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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종목 '폭력 미투' 걱정에 덜덜…오픈 시스템 개혁해야[체육계 폭력근절, 마지막 기회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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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고(故) 최숙현 선수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 생활을 한 동료선수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동호인 사이에서도 SNS에서 이미 소문났는데 그걸 은폐하려고 했다는 게 이해가….”

최근 철인 3종 동호인 A씨는 본지에 이렇게 말하면서 고 최숙현의 죽음을 은폐하려다시피 한 경기단체 및 관계기관 처사에 분노했다. A씨에 따르면 고인이 사망한 지난달 26일 직후 동호인과 협회 및 종목 관계자 사이에서는 관련 얘기가 오갔다. 하지만 지난 1일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이 고 최숙현 사태를 언급하며 가해자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 전까지 미디어와 대중은 인지하지 못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철인3종경기협회 관계자가 고인의 장례식장을 방문했으나 외부엔 함구했고 아무런 재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용 의원은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협회 관계자가 당시 장례식장에서 고인 부모에게 사죄도 하고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언급해야 했는데 전혀 그런 게 없었다”며 “해당 지역의 (종목) 관계자부터 쉬쉬하고 (보도를) 막은 것도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중과 소통을 화두로 하고, 미디어와 주요 사안을 공유하는 프로 종목과 다르게 아마 대회를 관장하는 대한체육회 가맹단체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고 최숙현 사태가 뒤늦게 알려진 것도 내부적으로 은폐가 가능한 ‘오픈 시스템 실종’에서 비롯됐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철인 3종처럼 흔히 국내에서 비인기 종목을 다루는 가맹단체일수록 더욱더 이러한 현상이 짙다. ‘스포츠선진국’을 자부하고 갈수록 가맹단체 사무국을 지망하는 이들도 고학력자 또는 전문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행정과 예스러운 소통법 등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이번 사태가 불거진 뒤 대한체육회 다수 가맹단체는 조용히 내부 실태를 살피는 분위기다. 이른바 ‘폭력 미투’를 우려해서다. B종목 관계자는 “충분히 다른 종목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어서 윗선에서도 예민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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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철인3종협회가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의 가해자들로 지목된 감독과 선수들에 대한 징계를 결정할 스포츠 공정위원회를 열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주요 아마 종목은 갈수록 동호인을 중심으로 전문화하고 바라보는 눈높이. 참여 기회가 확대됐다. 일부 종목은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언론(미디어)담당관 또는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를 별도 배치한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신뢰를 쌓고 더 나아가 종목의 미래 지향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가맹단체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꺼내면서 한마디로 “그런 일까지 할 인력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본질은 다르다. C종목 관계자는 “대부분 경기단체는 외부의 관심을 간섭이라고 여긴다. 골치 아픈 일 만들지 않고 조용히 ‘우리끼리’ 문화가 여전하다”며 “심지어 어느 직원이 미디어와 개별 소통했다가 혼난 적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단체들이 고 최숙현 사태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자 뒤늦게 내부 단속을 하고 ‘폭력 미투’를 걱정하는 우스운 상황이다.

여러 체육인 및 관계자는 아마 종목도 기본적인 ‘오픈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마인드가 탑재돼 있지 않으면 주요 사안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일종의 ‘침묵의 카르텔’을 깨뜨리지 못한다는 얘기다. 고 최숙현의 죽음을 세상에 알린 이용 의원도 동의했다. 그는 “질타받을 사안이더라도 떳떳하게 밝히고 사후 대책을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 향후 경기 단체가 (대중, 미디어와) 소통하는 창구를 확실하게 만드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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