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프로야구 SK가 신세계그룹에 매각된다. 사진은 지난해 5월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관중석에 ‘무 관중’ 캐릭터가 설치된 모습.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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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업 SK텔레콤 “협의 완료되는 대로 설명”…매각 추진 사실 인정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오프라인 체험형 공간으로 야구단 운영 관심
1999년 쌍방울 인수 후 재창단 ‘SK 왕조’ 구축…‘역사 속 퇴장’ 눈앞

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신세계그룹에 매각된다. 2007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줄곧 상위권을 유지했던 SK는 지난해 9위의 아픔을 딛고 새 출발을 위해 사장, 단장, 감독이 모두 바뀌는 변화를 꾀했지만, 아예 팀 자체가 바뀌게 됐다.

SK 와이번스의 모기업 SK텔레콤은 25일 야구단 매각 추진 사실을 인정했다. SK텔레콤은 이날 “프로야구를 비롯한 한국 스포츠의 발전 방향에 대해 신세계그룹 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소상히 설명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SK 와이번스 매각은 예상 밖의 일이다. 구단 프런트는 물론 선수단 내부에서도 공식 발표 전까지 매각 추진 사실을 알지 못했다.

SK는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가 경영난으로 흔들리자 이를 인수해 재창단하는 방식으로 2000년 인천을 연고로 창단됐다. 2007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SK는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등 ‘SK 왕조’를 이뤘다.

SK는 2018년 다시 한번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등 명문팀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시즌 김광현이 메이저리그로 떠나는 등 팀 전력의 밸런스가 급격하게 무너지면서 9위에 머물렀지만 사장, 단장, 감독이 모두 바뀌면서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FA 내야수 최주환과 4년 최대 46억원에 계약했고, 불펜투수 김상수도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으로 영입하며 전력 강화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잔뜩 벼른 새 시즌, 스프링캠프를 5일 남겨둔 상황에서 구단 매각 소식은 야구계 전체에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SK 와이번스 매각은 SK텔레콤 내부의 스포츠단 운영 관련 인식 변화와 맞물린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지난해 e스포츠 팀인 T1의 운영도 해외회사와 조인트 벤처 형식으로 만든 법인에 넘겨 구단 이름에서 SK텔레콤을 뺐다. SK 와이번스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구단 수입이 줄어들며 자금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1시즌 모기업 지원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자체 비용 축소에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신세계가 야구단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오면서 매각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 이마트를 경영하는 정용진 부회장은 오프라인에서 누릴 수 있는 체험형 공간에 대한 관심이 컸고, 이 맥락에서 야구단 운영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SK 와이번스가 지난해 10월14일 민경삼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는 점에서 매각 관련 논의는 그 이후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매각 협상 중에 대표를 교체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해석했다.

매각 협상이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에서 2021시즌 개막은 SK 와이번스가 아닌 신세계 이마트의 이름으로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구계 관계자는 “매각 협상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시즌 중반 팀 이름이 바뀌는 것은 매각, 인수 측 모두에게 좋지 않다”며 “이미 구단 명칭 변경 등과 관련해 시간표가 만들어졌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매각 관련 협의가 진행되는 과정이어서 구체적 인수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두산그룹 채권단이 지난해 두산 베어스의 매각 금액을 약 2000억원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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