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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한국 축구' 파울루 벤투와 대표팀

벤투號 vs 김학범號… ‘형·아우 태극전사’ 맞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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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24년 만에 국가대표팀·올림픽대표팀 경기

코로나 탓 국가 간 A매치 어려워

축구협회, 팬들 위해 아이디어 내

벤투 감독, 유럽 스타일 축구 접목

김학범 감독, 능수능란한 용병술

색깔 다른 두 사령탑 전술 주목

세계일보

파울루 벤투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왼쪽 사진 두 번째)이 특별전 준비를 위한 대표팀 소집 첫 날인 지난 5일 경기도 파주 NFC에서 대표팀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파주=뉴스1


국가대표팀의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은 축구팬들뿐 아니라 온 국민의 눈이 붉은 옷을 입고 그라운드를 뛰는 ‘태극전사’들에게로 향한다. 사실상 한국 축구의 이름으로 펼쳐지는 축제일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 축제가 벌써 9개월 이상 열리지 못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가 간 A매치를 치르기가 쉽지 않아진 탓이다. 오랫동안 멈췄던 한국 축구의 맥박을 다시 뛰게 하기 위해 대한축구협회가 내놓은 아이디어가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간의 맞대결이다. 1996년 이후 무려 24년 만에 형과 아우의 한판 대결이 마련된 것이다. 9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1차전이 열리고, 12일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이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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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간의 특별전 1차전을 하루 앞둔 8일 경기도 파주 NFC에서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1, 2차전 합계 스코어로 승리한 팀이 자신들의 이름으로 코로나 극복을 위한 기부금 1억원을 기부하는 등 승자와 패자를 가리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해외팀과 벌이는 A매치보다는 승부의 긴장감은 덜할 수밖에 없다. 대신 한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를 한꺼번에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경기다.

여기에 확연히 색깔이 다른 두 팀 사령탑이 흥미를 더한다.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은 자신의 축구 철학을 고집스럽게 밀고 가는 남자다. 유로2012에서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고 4강 진출의 성과를 만들어냈던 그는 2018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뒤 후방 빌드업과 점유를 중심으로 한 유럽 스타일 축구를 끈질기게 한국 축구에 접목해왔다. 이 과정에서 다소 삐걱거림도 있었지만, 역습에 치중해왔던 한국 축구가 벤투 감독을 통해 변화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도 “이번 소집은 우리의 철학과 방식을 복습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자신의 축구가 변함없음을 확인했다. 벤투 감독의 특별 요청으로 올림픽대표팀에서 국가대표팀으로 수혈된 원두재(울산), 이동준(부산) 등과 김지현(강원) 등 새 얼굴들이 국가대표팀 스타일에 어떻게 적응해나갈지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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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오른쪽 사진 가운데)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선수들이 훈련에 나서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파주=뉴시스


벤투 감독이 자신만의 철학을 고집스럽게 풀어나가는 우직함이 돋보이는 사령탑이라면 김학범 감독은 상황에 맞춘 능수능란한 용병술로 팀을 이끄는 선장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전설적 명장 알렉스 퍼거슨을 빗댄 ‘학범슨’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 2018년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치밀한 분석으로 최적의 전술을 짜낸 뒤 팀 전력 전원을 모두 활용해 경기력을 극대화하는 특유의 능력으로 그해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올해 초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우승까지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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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의 훈련 모습. 파주=뉴스1


김 감독이 이번 경기를 위해 공격수를 집중적으로 선발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김대원(대구), 조규성(전북), 조영욱(서울), 오세훈(상주), 엄원상(광주)과 이번에 처음 선발한 송민규(포항) 등 다수의 공격자원이 이번 명단에 포함됐다. 화력전으로 대표팀에 맞불을 놓아보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특히, 공격진 대부분이 현재 K리그1에서도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어 이들이 선배들에게 주눅 들지 않고 특유의 스피드와 활동량을 보여준다면 “아우도 꽤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김 감독의 말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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