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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배구 황제 김연경

KOVO 여자부 FA 20명 발표… 김연경 FA 행선지에 따라 시장은 요동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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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09시즌 이후 14시즌 만에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노렸던 흥국생명 ‘배구 여제’ 김연경(35)의 도전은 사상 첫 ‘리버스 스윕’ 우승의 희생양이라는 ‘새드 엔딩’으로 끝나고 말았다. 시즌 중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던 김연경은 ‘현역 연장’ 의사를 시사하며 V리그에서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해 7개 구단과의 협상에 돌입한다. 공수에서 여전히 최정상급의 경쟁력을 뽐내고 있는 김연경인 만큼 그의 행선지가 어디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FA 시장 판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세계일보

흥국생명 김연경.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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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국배구연맹은 20명의 여자부 FA 명단을 발표했다. 여자부 7개 구단은 이날부터 22일 오후 6시까지 협상 테이블을 차리고 차기 시즌 전력 강화에 나서게 된다.

FA 20명 중 최대 관심사는 단연 김연경의 행보다. 2005~2006 1라운드 1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김연경은 V리그에서 4시즌만 소화한 뒤 일본과 튀르키예, 중국 등 해외리그에서 오랜 기간 활약하는 바람에 이제야 ‘늦깎이’ FA 자격을 획득했다.

시즌 중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며 깜짝 발언을 남겼던 김연경은 아직 현역 연장을 100%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현역 생활을 이어갈 것임을 밝힌 상태다. 지난 6일 챔프전 5차전에서 패배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 경기에도 많은 팬 분들이 오셔서 응원해주셨다. 팬들의 존재, 그리고 그 고마움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 등 많은 분들이 더 뛰길 원하신다. 그런 것을 생각해 종합해서 결정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챔프전 패배도 김연경의 은퇴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은퇴와 현연 연장을 놓고 고민하는 지점에 대해 김연경은 “우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면서도 “우승했다면 은퇴하려 했느냐 하면 또 그런 건 아니다. 오늘 우승하지 못한 게 현역 연장에 동기부여가 되긴 한다. 은퇴 여부를 나 혼자 결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여러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연경이 선수 생활 연장을 택하고 원 소속팀인 흥국생명과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FA 시장은 그야말로 요동칠 전망이다. 어느덧 30대 후반의 나이로 접어들었지만, 김연경은 최고 수준의 공격력과 리베로 뺨치는 리시브 능력까지, 공수에서 모두 에이스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다. 여기에 팬 동원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올 시즌 V리그 정규리그에서는 여자부에서 19차례 매진이 나왔는데, 그중 17번이 흥국생명 경기일 정도였다. 챔프전도 1차전을 제외한 나머지 4경기가 매진됐다.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김연경이 뜨는 경기는 거의 다 매진 사례를 이룰 정도다. 흥국생명을 비롯한 7개 구단이 샐러리캡 상의 여유가 있다는 전제 하에 김연경 영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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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배구단의 5차전 경기. 4세트 한국도로공사 박정아가 팀 득점에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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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다음의 최대어로는 도로공사의 챔프전 우승을 이끈 박정아(30)-배유나(34) 듀오가 꼽힌다. 아웃사이드 히터인 박정아는 김연경과 포지션이 겹치기 때문에 김연경의 행선지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미들 블로커 보강이 필요한 팀이라면 모두 군침을 흘릴 만한 정상급 미들 블로커인 배유나가 박정아보다 포지션 특수를 누리며 시장에서는 더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2019~2020시즌 FA 계약을 앞두고 받은 어깨 수술로 연봉 삭감의 아픔이 컸던 배유나는 정상급 기량으로 맞이하는 사실상 마지막 FA가 될 수 있기에 이번엔 자신의 가치를 확실히 인정받겠다는 심산이다. 이번 챔프전에서 ‘배구 천재’라는 별명에 걸맞은 타고난 배구 센스와 클러치 상황마다 터져 나온 알토란 같은 블로킹으로 더욱 몸값은 오를 전망이다.

이번 FA시장에는 국가대표 주전 세터인 염혜선(KGC인삼공사)을 비롯해 김수지(IBK기업은행), 김연견, 황민경(현대건설), 이한비(페퍼저축은행) 등 영입만 하면 팀 전력 상승으로 이어질 수준급 선수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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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인천 부평구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2022-2023 V리그 챔피언 결정전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 5차전 경기, 한국도로공사 배유나가 공격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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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난 시즌 연봉을 기준으로 보상 제도를 달리하는 ‘FA 등급제’가 이들의 운명을 가를 전망이다. 연봉 1억원 이상이 A그룹, 연봉 5000만원~1억원 사이가 B그룹, 연봉 5000만원 미만이 C그룹이다.

A그룹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은 원 소속팀에 해당 선수의 전 시즌 연봉 200%와 FA 영입선수 포함 6명의 보호선수를 제외한 1명, 혹은 연봉 300%를 보상하면 된다. 이번 FA시장에 나온 20명 중 황연주, 정시영(이상 현대건설), 정대영(도로공사), 채선아(KGC인삼공사), 도수빈(흥국생명)을 제외한 15명이 모두 A그룹에 포함됐다. A그룹 선수들을 영입하려는 타 구단들은 큰 출혈을 감수해서라도 영입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복잡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B그룹과 C그룹 FA를 영입할 때는 보상금만 지급하면 된다. B그룹 선수는 전 시즌 연봉의 300%, C그룹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선 전 시즌 연봉의 150%를 원 소속구단에 보상해야 한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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