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과의 1년 계약이 마무리 된 ‘배구여제’ 김연경.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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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김연경이 국내에서 계속 뛸 수 있도록 배구계 전체가 도와줄 필요가 있습니다.”
한 배구계 관계자는 2020~21시즌 V리그가 막을 내린 뒤 이같이 얘기했다. 김연경이 V리그에서 뛴 한 시즌 동안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그냥 다시 해외리그로 떠나 보내선 안된다는 의미다.
11년 만에 국내 무대에 돌아온 ‘배구여제’ 김연경(33·흥국생명)의 파란만장했던 한 시즌이 막을 내렸다. 시즌 도중 팀을 강타한 ‘학폭 논란’으로 인해 목표했던 우승은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팀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김연경은 후배들을 다독이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김연경은 ‘배구여제’답게 V리그 코트를 지배했다. 정규리그에서 공격 성공률 1위(45.92%), 서브 1위(세트당 0.227개 성공)를 차지하며 개인 타이틀 2관왕에 올랐다. 외국인선수들이 장악한 공격 부문 타이틀에서 토종 공격수의 자존심을 지켰다. 디그 5위, 수비 7위 등 수비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선보이며 세계 최고 선수다운 존재감을 뽐냈다.
김연경의 일거수일투족은 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다. 한때 20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았던 김연경은 국내 복귀를 결심하면서 자신의 몸값을 대폭 깎았다. 후배들의 연봉이 깎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연봉 3억5000만원에 흥국생명과 1년 계약을 맺었다.
팬들은 김연경의 플레이에 열광했다. 코로나19로 경기장을 직접 찾지 못한 팬들은 그를 보기 위해 TV 앞으로 모였다. ‘김연경 효과’는 시청률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김연경이 붕대투혼을 펼친 여자 프로배구 플레이오프 3차전은 역대 최고 시청률 2.564%를 기록했다. 챔피언결정전 3차전의 마지막 세트 순간 최고 시청률은 4%를 돌파하기도 했다.
김연경 효과는 여자 프로배구 전체로 퍼졌다. 2020~21시즌 여자프로배구 정규리그 경기당 평균 시청률은 1.23%에 이르렀다. 2018~19시즌 남자부 평균 시청률 1.078%를 뛰어넘은 역대 최고 기록이다.
시즌이 끝났고 김연경과 흥국생명의 계약은 마무리됐다. 이제 관심은 김연경의 다음 행보에 쏠린다. 김연경은 챔피언결정전을 마치고 인터뷰에서 “지금은 전혀 팀에 대한 생각을 안 하고 있다”며 “천천히 정하고 싶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시즌 중간에 제안이 많이 왔는데 기다리고 있었다”며 해외로 다시 나갈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내가 다음 시즌에도 한국에서 배구를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터키, 중국 등의 제안이 들어왔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팬들과 배구계는 김연경이 다음 시즌에도 V리그에서 뛰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여러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김연경은 해외 진출 기간을 제외하고 흥국생명 소속으로 5시즌을 뛰었다. V리그서 FA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1시즌 더 흥국생명에서 뛰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김연경 스스로 몸값을 깎지 않는 한 계약은 사실상 어렵다.
흥국생명이 대승적 결단을 내린다면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도 있다. 새로 출범할 제7구단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신생팀으로 간다면 전력 불균형도 해소할 수 있고 리그 전체 활성화에도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V리그 연봉 제도다. 여자 프로배구 구단의 샐러리캡은 23억원(옵션캡 5억원 포함)이다. 선수 한 명이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옵션 포함 총 7억원(연봉 4억5000만원, 옵션 2억5000만원)이다. 해외무대에서 10억원 이상 연봉이 보장된 김연경을 품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일부에선 김연경이 한국에서 계속 뛸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샐러리캡 제도를 운영하는 미국프로농구(NBA)의 경우 다양한 예외조항을 둬 스타선수들이 계속 활약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대표적인 예가 ‘래리 버드 예외조항’이다. 샐러리캡과 상관없이 3시즌 연속으로 뛴 FA 선수와 재계약을 맺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다.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도 샐러리캡을 두지만 예외조항이 있다. ‘베컴룰’이라고 부르는 지정선수제도(Designated Player, DP)다. 각 구단은 팀 당 지정 선수 1명에 대해선 샐러리캡 적용을 받지 않고 영입할 수 있다. 연봉 상한선도 없다.
김연경이 본인 의지에 따라 해외 무대로 다시 간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제도에 발목잡혀 다시 떠나야 한다면 팬들의 실망은 클 수밖에 없다. 뜨겁게 달아오른 배구열기도 다시 꺼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학폭논란’이 터져 팬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때 이들을 붙잡은 이가 바로 김연경이었다.
여자프로배구는 그토록 기다리고 염원했던 7구단 페퍼저축은행의 창단을 눈앞에 두고 있다. 뜨거운 관심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김연경이 필요하다. 한국 배구가 낳은 최고의 스타 김연경이 계속 한국 배구와 V리그를 위해 기여할 수 있도록 배구계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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