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 지난달 심각한 발목 부상 "스케이트 신지 못할 정도로 부어"
아픔과 불안감 안고 첫 올림픽 무대서 '톱6' 선전
퉁퉁 부은 유영의 발목 |
(베이징=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간판' 유영(수리고)은 지난달 열린 제76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왼쪽 발목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몸의 고통은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느끼는 숙명 같은 것이라 유영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왼쪽 발목은 점점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나중엔 스케이트를 신기 어려울 정도로 퉁퉁 부었다.
유영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대비해 '필살기'인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 점프를 쉼 없이 시도했는데, 온 힘을 다해 도약하는 과정에서 발목에 크게 무리가 가고 말았다.
운동은커녕 걷기조차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 유영은 절망적인 상황에 몰렸다.
[올림픽] 트리플 악셀 시도하는 유영 |
그래도 유영은 포기할 수 없었다. 종합선수권 대회는 베이징올림픽 2차 선발전을 겸하는 중요한 무대였다.
1, 2차 대표 선발전 합산 점수로 상위 1, 2위 선수에게 베이징 올림픽 출전권을 주는 만큼 유영은 종합선수권을 포기할 수 없었다.
유영은 병원과 한의원을 돌아다니며 응급 처치를 했다. 물리치료와 함께 침을 맞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썼다.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의 꿈을 접을 수 없었던 유영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았다.
며칠 동안 정성 들여 발목 치료에 집중한 끝에 다행히 부기가 조금씩 빠졌다.
통증은 여전했지만 스케이트 부츠를 신을 수 있었다. 유영 관계자도 "천만다행이었다"고 표현했다.
출전권을 따냈지만 유영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첩첩산중이었다.
유영의 발목 상태를 본 의료진은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권고했지만 베이징 올림픽 개막까지 한 달여를 상황에서 마음 편하게 쉴 수 없었다.
지금 휴식을 취하면 자칫 실전 감각과 점프 밸런스는 물론 컨디션이 망가질 게 불을 보듯 했다.
통증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건 불안감이었다.
하루라도 훈련을 빼먹으면 기량이 퇴보하고 올림픽 무대를 망쳐버릴 수 있다는 조급함이 마음을 짓눌렀다.
1월 말 말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에 무리하게 출전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래도 유영은 훈련을 쉬지 않았다.
지난 9일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하는 바로 그 날 새벽까지 아이스링크를 찾아 점프 훈련을 하며 컨디션 유지에 애를 썼다.
[올림픽] 유영의 '레미제라블' 피날레 |
유영은 베이징에 도착한 이후 공식 훈련 시간마다 트리플 악셀을 최소한 5번 이상 시도하며 실전을 준비했다.
마침내 유영은 15일 쇼트프로그램과 17일 프리스케이팅에서 각각 한 차례씩 첫 점프 과제로 트리플 악셀을 뛰었다.
비록 두 차례 모두 회전수 부족의 아쉬운 판정이 나왔지만 유영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무대에서 트리플 악셀을 유일하게 시도하고 제대로 착지한 여자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유영은 17일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친 뒤 회한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올림픽] 유영의 눈물 |
유영은 총점 213.09점을 받아 여자 싱글 6위에 랭크됐다. '피겨퀸'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대회 금메달, 2014년 소치 대회 은메달의 성적을 낸 이후 한국 선수로는 역대 올림픽 여자 싱글 통산 세 번째로 높은 순위였다.
모두가 염원했던 메달 소식을 전해주지는 못했지만 유영은 뜨거운 땀방울을 흘리며 자신과 싸움을 펼쳤고, 그 과정을 이겨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순위에 올랐다. 유영은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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