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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달라지지 않은 체육계, 최숙현 선수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ST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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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투데이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 /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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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체육계 적폐 청산을 부르짖은지 2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고질적인 병폐는 그대로 남아 있었고, 죄 없는 선수는 세상을 떠났다.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최숙현 선수가 소속팀 지도자, 선배 선수들의 가혹행위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전 소속팀 경주시청의 지도자와 팀 닥터, 선배들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과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소속팀을 옮긴 최 선수는 올해 2월 경주시청 감독과 팀 닥터, 일부 선수들을 고소했다. 또한 4월에는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등에도 피해사실을 신고하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진정서를 제출하고 두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실효성 있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마음앓이를 한 고인은 결국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유족과 최숙현 선수의 지인들은 고인의 억울한 사정을 알리며,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번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진상규명과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왜 우리 체육계는 미리 사건을 예방하지 못하고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난 뒤에야 뒤늦게 수습에 나서고 있냐는 점이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의 용기 있는 고백 이후, 체육계의 병폐가 드러나자 많은 사람들은 이제는 체육계의 적폐를 청산하고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대한체육회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강도 높은 개혁을 약속하며 인권 보호와 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개혁의 대상이 돼야 할 대한체육회가 자신들이 져야 할 책임은 지지 않고 개혁을 외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선수들을 향한 가혹행위를 막고 예방해야 할 소속팀은 이를 방관했고, 지도자는 오히려 가혹행위에 앞장 섰다. 대한체육회가 그동안 외친 체육계 개혁, 적폐 청산은 공허한 메어리가 됐다.

    지난 4월 폭력신고를 접수한 대한체육회는 최 선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난 뒤에야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서 대한체육회는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가 지난 4월8일 고 최숙현 철인3종 선수로부터 폭력신고를 접수했고, 피해자의 연령과 성별을 감안해 여성 조사관을 배정하고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면서 "현재 해당 사건은 경주경찰서의 조사가 마무리 돼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으로 송치됐으며, 6월1일 대구지방검찰청으로 이첩돼 현재 대구지방검찰청에서 조사 중"이라고 그동안의 과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자체적인 조사와 대처에 대한 설명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한체육회는 또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해 사건 조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7월9일 예정)를 통해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또한 해당 사건에 대한 미온적인 대처나 은폐의혹에 대해서도 클린스포츠센터 및 경북체육회 등 관계기간의 감사 및 조사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지금이 아닌 두 달 전에 먼저 취해졌었다면 최숙현 선수가 스스로 세상을 떠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선수를 보호해야 할 대한체육회는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방관자에 불과했다.

    언제까지 사후약방문식의 대처만 계속할 것인가? 대한체육회가 지금처럼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다면 앞으로도 체육계 병폐에 희생되는 피해자들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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