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김연경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제천=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이 컵대회에서 강력한 예방주사를 맞았다.

흥국생명은 5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벌어진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결승에서 GS칼텍스에 세트 스코어 0-3으로 졌다.

11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 '배구 여제' 김연경이 있었기에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말이 나온 대회였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조별 리그부터 순위 결정전, 준결승까지 4경기 연속 무실 세트의 압도적인 질주를 펼쳤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가장 중요한 결승에서 무너졌다. 김연경은 결승전에서 13점을 올렸지만, 공격 성공률은 28.57%에 그쳤다.

흥국생명은 강소휘, 안혜진 등을 앞세운 GS칼텍스의 날카로운 서브에 경기 내내 리시브가 흔들렸다.

라이트 루시아 프레스코(등록명 루시아)가 이날 결승전만큼은 좋은 컨디션을 보였지만 세터 이다영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레프트 김연경과 이재영에게 공격을 의존했다.

흥국생명의 레프트 공격 점유율이 높다는 점은 다른 사령탑들도 눈여겨본 대목이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이 이를 놓칠 리 없다.

GS칼텍스는 이재영에게 집중적인 목적타 서브를 구사한 동시에 김연경과 이재영이 뛰어오를 때마다 블로커들을 2∼3명 붙였다.

아무리 '월드 클래스'인 김연경이라고 해도 눈에 뻔히 보이는 공격으로 국내 최장신 선수인 메레타 러츠(206㎝)와 문명화(189㎝) 등의 높은 블로커들을 뚫기는 쉽지 않았다.

블로커들의 허를 찌르는 연타 공격은 GS칼텍스 선수들이 몸을 던져 막아내면서 김연경의 공격은 무력화됐다.

김연경이 상대의 집중 견제에 막히고 이재영마저 저조한 컨디션을 보인 탓에 흥국생명은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쌍포'로 활약한 김연경과 이재영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 경기였다.

흥국생명은 이번 대회를 통해 수비 조직력 강화는 물론 공격 루트 다변화에 대한 숙제를 안게 됐다.

박미희 감독은 경기 후 "처음부터 끝까지 GS칼텍스 선수들이 공수 양면에서, 그리고 분위기 면에서 앞섰던 것 같다"라고 패인을 분석했다.

이어 "보완점은 정말 많다. 기본적으로 경기를 놓쳐 너무 아쉽지만, 이 아쉬움이 좋은 약이 됐으면 한다. 시즌이 한 달 정도 남았는데 오늘이 헛되지 않도록 시즌 준비를 잘하겠다"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김연경과 이재영을 상대가 집중적으로 마크할 때 반대편에서 점수가 나와줘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좀 아쉽다. 세터 이다영과 루시아가 서로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감독은 "사흘 정도 쉬고 다시 시작하려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고 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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