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감독.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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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불펜 투수들의 혹사 논란은 매년 끊이질 않는다. 올해는 KT 구원 투수 주권(25)이 화두에 올랐다. 주권은 지난달 30일까지 KT가 치른 48경기에서 절반이 넘는 27경기에 출격해 28.1이닝을 소화했다. 중간 계투로만 던진 투수 중 최다 출전과 최다 이닝이다.
올해 3연투는 단 한 차례도 없었지만 문제는 팀이 앞설 때 등판하는 필승조 임무에 국한되지 않고 접전에서 지고 있을 때도 마운드에 올랐다는 점이다. 이에 팬들은 ‘혹사 아니냐’고 문제를 삼았다. 이강철 KT 감독도 논란을 의식한 듯 “상대 불펜을 보고 포기할 수 없는 경기면 주권을 써야 한다”며 “질 수는 없기 때문에 계속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허문회 롯데 감독은 마무리 김원중(27)을 아껴도 너무 아낀다는 지적에 곤욕을 치렀다. 특히 지난달 18~19일 키움전, 20일 KT전에서 3경기 연속 끝내기 패배를 당할 때 가장 믿을 만한 카드인 김원중을 한 차례도 투입하지 않은 걸 두고 말들이 많았다. 당시 허 감독은 “시즌은 길다”면서 “마무리 첫 시즌인 김원중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관리 야구’ 원칙을 지키면 장기적으로 팀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었다.
현대 야구에서 사령탑들은 3연투를 지양한다. 불가피하게 3연투 시킬 경우엔 그 투수에게 휴식을 준다. 그럼에도 특정 투수가 너무 많이 등판한다 싶으면 ‘혹사 논란’ 얘기가 꼭 나온다. 이는 혹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선수들을 직접 지도하는 현장과 한발 떨어져 바라보는 팬들의 판단 기준도 달라진다.
선수마다 신체 특성이 달라 어떤 게 정답이라고 할 수 없지만 보통 현장에서는 롱릴리프를 제외한 불펜 투수의 합리적인 투수 운용 기준을 최대 72경기로 보고 있다. 144경기를 기준으로 5할 승률을 거두면 72승이 되기 때문이다. 이닝은 가급적 등판한 다음 이닝까지 맡기지 않고 1이닝으로 끊으려고 한다.
지난 시즌 막판까지 1, 2위 경쟁을 했던 두산과 SK의 불펜 투수들도 기준선 안에서 한 해를 마무리했다. 2019년 SK 최다 등판 불펜 투수 서진용은 72경기 68이닝, 김태훈(이상 SK)은 71경기 69.2이닝을 소화했다. 두산은 윤명준이 69경기 68.1이닝, 이형범이 67경기 61이닝을 책임졌다.
현장 감독들은 각 팀의 핵심 구원 투수들의 등판 시 피로도나 몸 상태 등을 철저히 점검해 투입한다고 하지만 팬들의 생각은 또 다르다. 특정 선수에게만 의존하면 그 선수는 결국 부상 등 탈이 날 것이 우려된다. 지난 시즌 장정석 전 키움 감독이 불펜을 운영한 것처럼 필승조, 추격조를 구분하지 않고 선수를 폭넓게 활용해도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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