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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EPL 프리미어리그

‘스페인판 레스터시티 동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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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가 ‘돌풍의 1위’ 지로나

1·2부 오가던 하위권 수준에서

레알·바르사 등 강팀들 제치고

리그 선두에… 8연속 무패행진

2023년 강력한 우승 후보 자리 잡아

미첼 감독 소통 리더십이 비결

만수르 시티풋볼그룹 구단 인수

자금 운용·선수 수급 원활 영향

2015∼2016시즌 세계 최고 프로축구리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선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레스터 시티가 2부리그에서 승격한 지 2년 만에 쟁쟁한 강호들을 제치고 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시즌 개막 전 우승 확률 0.0002%를 뚫고 창단 132년 만에 동화 같은 리그 우승을 거머쥔 레스터 시티는 단숨에 ‘기적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다만 짧은 전성기 뒤 레스터 시티는 모기업 경영난과 선수단 관리 실패로 쇠락해 지난 시즌 결국 2부리그로 강등됐지만 그 성공 신화는 축구계에 영원히 회자될 이야기로 남았다.

레스터 시티의 동화가 7년 만에 2023∼2024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재현될 조짐이다. 그 주인공은 레알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3강’을 제치고 리그 1위를 질주 중인 지로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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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로나 선수들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유이스 콤파니스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리메라리가 16라운드 바르셀로나와 경기에서 4-2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바르셀로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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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로나는 16라운드 기준 승점 41(13승2무1패)로 리그 선두다. 지난 1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임시 홈구장인 유이스 콤파니스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라리가 1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명문’ 바르셀로나를 4-2로 대파하며 레알 마드리드(승점 39)를 승점 2차로 2위로 밀어내고 선두에 올랐다. 지로나는 지난 10월1일 레알 마드리드에게 이번 시즌 첫 패배를 허용한 뒤 8경기(7승1무) 무패 행진일 만큼 기세가 무섭다.

1930년 창단한 지로나는 1999년까지만 해도 5부 리그인 카탈루냐 지역 리그에서 뛰었던 구단이다. 2017∼2018시즌 처음 1부 리그에 올랐던 지로나는 강등과 승격을 반복하는 하위권 수준의 팀이었다. 이번 시즌이 라리가에서 뛰는 역대 4번째 시즌인 지로나의 1부리그 최고 성적은 2022∼2023시즌 10위였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에서 뛰는 백승호(26)가 2018∼2019시즌 몸을 담았던 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시즌 리그 중반으로 접어든 현재 지로나는 돌풍을 넘어 우승을 노리는 강팀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 비결의 중심엔 2021년부터 지로나 사령탑에 오른 미첼 산체스 감독의 리더십이 꼽힌다. 미첼 감독은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공격 축구를 지향한다. 지난 시즌 다득점 5위에 해당하는 58골을 기록했던 지로나는 올 시즌에는 2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38골을 퍼붓고 있다. 아약스(네덜란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등을 거친 센터백 데일리 블린트는 인터뷰에서 “미첼 감독은 모든 경기에 어떤 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갔으면 하는지 명확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선수들과 함께 훈련에도 참여하면서 소통한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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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의 구단주인 ‘대부호’ 셰이크 만수르가 세운 지주회사 시티풋볼그룹의 일원이 되면서 자금 운용과 선수 수급이 원활해진 것도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 시티풋볼그룹은 지로나 지분의 47%를 갖고 있다. 덕분에 지로나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맨시티에서 풀백 얀 코투를 임대하고, 미드필더 앙헬 에레라를 영입했다. 브라질 출신 윙어 사비우도 시티풋볼그룹의 일원인 트루아(프랑스)에서 임대로 데려오고, 우크라이나 대표팀 스트라이커 아르템 도우비크를 영입하는 등 전력을 알차게 보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우비크는 지로나의 공격을 이끌며 8골을 폭발, 리그 득점 공동 3위에 올랐다.

스페인 라리가는 최근 10년간 바르셀로나 5회, 레알 마드리드 3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2회 등 사실상 이들 3강이 리그 우승을 놓고 다투는 곳이다. 지로나가 이 균열을 깨고 이번 시즌 끝까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는 기적을 쓸지 주목된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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