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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이슈 [연재] 파이낸셜뉴스 '성일만의 핀치히터'

두산 박계범에게 삼성이란?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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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플레이오프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3차전 경기서 박계범(왼쪽)이 5회초 홈을 밟으며 박세혁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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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특히 가을 야구는 기세의 대결이다. 두산과 LG의 준플레이오프서 또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양석환(두산)이 지난 4일 1차전서 9회 2루타를 친 후 유니폼을 흔들며 포효할 때 묘하게 공감됐다.

너희가 나를 내보냈지. 내가 꼭 갚아주겠어. 양석환은 올봄 LG에서 두산으로 이적했다. 이날 두산과 LG의 더그아웃 분위기는 꽤 달랐다. 두산이 방방 뛴 반면 LG는 차분했다. 두산은 차포 뗀 채 야구를 했다.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가 모두 삐끗했다.

LG는 말(馬)이 탈났다. 유격수 오지환이 빠졌다. LG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차포 없이 유격전을 치른 두산이 이겼다. 기세의 차가 전력을 앞섰다. 그 기세가 삼성을 만나서도 이어질까. 두산의 차포는 여전히 고장 상태고, 세 번의 전투 중 두 번을 적지에서 치러야 한다.

이번엔 박계범(25·두산)을 주목하고 싶다. 그는 FA 오재일의 보상선수로 삼성에서 두산으로 이적했다. 친정팀 삼성은 그를 20명의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서로의 유니폼을 맞바꾼 오재일과 박계범의 심정이 같을 순 없다.

4년 50억원을 챙긴 오재일은 두산에 억하심정이 없다. 오히려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다. 박계범은 절치부심이다. 효천고 시절 박계범은 만능선수로 주목받았다. 투타 ‘2도류’였다.

심우준(KT·당시 경기고)과 함께 고교 유격수 최상위 포식자 중 한 명이었다. 워낙 어깨가 뛰어나 투수로도 곧잘 활용됐다. 그러나 팔방미인의 오지랖은 정작 유격수 1인자를 만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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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오재일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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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심우준을 특별 지명했다. KIA는 다음으로 강한울(삼성)을 선택했다. 박계범은 2차 2라운드로 삼성에 안착했다. 상무를 다녀온 후 2019년(58경기), 2020년(80경기) 조금씩 경기 수를 늘려갔다.

주전은 쉽지 않았다. 원래 유격수는 야구천재들의 무덤이다. 삼성도 마찬가지였다. 이학주와 김지찬이 위, 아래 버티고 있었다. 메이저리그와 청소년대표로 간택받은 재간꾼들이다.

두산으로 옮긴 박계범은 올해 118경기에 출전했다. 내야수 가운데 허경민(136경기)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다. 타율 0.267, 홈런 5개, 46타점으로 모두 커리어하이다.

삼성과 두산은 프로 원년부터 가을 야구서 자주 다퉜다. 한국시리즈만 5차례 치렀다. 두산이 3승2패로 앞선다. 곰이나 사자 모두 가을이면 탐욕스런 식욕을 드러냈다. 두산은 최근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삼성은 6년만의 가을야구다.

삼성은 뷰캐년(16승), 원태인(14승), 백정현(14승) 10승 트리오가 건재하다. 두산은 키움, LG를 이기고 올라오면서 기세를 타고 있다. 문제는 수비다. 7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서도 정수빈(두산)이 두 개의 호수비로 LG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반면 LG는 5회 실책으로 대량 실점했다. 준플레이오프를 지켜본 삼성 허삼영 감독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수비를 강화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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