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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주니치가 꿈이던 소년 이정후, 이젠 더 큰 무대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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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불과 3년 전 이야기다. 이정후(23·키움)을 인터뷰하던 도중 그의 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FA자격을 얻어 해외 진출이 가능해지면 어느 팀에서 뛰고 싶은지를 물었다. 이정후는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두 번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짧고 굵은 대답이 돌아왔다. "주니치 드래곤즈요."

매일경제

이정후의 원래 꿈은 주니치 드래곤즈에 입단하는 것이었다. 사진=MK스포츠 DB


주니치는 한국에서 그다지 인기가 좋은 팀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팀도 아니다.

일본내 입지도 그리 크지 않다. 굳이 팀을 나누자면 스몰 마켓 팀에 가깝다. 투자를 아주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외국인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쓰는 구단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정후는 왜 주니치를 언급했던 것일까.

아버지의 못다 한 꿈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실패를 아들로서 만회하며 명예를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주니치는 한 때 우리에게 대단히 익숙한 구단이었다. 국보급 투수 선동렬을 비롯해 야구 천재 이종범, 삼손 이상훈 등이 동시대에 활약했던 팀이다. 당시엔 주니치가 일종의 국가대표 팀이었다.

선동렬과 이상훈은 주니치서 성공을 거뒀다. 선동렬은 마무리로, 이상훈은 필승조로 활약하며 팀을 리그 우승(1999년)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이종범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첫 해 나름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었지만 오른 팔뚝에 몸에 맞는 볼을 맞은 뒤 하락세를 그렸다. 이후 몸쪽 공에 대한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저 그런 수준의 선수로 떨어지고 말았다.

한국 최고 라고 불리던 유격수 수비도 기존 선수들에게 밀려 외야로 나가야 했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이종범의 머리엔 500원짜리 동전만한 스트레스성 탈모가 곳곳에 생겼었다.

다시 한국에 돌아와 맹활약하며 명예를 회복했지만 주니치 시절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 남아 있었다.

그런 아빠의 마음을 어린 이정후는 헤아리고 있었다. 자신이 꼭 야구 선수로 성공해서 주니치에 입단, 아버지의 못 다한 꿈을 해결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정후가 주니치를 콕 집어 뛰고 싶은 팀이라고 말했던 이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이정후의 꿈의 크기도 조금씩 커져갔다. 선배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바라보며 꿈의 사이즈가 달라졌다. 메이저리그서 뛰어 보고 싶다는 의욕이 생긴 것이다.

이정후는 "원래 주니치에서 뛰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메이저리그에서 뛰어 보는 것이 목표가 됐다. 일단 한국에서 제일 잘 하는 선수가 돼야 한다. 한국에서 인정받은 뒤 기회가 된다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꿈은 오래지 않아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메이저리그에서 이정후를 바라보는 시선이 매우 뜨겁고 강렬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이정후를 높게 평가한다는 것은 기사로 여려차례 소개된 바 있다. 빠르면 3년 후엔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려볼 수 있는 이정후다.

그 나이 또래에 지금의 기량을 잃지 않는다면 대단히 좋은 대우를 받으며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이정후의 꿈도 그의 실력과 함께 조금씩 더 커지고 있는 중이다. 이제 일본을 넘어 메이저리그까지 목표로 삼을 수 있는 선수로 성장했다. 그 가능성이 높기에 꿈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조금씩 꿈도 커지고 현실에 가깝게 만들고 있는 이정후다. 매일 꾸준하게 성장해 가는 이정후를 바라보는 것이 즐거운 이유다. butyou@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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