선수(FA) 협상을 벌인 끝에 연봉 3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현재 WKBL 연봉 상한선이 3억원이기 때문에 안혜지는 박혜진, 김정은(이상 우리은행) 등과 함께 2020-2021시즌 '공동 연봉퀸' 자리에 오르게 됐다.

아직 계약하지 않은 리그 최장신 선수 청주 KB의 박지수(22·198㎝)도 지난 시즌에 이어 3억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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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신 박지수 앞에서도 레이업을 시도하는 안혜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1998년 출범한 여자프로농구에서 리그 최단신 선수가 최고 연봉을 받은 것은 올해 안혜지가 처음이다.

WKBL에서는 2002년부터 최고 연봉 기록을 집계했는데 '바스켓 퀸'으로 불린 정선민(185㎝) 전 신한은행 코치나 역대 최장신 하은주(202㎝)처럼 장신 선수들이 주로 최고 연봉의 영예를 누렸다.

160㎝대 선수로는 김영옥(168㎝)이 2007년에 최고 연봉을 받은 사례가 유일하다. 하지만 당시 김영옥이 리그 최단신 선수는 아니었다.

남자프로농구 역시 서장훈(207㎝), 김주성(205㎝) 등 2m가 넘는 선수들이 최고 연봉 1위 자리에 오른 경우가 많았고, 리그 최단신의 최고 연봉은 나온 적이 없다.

안혜지는 29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제가 잘해서 (최고 연봉을) 받았다기보다 동료 선수들을 잘 만났고 운도 좋았다"며 "받아도 되나 싶은 부담도 있고, 또 이왕 계약했으니 그만큼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도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근 2년 연속 어시스트 부문 1위를 차지한 안혜지는 2019-2020시즌에는 평균 어시스트 7.7개를 배달해 여자프로농구가 단일리그로 치러진 2007-2008시즌 이후 최다 기록을 수립했다.

이는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 이미선 삼성생명 코치 등 여자농구의 '전설'로 불리는 선수들의 기록을 뛰어넘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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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지의 경기 모습.
[WKB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 동주여고 출신인 안혜지는 부산 대신초등학교 3학년부터 농구를 시작했다.

그는 "선생님이 농구 선수를 모집한다고 교실을 돌아다니셨는데 저는 그때도 키가 작아 맨 앞에 앉아 있었다"며 "선생님이 '키 큰 애들 나와보라'고 하셨지만 어떻게 저도 뽑히게 됐다"고 농구와 처음 인연을 맺은 때를 회상했다.

"아마 운동을 잘할 것처럼 생겨서 그랬나 보다"라며 웃은 안혜지는 "처음엔 집에서도 반대하셨는데 제가 새벽마다 엄마에게 손편지를 써서 2주일 만에 허락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연봉 1억원에서 3억원으로 껑충 뛴 그는 "이렇게 받게 되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고, 지금도 그렇다"며 '처음에 농구를 반대하셨던 어머니도 좋아하시겠다'는 말에는 "안 좋아하시지는 않죠"라고 수줍은 듯이 답했다.

"운동할 것처럼 생기셨는데 무슨 운동을 하느냐"고 묻는 주위 사람들에게 '농구'라고 답하면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는 안혜지는 "그래도 농구 선수가 아니라면 제 키가 일반인 평균은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어머니도 그렇고 주위에서 (연봉 기사에 달린) 댓글은 보지 말라고 하더라"며 "그런 부분에서 (최고 연봉을 받은 것에 대해) 후회가 되기도 한다"고 씁쓸해하기도 했다.

일부 팬들이 안혜지가 김정은, 박혜진, 박지수 등 국가대표에서도 주축을 이루는 선수들과 같은 연봉을 받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악성 댓글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안혜지는 "저도 이 정도라고는 생각 안 한다"고 흔쾌히 인정하며 "그만큼 역할을 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죠"라고 다짐했다.

또 "이런 일도 한 번 겪어봐야 돈 무서운 줄 알게 되지 않겠느냐"며 "지금은 다음 시즌 3억원 가치를 할 수 있게 하자는 생각뿐"이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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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 선수들 사이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안혜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실 그는 단신의 핸디캡을 메우기 위해 지난 시즌 슈팅 연습을 하루 900개에서 1천개씩 하는 등 말 그대로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 덕에 3점슛 성공률이 2년 전 11.1%에서 이번 시즌 36.2%(3위)로 수직으로 상승했고, 출전 시간도 평균 37분 16초를 기록해 최단신인 그가 6개 구단 선수들을 통틀어 1위에 올랐다.

BNK 구단 관계자는 "원래 30일 오후부터 소집인데 (안)혜지는 27일부터 들어와 혼자 연습을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마음 정리도 좀 하고, 운동도 하려고 일찍 들어왔다"며 아무렇지 않다고 답하는 안혜지에게 "농구도 잘하지만, 공부나 다른 뭘 했어도 잘했겠다"고 성실한 자세를 칭찬하자 그는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라며 '똑순이'답게 답했다.

email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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