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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퍼포먼스] 김연아 모든 것 배우고 싶던 소녀, 19세에 꿈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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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김연아(32) 이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기까지 1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도 똑같은 13년이 소요됐죠.

이 두 가지 성과를 모두 이룬 이가 김예림(19, 단국대)입니다. 그는 2016년 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4위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2016년 한국 피겨 스케이팅 역사를 볼 때 특별한 해였습니다. 한국 여자 피겨 스케이팅의 미래를 이끌 기대주 세 명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김예림은 유영(18, 수리고) 임은수(19, 고려대)와 지난 6년간 한국 피겨 여자 싱글을 이끌었습니다.

이들은 김연아의 올림픽 경기를 본 뒤 피겨 스케이팅을 시작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른바 본격적인 '연아 키즈'로 불릴 세대였죠. 6년 전 김예림과 처음 인터뷰했을 때 어머니 유경하 씨는 "(김)예림이는 밴쿠버 동계 올림픽을 보기 전까지 스케이트를 타고 놀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김연아 선수의 올림픽 경기를 본 뒤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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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13살 소녀였던 김예림은 “(김)연아 언니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죠. 그로부터 6년 뒤인 2022년 그는 김연아 이후 시니어 그랑프리 정상에 오르는 꿈을 이뤄냈습니다.

밴쿠버 올림픽이 끝난 뒤 그해 3월 경기도 안양시의 한 피겨 스케이팅 강습반에 들어가면서 김예림의 스케이트 인생이 시작됐습니다.

김예림은 경쟁자인 유영과 임은수와 비교해 늦게 꽃을 피웠습니다. 국내 최고 권위 대회인 종합선수권대회에서는 2021년 처음 우승했죠. 주니어 시절인 2018년 2개 ISU 그랑프리(리투아니아, 체코)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며 파이널에 진출했지만 시니어 그랑프리에서는 올해 비로소 처음으로 시상대에 올랐습니다.

국내 여자 싱글 선수가 20세에 가까울 무렵 최고의 기량을 발휘한 경우는 드뭅니다. 2003년 1월에 태어난 김예림은 내년 1월 만 스무 살이 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던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도 출전했고 새로운 동기부여를 얻기 힘든 위치에 있었죠. 그러나 김예림의 꿈은 베이징 올림픽에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올림픽이 끝난 뒤 그는 2026년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갈 의지가 있음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2022~2023 시즌 김예림은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후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ISU 그랑프리에 앞서 열린 두 번의 챌린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습니다. 또한 그랑프리 3차 대회(그랑프리 데 프랑스)와 5차 대회(일본 NHK트로피)에서 각각 은메달과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6년 전, “스케이트 타는 것이 좋고 매 순간 최고의 경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던 소녀는 어느덧 시니어 그랑프리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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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이룬 ISU 시니어 그랑프리 우승과 파이널 진출의 꿈

19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2022~2023 시즌 ISU 피겨 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 NHK트로피 여자 싱글에서 13년간 침묵하던 우승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김예림은 최종 합계 204.49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애초 김예림에게 이번 대회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피겨 여자 싱글 최강국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로 ISU에 각종 국제 대회 출전 금지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피겨 최강국 자리에 올라선 국가는 일본이었죠. 올 시즌 피겨 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까지 일본은 무려 금메달 7개, 은메달 5개, 동메달 4개를 따냈습니다.

안방에서 열리는 NHK트로피에 일본의 남녀 싱글 에이스들이 모두 출전했습니다. 여자 싱글의 경우 1차 대회(스케이트 아메리카 : 사카모토 가오리)와 2차 대회(스케이트 캐나다 : 와타나베 린카) 우승자가 모두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죠. 김예림은 확실한 파이널 진출을 위해 이번 NHK트로피에서 은메달 이상의 성적이 필요했습니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김예림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우승이라는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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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림은 쇼트프로그램에서 시즌 최고점인 72.22점을 받으며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우승 후보였던 사카모토는 점프에서 흔들리며 68.01점에 그쳤죠. 둘의 점수 차는 4.21점이었고 이 결과는 최종 승부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김예림은 프리스케이팅 트리플 플립에서 쿼터 랜딩(q로 표기 : 점프 회전수가 90도 수준에서 부족한 경우)이 지적됐습니다. 또 가산점 10%가 주어지는 후반부 점프에서는 트리플 플립 + 더블 악셀 시퀀스에서 첫 점프에서 넘어지며 후속 점프를 시도하지 못했죠. 완벽한 경기에 실패한 김예림은 마지막 점프인 트리플 살코 뒤에 더블 악셀을 붙이는 기지를 발휘했습니다. 비록 실수 없는 경기에는 실패했지만 몇몇 실수를 방어하며 프리스케이팅 1위에 오른 사카모토의 추격을 따돌렸습니다.

김연아가 2009~2010 시즌 시니어 그랑프리에서 두 번 우승한 뒤 금메달 소식은 13년간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김연아와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 박소연(25)과 김해진(25)도 시니어 그랑프리 정상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 나선 최다빈(22, 고려대학원)도 이뤄내지 못했죠. 유영은 시니어 그랑프리에서만 동메달 4개를 따냈고 임은수는 1개를 목에 걸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무 살을 눈앞에 둔 김예림은 시니어 그랑프리 금메달과 은메달을 거머쥐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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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의 아이콘, 대기만성형 스케이터 되다.

김예림은 어린 시절부터 지도자와 동료 그리고 관계자로부터 칭찬이 자자한 선수였습니다. 늘 성실하게 훈련에 임하는 태도로 ‘될성부른 떡잎’으로 인정받았죠. 이러한 노력은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됐습니다.

피겨 스케이팅 국가대표는 지난 8월, 처음으로 충북 진천선수촌에 입촌했습니다. 개인 종목인 피겨 스케이팅은 그동안 합숙 훈련을 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선수촌이 좋은 환경 속에서 땀을 흘리며 새로운 체험을 했습니다. 지난여름 국가대표 선수들과 진천선수촌에서 땀을 흘린 이시형(22, 고려대)은 김예림의 성실함에 대해 칭찬했습니다. 그는 “김예림 선수도 올 시즌 실력이 더 향상된 거 같은데 아침부터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아침 운동을 나가면 늘 김예림이 있었고 아침 운동 메이트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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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김예림은 피겨 선수로는 큰 키(170cm)로 고민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큰 키는 잘못하면 부상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키가 클수록 상체부터 눌리는 무게 중심 때문이죠. 또한 점프를 뛸 때 다른 선수보다 많은 힘을 써야 합니다. 2020년 4대륙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김예림은 “체력과 점프 타이밍이 느려지는 점에서 힘든 것은 있다. 아직은 키 때문에 크게 힘든 점은 없었는데 주변에서 더 걱정을 많이 하더라. 저 같은 경우는 (부상 위험을 피하기 위해)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나와서 몸을 많이 풀고 빙상장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늘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멈추지 않는 노력은 오늘의 김예림을 완성했습니다. 물론 올 시즌 두 번의 그랑프리에서 나타난 문제점도 있습니다. 프리스케이팅 몇몇 점프에서 흔들린 점과 비 점프 요소 보완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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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림은 “비 점프 요소에서 최고의 레벨과 높은 수행점수(GOE)를 받을 수 있도록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점프도 좋은 성공률을 만드는 게 저한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올 시즌은 초반을 지나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랑프리 시리즈를 마친 김예림은 다음 달 초 국내에서 열리는 전국랭킹전과 8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개막하는 ISU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합니다.

파이널은 올 시즌 그랑프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상위 6명이 출전합니다. 여자 싱글은 김예림과 사카모토 그리고 이사보 레비토(미국)가 진출을 확정했습니다. 남은 3장의 출전권은 그랑프리 6차 대회 결과에 따라 결정됩니다.

한편 김예림은 20일 열리는 갈라쇼에 출연한 뒤 21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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