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LG는 16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91-92, 역전 패배했다. 1차전에 이어 또 한 번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경기 종료까지 단 0.6초를 지키지 못한 채 얻은 1패, 이 패배는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률 0%(0/28)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봄 농구에 목말랐던 홈 팬들이 가득 채운 안방에서 단 1승도 얻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더 크다.
충격의 창원 전패, 그보다 더 심각한 건 이관희와 레지 페리의 불협화음이다. 사진=KBL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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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LG의 창원 전패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팀을 승리로 이끌어야 할 두 선수, 이관희와 페리가 경기 내내 신경전을 펼쳤다는 것. 심지어 SK를 상대로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를 향해 짜증만 내며 패배의 복선을 만들고 말았다.
이날 이관희와 페리는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특히 페리는 KBL에서 치른 2번째 경기 만에 완벽히 적응한 듯했다. 적절한 돌파로 파울을 유도했고 미드레인지 점퍼는 정확했다. 이관희의 야투 컨디션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스피드와 마무리 능력으로 SK의 림을 공략했다.
두 선수의 에너지 레벨이 너무 높았던 것일까. 후반 들어 이관희는 페리에게, 페리는 이관희에게 패스를 전혀 주지 않았다. 이관희는 페리에게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했고 페리는 이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3쿼터 중반부터 시작된 이관희와 페리의 신경전은 LG가 SK에 역전당할 때까지 멈출 줄 몰랐다. 이재도와 김준일 등 주변 선수들이 이관희를 말리는 모습까지 있었을 정도. 이러한 불안한 장면은 결국 이관희와 페리 모두 고립되는 결과로 이어졌고 LG 역시 좋은 리듬을 길게 가져갈 수 없었다.
자밀 워니와의 쇼다운에도 전혀 밀리지 않았던 페리였다. 어쩌면 LG는 2차전을 승리하기 위해선 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LG의 국내선수들은 소극적이었다. 결국 페리는 경기 막판 대추격전이 펼쳐지기 전까지는 무리한 일대일 공격만 시도했다. LG가 75-75 동점을 허용한 순간이었고 페리는 파울이 불리지 않은 것에 거칠게 항의, 테크니컬 파울을 받기도 했다.
LG의 이러한 불협화음은 정확한 패턴, 그리고 패스 플레이를 통해 워니가 가장 좋아하는 위치에서 공격할 수 있도록 도운 SK와는 정반대였다. LG는 스스로 경기를 놓친 것과 다름없었다.
물론 LG, 그리고 조상현 감독과 선수들을 아예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정규리그 내내 아셈 마레이를 중심으로 한 모션 오펜스에 적응한 상황에서 페리에 맞춘 전술, 전략 완성도를 단기간에 높이기는 힘들었다. 페리 역시 모션 오펜스보다는 본인이 볼을 잡고 공격을 마무리하는 것에 익숙해 보였다. 전형적인 G리그 스타일의 농구였다. 2차전에서 기록한 31점 중 절반 이상이 이런 과정을 통해 나왔다. 혼자 다른 농구를 하는 페리와 시즌 내내 팀을 이끌어온 이관희가 갈등을 겪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단지 2차전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것이 비극일 뿐이다.
한 번만 더 패하면 업셋, 즉 ‘광탈’하게 되는 LG다. 조 감독은 2차전을 통해 나온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이관희와 페리의 불협화음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3차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플레이오프는 ‘하나의 팀’, 원팀이 되어야 승리할 수 있다. 지금의 LG는 하나가 아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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