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표팀 감독 중 최장인 4년여를 이끌면서 대소동이한 전술을 고집스럽게 이어갔던 벤투 감독이 이날 전술에 대대적 변화를 가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두고 대표팀 공격 핵심인 손흥민(토트넘)이 안와골절 수술을 받고, 측면 수비 기둥인 김진수(전북 현대)도 부상으로 컨디션이 크게 저하된 영향이다. 이에 이날 선발 수비라인을 김영권(울산 현대), 권경원(감바 오사카), 박지수(김천 상무)라는 스리백으로 내세웠다. 부임 초기인 2019년 조지아전과 지난해 지역 예선에서 최약체 스리랑카를 상대로 부분적으로만 사용했던 전술을 팀내 핵심의 대거 부상이라는 비상 상황 속 다시 꺼내들었다.
송민규(왼쪽 두번째)가 11일 경기도 화성종합스포츠타운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 평가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고 있다. 화성=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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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대구FC)과 윤종규(FC서울)가 양쪽 윙백으로 나서 포백 때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중원에서는 정우영(알 사드)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스리백 앞을 지키는 가운데 권창훈(김천 상무)과 백승호(전북 현대)가 중앙미드필더로 공격라인을 후방지원했다. 관심을 모았던 최전방은 조규성(전북 현대)과 송민규가 투톱으로 섰다.
상대인 아이슬란드가 세대교체의 일환으로 신예들 위주로 출전 명단을 꾸린 터라 경기는 한국이 전반적으로 지배했다. 다만, 아직 한창 리그가 진행중인 유럽파들이 빠진데다 낯선 전술의 영향까지 겹치며 초반은 공격작업에서 다소 경직된 모습이 노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 18분 송민규의 돌파 이후 홍철의 슈팅이 빗나간 것을 시작으로 왼쪽 홍철과 조규성, 송민규를 중심으로 공격이 살아났다. 전반 중반부터는 중원에서 전진패스도 나오기 시작해 전반 26분 이 패스를 받아 시도한 조규성의 중거리 슈팅이 골키퍼에 막히기도 했다.
결국, 전반 32분 골이 나왔다. 권창훈의 전진패스 받은 조규성이 크로스박스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송민규가 헤더로 득점했다.
전반 38분에는 스리백 중 하나로 나섰던 중앙수비수 박지수가 상대와 공중볼 경합 뒤 착지하다 발목부상을 당해 실려나간 뒤 결국 조유민(대전 하나시티즌)과 교체되는 안타까운 장면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이 매번 월드컵을 앞두고 주요 선수들 부상으로 좌절했었기에 팬들의 걱정을 키웠다.
전반을 1-0으로 마친 대표팀은 후반 들어 또 다시 이채로운 전술을 시도했다. 백승호, 권창훈을 빼고 손준호(산둥 타이산)와 나상호(FC서울)를 투입해 중원을 재구성한 것. 특히, 이 교체로 정우영과 손준호 등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함께 뛰는 ‘더블 볼란치’가 구성됐다. 늘 한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만을 두고 공격적인 중원을 구성해왔던 벤투 감독이 본선을 코앞에 두고 마침내 중원 수비 강화를 시험했다.
다만, 수비를 강화한 영향 속 아쉽게도 후반에는 추가골이 나오지 않았다. 조규성이 후반 20분과 25분 머리와 발로 득점을 노렸지만 아쉬운 마무리로 골문을 열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후반 27분 조규성, 홍철을 빼고 오현규(수원 삼성)와 김문환(전북 현대)을 투입하며 팀에 활력을 더했다.
후반 막판에는 다시 한번 선수 부상이라는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정우영이 상대 선수와 충돌 과정에서 다리에 불편함을 느꼈고, 부상을 염려한 벤투 감독은 아예 정우영을 사이드라인 밖으로 불러내고 후반 39분부터 종료 때까지 나머지 시간을 10명으로 뛰게 지시했다. 수적 열세 속 한국은 수비 후 역습 전술로 나머지 시간을 보내 1-0으로 경기를 끝냈다.
이후 그라운드에 나서 벤투 감독과 이날 주장 완장을 찬 김영권이 팬들에게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화성=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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