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열린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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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7일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러북 군사협력으로 인한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실효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실효적 대응 방안'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줄곧 무기 지원을 요청해온 만큼 그에 상응하는 내용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쟁 종식을 원하는 '트럼프 2기' 정부와의 한미관계를 고려하면 선뜻 무기를 내줄 수 없어 윤 대통령이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루스템 우메로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특사단은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윤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어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차례로 만났다. 우메로프 특사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황과 북한 파병군 동향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면서 "전례 없는 위기에 대응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EU) 회원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국과 안보협력을 확대해가고 있다"며 "한국과의 제반 협력을 강화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양국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북러 간 무기·기술 이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는 우리 정부에 155㎜ 포탄을 비롯한 살상무기와 방공시스템 전력 등을 요청해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무기 요청은) 우리 대표가 방한할 때 이뤄질 예정"이라며 "우리는 정말로 도움 받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정부는 인도적 지원과 재건사업 참여 의지를 밝히면서도 무기지원은 신중했다. 지난해 5월 젤렌스키 대통령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방한할 당시 "러시아군이 키이우에서 퇴각하면서 많은 지뢰를 매설해 민간인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지뢰제거 장비와 의료용 구급차를 요청했다"며 "그 부분을 우선 검토해 신속하게 지원할 생각"이라고 살상무기 지원에는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달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났고, 두 달 뒤 비밀리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하면서도 어디까지나 지원 품목은 방탄복, 헬멧 등 방어무기에 그쳤다.
그러나 북한의 러시아 파병 이후 윤 대통령 발언 수위가 높아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는데 더 유연하게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검토해 나갈 수 있다"고 뉘앙스가 달라졌다. 이달 7일 기자회견에서는 "북한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지원 방식을 바꿔 나갈 것"이라며 "무기지원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이전에 비해 한층 전향적인 메시지를 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앞서 중장으로 진급한 장군들에게 삼정검 수치를 수여하는 자리에서도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을 넘어 대규모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하며 대한민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앞으로 1만2,000여 명의 참전 북한군이 100만이 넘는 북한군 전체에 실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만큼, 군의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측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대외협력실장은 "트럼프 당선자의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 기조를 무시할 수 없고 (트럼프 2기 정부와) 정확한 교감이 없이 정부가 움직이기엔 조심스러운 입장일 것"이라며 "또 섣불리 움직였다가 북한에 파병 정당성과 명분을 주는 등 전략적 우위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어 고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의 무기지원 요청을 마냥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2년을 훌쩍 넘긴 전쟁 기간 동안 누차 우크라이나에 대해 강한 지지와 연대를 표명해왔다. 특히 '제2의 마셜플랜'에 비견되는 향후 재건사업의 막대한 규모를 고려하면 한국도 일정 부분 전쟁 수행에 기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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