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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은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 사태와 최근 심각해진 오미크론 변이 확산 그리고 중국의 여러 정치적 이슈가 맞물리면서 세계인들의 걱정을 샀다. 또, 대회 개막 후에는 편파판정과 도핑 파문으로 스포츠 정신이 얼룩지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베이징의 빙판과 설원은 빛을 더해갔다. 선수들의 존재감 덕분이었다. 특히 강한 압박감과 경쟁심이 감도는 무대를 마친 이들이 흘린 뜨거운 눈물은 베이징의 겨울을 따뜻하게 했다.
한국 국가대표들이 선사한 감동도 어느 때보다 진하게 다가왔다. 먼저 쇼트트랙 최민정은 여자 1000m 결선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렸다. 좀처럼 감정이 가라앉지 않는 표정. 여러 차례 눈물을 닦아내도 소용이 없었고, 코치진이 어렵게 진정시키고 나서야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많은 이야기가 남긴 눈물이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쇼트트랙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최민정은 당시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던 심석희와 갈등으로 마음고생을 했다. 특히 평창 대회에서의 고의 충돌 논란은 최민정을 더욱 힘들게 했다.
그래도 최민정은 주저앉지 않았다. 1000m에서 당당히 은메달을 따낸 뒤 주종목인 1500m에서 금메달을 품으며 쇼트트랙 1인자임을 증명했다. 복잡한 눈물이 환한 미소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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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팀 킴 역시 이후 굴곡진 길을 걸었다. 대한컬링협회 전임 집행부의 갑질 논란과 소속팀 해체 등으로 갈 곳을 잃은 탓이었다. 그 사이 기량 성장세는 잠시 멈춰 섰고, 세계적인 경쟁력 역시 떨어지게 됐다.
눈물로 아픔을 달랜 팀 킴은 그러나 최민정과 마찬가지로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레이와르던에서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 자격대회 플레이오프 최종전에서 라트비아를 꺾고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냈다.
물론 세계의 벽은 높았다. 4년 전과는 다른 환경에서 경기를 치른 팀 킴은 마지막 스웨덴과 예선전에서 패하며 4강행 티켓을 거머쥐지 못했다. 아쉬움이 커서였을까. 경기 후 임명섭 감독과 스킵 김은정, 리드 김선영, 서드 김경애, 세컨드 김초희 그리고 김영미 모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무뚝뚝한 성격의 임 감독이 먼저 울음을 터뜨리자, 누구보다 냉정하게 경기를 치렀던 김은정을 비롯한 선수들도 눈물로 서로를 보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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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번 대회 비운의 스프린터로 불리는 일본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다카기 나나. 다카기는 여자 팀추월 결선에서 우승을 눈앞으로 뒀다. 캐나다를 간발의 차이로 앞서며 결승선만을 남겨놓은 순간. 그런데 코너를 돌던 다카기가 넘어지면서 일본은 다 잡은 금메달을 놓쳤다.
결국 다카기는 레이스 직후 눈물을 펑펑 쏟았다. 동료들과 팬들을 향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그러자 다른 선수들이 다카기 곁으로 와 눈물을 대신 닦아줬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다카기는 나흘 뒤 치른 여자 매스스타트 준결선에서도 마지막 코너 구간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악몽이 되살아났고, 이번에도 통한의 눈물이 쏟아졌다. 베이징 빙판에서 두 차례나 울음을 터뜨린 다카기는 “모두가 내 책임이다”며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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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토리노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그리고 평창올림픽까지 이 종목 3연패를 일궈낸 화이트는 36살 나이로 맞이한 마지막 올림픽을 통해 은퇴했다. 최종 성적은 4위. 메달권으로 아쉽게 들지 못한 스노보드 황제는 장갑으로 연신 눈물을 닦아내며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눈물은 경쟁으로 가득한 경기장 안에서만 나오지 않았다.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우정의 라이벌전을 치른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는 베이징에서 눈물로 재회했다.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은메달과 금메달을 따낸 둘은 이번에는 해설위원과 선수 자격으로 다시 만났다. 고다이라의 경기를 앞두고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한 이상화는 실제로 친구의 레이스를 중계하면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를 두고 한국과 일본 언론 모두 “감동의 재회”라며 현지 소식을 앞 다투어 전달했고, 모든 경기가 끝난 뒤 둘은 다시 만나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올림픽이란 무대는 태생적으로 경쟁 그리고 반목과 떼려야 뗄 수 없지만, 선수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베이징 빙판과 설원을 적셨다. 이렇게 2022년의 겨울도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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