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오늘의 피겨 소식

"피겨는 내 운명…밀라노서 최고점 기대하세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누구나 우연을 마주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자신이 마주친 우연을 운명으로 바꿔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고민이 필요한 법. 지난 26일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차준환(21·사진)이 바로 그런 선수다. 호리호리한 몸매와 아이돌 같은 외모만 보면 마냥 부드러운 인상이지만 차준환은 한국 스포츠에서는 불모지와도 같았던 피겨스케이팅, 특히 남자부에서 최초의 업적을 남긴 의지의 사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림픽 다음으로 큰 피겨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남자 선수가 시상대에 오른 건 차준환이 처음이다.

차준환은 28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은 피겨를 처음 시작했을 때 목표 중 하나였다. 한국 남자 피겨 선수 최초의 주인공이 돼 기쁘다"며 "시상대에 오르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더라. 이제는 왜 선수들이 시상대와 메달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는지 알 것 같다"고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아역 배우로 활약했던 차준환이 피겨를 처음 접한 건 초등학교 2학년 때다. 배역의 다양성을 위해 피겨 방학특강반에 등록했던 차준환은 그 우연을 자신의 운명으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차준환은 "그 전까지는 피겨 선수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지금은 하루 종일 피겨만 생각하고 있다"면서 "우연하게 시작한 피겨가 내 인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이 됐다. 주변에서 물어보는 분들이 많은데 아역 배우가 아닌 피겨를 택한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12년째 피겨 선수로 살아가고 있는 차준환에게 힘든 시간은 없었을까. "피겨에 지기 싫어 죽도록 연습한다"고 밝힌 차준환은 매 시즌 한 번 정도는 위기의 시간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2023시즌을 멋지게 마무리했지만 시즌 중 몇 번의 어려움이 있었다. 운동선수라면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위기를 통해 강해지는 것처럼 이 시기를 넘기면 자신감이 샘솟는다. 위기를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이 생긴 만큼 앞으로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국 여자 피겨의 김연아처럼 한국 남자 피겨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차준환의 다음 목표는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다. 그는 "올림픽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두근거린다. 2018년과 2022년 올림픽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했기 때문"이라며 "다시 한번 올림픽에 나가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그리고 세 번째 올림픽인 만큼 잘할 자신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무대였다고 밝힌 차준환은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 대한 남다른 각오를 갖고 있다. 그는 "메달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가장 최우선시하는 건 내가 만족하는 경기를 하는 것"이라며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경기가 끝난 뒤 스스로에게 '잘했다, 수고했다'고 말한 것처럼 후회 없는 경기를 하면 좋겠다. 한 가지 욕심을 낸다면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늘리는 과제가 남아 있다. 남자 피겨에서 쿼드러플 점프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등 메이저 대회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 위한 필수적인 기술이다. 현재 두 가지 종류의 쿼드러플 점프를 배치한 차준환은 그 숫자를 늘려 올림픽 정복에 나서겠다는 계산이다.

자신을 도운 이들에 대한 감사와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차준환은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 믿음을 갖고 계속 노력해야 한다"며 "피겨를 시작한 뒤 가장 많이 생각하는 단어가 '차근차근'이다. 나만의 속도로 한 걸음씩 나아가면 언젠가는 원하는 목표를 모두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15년부터 아낌없는 지원을 해준 KB금융그룹 없이는 메달까지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로 한국의 남자 싱글 출전권을 3장으로 늘렸는데, 동료들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임정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