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사건에도 故 최숙현 선수 보호 못 해
2020년 2월 14일에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2020 정기대의원 총회 회의록 |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대한철인3종협회가 가혹행위를 주장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이 불거지기 4개월 전에 성추행한 감독을 영구제명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철인3종협회는 올해 2월 14일, 2020 정기대의원 총회를 열고 '지도자 스포츠폭력사건 경과'를 알렸다.
협회는 미성년 선수를 성희롱하고 성추행한 체육고등학교 감독을 영구제명하기로 한 스포츠공정위 심의 결과를 대의원에게 보고했다.
앞서 협회 스포츠공정위는 2019년 9월 25일 미성년 선수를 성희롱, 성추행한 감독에게 영구제명 징계를 결정했다.
협회는 당시 가해자에게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징계를 내렸지만, 재발 방지는 하지 못했다.
정기대의원 총회가 열린 지 4개월 뒤 최숙현 선수는 세상을 떠났다.
협회는 당시 성추행 감독 징계와 관련해 "해당 감독이 이의 신청을 했으나 (2019년) 11월 26일 공정위를 재개최해 영구제명을 재의결했다"고 밝혔다. 회의록에는 "성폭력은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하는 부분도 나온다.
하지만, 협회는 '진행 중이었던' 고 최숙현 선수 관련 문제에는 미온적이었다.
대의원 총회가 열리기 전에, 협회는 최숙현 선수가 "전 소속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걸 알고 있었다.
협회는 가해 혐의자인 김규봉 감독에게 사실 확인만 요청한 뒤, 추가 조사를 하지 않았다.
회의록을 보면 당시 협회는 고 최숙현 선수가 제기한 가혹행위보다 지난해 9월 29일 열린 대회에서 동호회 참가자가 사망한 사건에 집중하고 있었다.
당시 사건을 조사한 경찰이 '무리한 경기 진행으로 인한 사고'로 판단하고 협회 관련자들을 검찰에 송치한 상태였다.
스포츠공정위 출석하는 장 모 선수 |
협회는 고교 감독의 미성년 선수 성추행 사건을 겪고, 가해 혐의자를 중징계했다. 그러나 여전히 존재하는 추가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는 안일했다.
협회는 최숙현 선수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가해 혐의자인 김규봉 감독과 핵심 여자 선배를 영구제명하고, 남자 선배는 10년 자격정지 처분했다.
이번에 협회는 외부 기관에 실업팀, 중고교 선수 등 관계자 150명의 전수조사를 의뢰하며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고 최숙현 선수의 유족은 "2월부터 6월까지 수사기관, 트라이애슬론 관련 단체에 신고하고 호소했지만,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 빠르게 움직였다면 숙현이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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