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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구로 불똥 튄 스포츠계 ‘폭력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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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우 폭행 이상열 KB손보 감독

2년 만에 ‘징계 해제’ 협회도 도마

또 다른 남 배구 선수 학폭 고발도

[경향신문]

경향신문

한국전력 박철우. 한국배구연맹 제공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에서 시작된 학교폭력 이슈의 불똥이 남자배구로 튀었다. 12년 전 폭행 가해자를 상대팀 감독으로 다시 만난 국가대표 라이트 박철우(36·한국전력·사진)가 “이번 기회에 폭력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고, 또 다른 선수 A씨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박철우는 지난 18일 경기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OK금융그룹전을 마친 후 인터뷰에서 “경기하면서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과 마주칠 때마다 힘든데 피할 수도 없어서 더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선수를 때리는) 문화가 당연하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한국 스포츠가 더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해 내가 이야기를 꺼내게 됐다. 솔직히 말해 이 감독님을 선임한 KB손해보험 구단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철우의 이 같은 인터뷰는 지난해 4월 KB손해보험이 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을 때 예견된 것이었다.

2009년 국가대표팀에 소집된 박철우는 당시 대표팀 코치였던 이 감독에게 구타를 당해 얼굴에 피멍이 든 채로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철우의 용기 덕분에 배구계의 어두운 실상이 세상에 알려졌고 대한배구협회는 이 감독에게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무기한’이라던 징계는 얼마 가지 않아 슬그머니 풀렸고 이 감독은 2012년 경기대 배구부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해 4월에는 KB손해보험 사령탑에 선임돼 프로배구로 돌아왔다. 피해자 박철우가 현역으로 뛰고 있는데도 배구계는 이 감독의 현장 복귀를 묵인했다. 폭력을 바라보는 배구계의 인권감수성 수준이 여전히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경기를 뛰면서 이 감독과 한 공간에 있어야 한다는 게 박철우에게는 ‘2차 가해’가 됐다.

박철우의 인터뷰가 보도된 후 이 감독은 “박철우에게 사과하고 싶다. 용서가 안 되겠지만 살면서 어떤 식으로든 좋은 모습 보여주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19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남자프로배구 선수 A씨에게 학창 시절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재영·다영과 OK금융그룹 송명근·심경섭에 대한 폭로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학교폭력 고발 글이 다시 나온 것이다. 해당 구단 관계자는 “사실관계가 명확히 확인될 때까지 해당 선수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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