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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운드 초반 강하게 타격 압박을 건 것까지는 좋았다. 그레고리 로드리게스를 휘청거리게 했다.
그런데 너무 서둘렀다. 끝낼 수 있다고 판단해서 무턱대고 들어간 게 화근이었다. 카운터펀치를 맞고 역전패했다. 프로 18번째 경기(13승 5패)에서 처음 KO패의 쓴맛을 봤다.
박준용은 18일 한국 기자들과 화상 인터뷰에서 "상대를 조금 더 흔들어 놓고 들어갔어야 했다. 기회가 왔을 때도 침착성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고 돌아봤다.
왜 서둘렀을까? 박준용은 "끝낼 수 있다는 생각에 갑자기 없던 전사의 심장이 튀어나왔다"며 웃었다. '전사의 심장'은 난타전을 불사하는 용기를 비유적으로 뜻하는 단어다. 순간적인 피니시 욕심이 화를 불렀다는 의미다.
종합격투기에서, 특히 UFC 무대에서 상대를 쓰러뜨리려면 과감해야 한다. 그렇다고 급하게 서둘러선 안 된다. 언제든 반격할 수 있는 강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 옥타곤이기 때문이다.
박준용은 다시 거북이가 될 생각이다. 지난 패배에서 얻은 교훈 '침착성'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오는 22일(한국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UFC에이펙스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196>에서 "침착하게 이기는 작전으로 에릭 앤더스(35, 미국)를 상대하겠다"고 말했다.
앤더스는 미식축구 선수 출신으로 왼손잡이다. 미들급과 라이트헤비급을 오가며 14승 6패 전적을 쌓았다. 미들급에서 크지 않은 편인 박준용보다 힘과 체격에서 앞선다.
박준용은 전략적인 운영을 준비했다. 무리하게 정면승부를 걸지 않는다. 일명 '엇박자 작전'이다. "앤더스가 타격으로 나오면 레슬링을 할 것이고, 레슬링으로 나오면 타격으로 상대하겠다"고 밝혔다.
계속 웃으면서 답했기 때문에 뭐가 진짜인지 알 수 없으니, 어쩌면 허허실실 작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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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닌자 터틀(닌자 거북이)'이었다. 그러다가 한국적인 이미지가 가미되면 좋겠다는 판단에 거북선을 뜻하는 '아이언 터틀'로 별명을 바꿨다.
스타일이 별명 따라간다. 박준용은 거북이처럼 꾸준하다. 개인 훈련과 팀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2013년 데뷔한 뒤로 한눈팔지 않았다. 잔꾀가 없다.
성격도 느긋하다. UFC 미들급 랭킹 진입이 급하지 않다고 한다. "눈앞의 한 경기 한 경기 충실하고 싶다", "관중이 많든 적든, 난 경기하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 "경기하는 자체가 좋아서 이왕이면 모든 경기를 15분 꽉 채워 싸우고 싶다"고 말했다.
UFC에서 목표도 "오랫동안 옥타곤에서 싸우면서 롱런하는 것"으로 잡았다.
박준용은 딱히 어떤 것이 멋있는 결말인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챔피언이 되겠다", "톱 5에 들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난 지금 현재를 항상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매 순간 1분 1초를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며 또 웃었다.
느릿느릿 거북이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빠르지는 않다. 하지만 한 방향으로 꾸준히 걸었다. 그랬더니 여기까지 와 있다. 오는 22일 'UFC 거북이'가 또 한 발 내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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