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이 영국 런던으로 손흥민을 찾아가 사과했고 손흥민은 그런 후배를 용서하고 격려했다. 손흥민은 이강인과 만남 이후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두 사람의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손흥민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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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 기간 중 무례한 행동으로 물의를 빚은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이 손흥민(32·토트넘)을 찾아가 머리를 숙였다. 주장 겸 에이스는 그런 후배를 따뜻하게 감싸줬다.

이강인은 2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스타그램) 계정에 별도의 사진 없는 검은 바탕과 함께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지난 아시안컵 대회에서 저의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축구 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면서 “흥민이 형을 직접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긴 대화를 통해 팀의 주장으로서의 짊어진 무게를 이해하고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썼다. 이어 “런던으로 찾아간 저를 흔쾌히 반겨주시고 응해주신 흥민이 형께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강인은 “흥민이 형에게 (아시안컵이) 얼마나 간절한 대회였는지 제가 머리로는 알았으나 마음으로 그리고 행동으로는 그 간절함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부분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특히 흥민이 형이 주장으로서, 선배로서 또한 팀 동료로서 단합을 위해 저에게 한 충고들을 귀담아듣지 않고 제 의견만 피력했다”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이강인은 앞서 열린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4강전 전날 저녁식사 자리에서 일부 선수들과 탁구를 치다 이를 제지하는 동료 선수들과 마찰을 빚었다. 주장으로서 상황에 개입한 손흥민과는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두 선수가 뒤엉키는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 일부가 탈구 되는 부상을 당해 붕대를 감고 그라운드에 올랐다. 무거운 팀 분위기 속에서 한국은 한 수 아래로 여긴 요르단에 단 하나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는 등 졸전 끝에 0-2로 완패해 결승행 문턱에서 좌절했다.

사과문을 발표한 이강인의 소셜미디어 페이지. 사진 이강인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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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은 “그날 식사 자리에서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면서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했다. 축구대표팀 다른 동료들에게도 일일이 연락해 사과했다는 그는 “선배들과 동료들을 대할 때 저의 언행에 배려와 존중이 많이 부족했다는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더 올바른 태도와 예의를 갖추겠다는 약속을 드렸다”고 자세를 낮췄다.

“과분한 기대와 성원을 받고도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로서 갖춰야 할 모범적인 모습과 본분에서 벗어나 축구 팬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렸다”고 인정한 그는 “다시 한 번 죄송하다”며 팬들을 향해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와 관련해 손흥민도 별도의 입장문을 냈다. 자신의 SNS 계정에 이강인과 활짝 웃는 사진을 올린 그는 함께 올린 글에서 “강인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저를 비롯한 대표팀 모든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면서 “강인이가 잘못된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대표팀 선배로서 또 주장으로서 옆에서 특별히 보살펴 줄 것”이라고 썼다.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당시 갈등 상황을 봉합하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에게 책임을 돌렸다. 관련해 “내 행동에 대해 잘했다 생각하지 않고 충분히 질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그는 “팀을 위해 싫은 행동도 해야 하는 것이 주장의 본분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는 더 현명하고 지혜롭게 팀원들을 통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썼다.

이어 “그 일 이후 강인이가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주시길 부탁 드린다. 대표팀 주장으로서 꼭! 부탁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강인의 방문과 사과 사실을 전한 손흥민의 인스타그램 페이지. 사진 손흥민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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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일각에서 나오는 이야기들 중 대표팀 내 편가르기에 대한 내용은 사실과 무관하며 우리는 늘 한 팀으로 한 곳 만을 바라보려 노력해왔다”면서 “축구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도 소란을 일으켜 죄송하다. 축구대표팀이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축구대표팀 내 갈등의 두 핵심 인물이 사과와 용서로 전격 화해하며 선수단 내 가라앉은 분위기는 빠르게 수습될 전망이다. 이제 축구계의 눈길은 새 사령탑 선임과 관련해 원칙을 정하고 실무를 담당할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이하 강화위원회)의 현명한 선택 여부에 모아지게 됐다. 정해성 신임 위원장을 중심으로 구성원을 모두 교체한 강화위원회는 21일 제1차 회의를 갖고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 경질과 함께 공석이 된 축구대표팀 후임 감독 선임 문제를 논의한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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