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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로컬 룰 논란? 배구는 고스톱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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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4일 한국전력전 도중 심판의 포지션 폴트 판정에 항의하는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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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우리카드는 25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한국전력 경기(24일)에서 일어난 오심에 대한 문제 제기 공문을 보냈다. 심판이 포지션 폴트를 지적하지 않은 걸 문제 삼았다.

배구에서 로테이션은 매우 중요한 경기 운영체계다. 코트 안의 6명 선수가 한 자리에서만 플레이하지 않는 게 골자다. 서브 선수가 바뀌면, 랠리 시작 전에 자리도 바꿔야 한다. 특정 선수의 이른바 ‘몰방’ 공격이나 수비를 막고, 다양한 전술 구사를 유도하기 위한 규칙이다. 규정된 위치를 지키지 않으면 포지션 폴트가 돼 상대 득점이다.

로테이션에 따라 규정된 위치에 있던 선수도 서브가 들어가면 재빨리 자신의 주 포지션으로 이동한다. 예컨대 세터의 경우 로테이션에 따라 후위에 가 있더라도, 재빨리 네트 쪽 토스하는 위치로 간다. 리시브를 위해 뒤로 빠져있던 선수도 자신의 역할에 적합한 위치로 자리로 옮긴다.

국제배구연맹(FIVB) 규정에 따르면 자리를 옮길 수 있는 건 정확히 서버가 공을 때리는 순간부터다. V리그에서는 서브를 위해 공을 공중에 띄우는 순간 이동하는 경우가 잦다.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면 포지션 폴트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전력은 로컬 룰 기준으로 적용해도 명백한 포지션 폴트를 했다.

26일 흥국생명-GS칼텍스 전에서 ‘로컬 룰(local rule)’ 적용이 화두가 됐다. 3세트에 흥국생명 김연경이 쳐내기 공격으로 점수를 뽑았다. GS칼텍스 측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공은 블로커 손에 맞고 김연경 쪽으로 밀린 뒤 밖으로 나간 것처럼 보였다. 결국은 판정은 뒤집혔다.

국내에서는 통상적으로 공에 마지막으로 맞은 사람이 누군지를 따진다. 김연경은 “로컬 룰이 있는 줄 몰랐다. 국제대회나 해외리그는 공격자 우선으로 규칙을 적용한다. 애매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로컬 룰을 적용할 때가 있다. 인·아웃 판정이 대표적이다. FIVB 규정에 따르면 접지 면이 조금이라도 라인을 걸치면 인으로 판정한다. 비디오 판정에 호크아이 기술을 적용하기에 가능하다. V리그는 비용 문제로 중계화면을 사용한다. 카메라 각도나 위치에 따라 판정이 달라질 수 있어 라인 안쪽을 기준으로 삼는다. V리그가 처음으로 도입한 비디오 판독처럼 로컬 룰이 국제 룰이 될 수도 있다.

KOVO도 문제점을 알고 있다. 26일에는 이례적으로 규칙 설명회까지 열었다. FIVB 국제심판 출신으로 지난달 취임한 김건태 경기운영본부장이 직접 나섰다. 김 본부장은 오심을 인정하면서 “국제 경쟁력 때문에라도 수정이 필요하다. 다만 당장 고치면 더 혼란스럽다. 시즌 종료 후 전면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로컬 룰보다 더 중요한 건 따로 있다. 감독과 선수가 불만을 갖는 건 로컬 룰이 아니다. 상황마다 달라지는 판정이다. 포지션 폴트도 어떤 때는 엄격하고 어떤 때는 느슨하다. 감독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도 "이거, 안 불기로 했잖아요"다. 한 구단 관계자는 “동네 고스톱도 아니고, 심판에 따라 규칙이 다르면 어떻게 하나. 시즌 전 운영위원회가 감독들에게 얘기한 부분조차 지켜지지 않을 때가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KOVO가 할 일은 분명하다. 논란이 될 로컬 룰은 아예 적용하지 말라. 또 심판을 평가하고 교육하라. 무엇보다 심판 숫자를 늘려라.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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