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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배구 황제 김연경

쌍둥이 통제 시도한 건 김연경뿐?…박미희 감독 리더십도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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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흥국생명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가 팀 내분을 조장하다가 학교폭력 폭로라는 역풍을 맞으면서, 선수단 관리 책임을 지고 있는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의 리더십도 도마에 올랐다. 특히 무분별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 등 팀워크를 해친 이다영을 사실상 방관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흥국생명 구단은 지난 15일 이재영·다영 자매가 중학교 시절 저지른 학교폭력에 대해 재차 사과하고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구단은 지난 10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두 선수의 학교폭력 가해 전력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와 배구계에 파장을 일으킨 후에도 선수 보호를 우선시하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구단은 늑장 대응으로 쌍둥이 자매에 대한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고, 결국 성난 국민들 앞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게 됐다.

구단이 여론의 화살을 맞는 동안 선수단을 이끌어 온 박미희 감독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학교폭력 폭로글이 나온 직후인 지난 11일 한국도로공사전 때 인터뷰를 통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을 뿐, 별도의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학교폭력은 학창시절의 일이기 때문에 감독이 사과할 일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흥국생명이 좌초하게 된 과정을 되짚어 보면 박 감독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흥국생명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이다영이 자신의 SNS를 통해 팀 선배를 공개적으로 공격하면서부터였다. 이다영은 SNS에 ‘나잇살 좀 처먹은 게 뭔 벼슬도 아니고 좀 어리다고 막대하면 돼?’라는 웹툰 대사를 인용해 팀의 누군가를 비난했고 ‘곧 터지겠지, 곧 터질 거야, 내가 다 터트릴 거야’ 등 폭로를 암시하는 글을 남겼다.

이다영이 저격한 대상이 팀 주장 김연경이라는 이야기가 배구 관계자와 팬들 사이에 파다했지만, 박 감독을 포함해 팀의 누구도 이다영의 SNS 폭주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 ‘갑질’ 피해자를 자처했던 이다영의 SNS는 역설적이게도 실제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쌍둥이 자매를 고발하는 글을 쓰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박 감독의 현실 인식은 안이했다. 그는 지난 11일 인터뷰에서 “이다영에게 SNS 활동을 자제하라고 이야기하지만, 선수 본인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SNS 활동이 선수들의 유일한 통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폭로를 통해 이재영·다영 자매가 학창시절 팀을 좌지우지하고 전횡을 일삼았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김연경과 쌍둥이 자매간 갈등의 성격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다영은 ‘괴롭힘’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 김연경이 쌍둥이 자매의 도를 넘는 행태를 지적하다가 양측 간에 불화가 싹튼 것 아니냐는 추정이 배구 관계자와 팬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이다영이 SNS에 “그만하라고 했는데도 끝까지 괴롭힌다”는 글을 썼던 것으로 미뤄볼 때 김연경이 쌍둥이 자매를 통제하고 팀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이다영에게 끊임없이 경고 메시지를 보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연경은 이다영이 SNS로 자신을 공격하던 당시 “팀 내 불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것은 자제했다. 16일 현재까지도 김연경은 중심을 지키면서 침묵으로 응수하고 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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