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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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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스타도 리스펙…"옆구리 맞아도 버텼다" 44살 파이터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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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어머니 얘기에 눈물 쏟은 김관우. 어머니는 게임할 때 유일하게 혼냈던 어른이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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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다른 분이 알려주셔서 아들이 금메달 땄다는 걸 아시게 됐는데, '너무 좋다'고 하셨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 최고령 금메달리스트인 마흔넷 김관우가 어머니 얘기에 눈물이 터졌다. 김관우는 28일 대회 e스포츠 종목 스트리트 파이터 V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e스포츠는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됐다. 김관우는 아시안게임 e스포츠 한국 첫 금메달리스트로 역사에 기록됐다.

이튿날인 29일 중국 항저우의 한 호텔의 대한체육회 스포츠외교라운지에서 열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관우는 '게임을 할 때 혼냈던 어른 중에 축하 인사를 해 온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김관우는 "게임 할 때 혼냈던 어른은 우리 어머니뿐이었다. 어머니는 아직도 이런 걸(게임이 아시안게임 종목이 됐다는 것을) 잘 모르신다"면서 "다른 분이 '아들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다'라고 어머니께 연락했다. 약간 어설프고, 어렵게 친 것 같은 문자 메시지엔 '너무 좋다, 기쁘다'고 적혀 있었다"면서 울먹였다. 그는 또 "오래 연락하지 못한 친척 형에게도 연락이 왔다"며 눈물을 쏟았다.

김관우는 마흔넷이 될 때까지 30년 넘게 격투기 게임을 해왔다. 정확히는 36년이다. 꿋꿋하게 '격투기 게임'이란 한 우물만 팠다. 하루 길게는 10시간까지 게임에 전념했다. 덕분에 10대∼20대가 대부분인 e스포츠 선수단에서 유일한 40대이자 최고참 선수가 됐다. 그는 '도전' 정신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김관우는 "대부분의 대회를 도전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번에도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선발전에도 출전하고 최선을 다해 우승해서 국가대표가 됐다"면서 "오래 게임을 해 왔지만, 성장하면서 아시안게임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금메달이라는 결과를 얻어서 기쁘다"고 밝혔다.

어릴 적 담임 선생님한테, 부모님께 혼나면서도 오락실을 드나들며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를 했다. 고수이다 보니 게임에서 진 '무서운 동네 형들'한테 맞을 뻔한 적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스트리트 파이터는 해본 분은 아시겠지만, 오락실에서 하는 거고, 하러 가면 항상 혼나던 게임이다. 어릴 때 게임을 좀 하셨다면 안 맞아본 분이 없을 것"이라며 "그래도 항상 좋아했고, 옆구리를 맞아가면서도 놓지 않았던 의지와 강한 승리욕으로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김관우는 이번 우승으로 스포츠 스타들의 스타가 됐다. 한국 선수 중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가장 많이 딴 선수(6개)인 펜싱 남자 사브르의 구본길은 "솔직히 저 격투 게임, 특히 '철권'을 잘한다"면서 "철권이 아시안게임에서 열렸다면 김관우 선수 대신 제가 이 자리에 있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잘하고, 요즘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게임이 대단한 점은, 큰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거다. e스포츠든 스포츠든 중요한 부분"이라며 존경을 표했다.

항저우=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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