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야구장을 가득 메운 야구팬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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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내고 야구를 보는 시대가 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4일 “CJ ENM과 2024~2026 KBO 리그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규모는 3년간 총 1350억원(연평균 450억원)으로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의 유무선 중계권 계약이다.

지난 시즌까지 통신·포털 컨소시엄(네이버·카카오·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이 KBO와 직전 체결했던 5년 1100억원 유무선 중계권 계약보다 연평균 금액에서 2배 넘는 차이를 보인다. 앞서 KBO가 지상파 3사와 체결한 3년 1620억원(연평균 540억원)의 TV 중계방송권 계약과도 맞먹는다.

사진=KB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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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따라 TV가 아닌 PC, 스마트폰을 통해 야구를 접하는 것은 CJ ENM의 OTT 서비스 티빙을 통해서만 가능해졌다. 티빙의 유료회원이 돼야만 PC, 스마트폰을 통해 야구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팬들은 최소 월 5500원의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야구 시청 유료화’의 전격적인 출발이다. KBO와 각 구단에는 일단 반가운 소식이다. 10개 구단이 받는 중계권료 수입만 당장 76억원에서 99억원으로 크게 올랐다. 시장 경제 원리상 큰 금액에 물건을 판매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눈앞의 이득에 집중하다가 큰 그림을 망칠 수 있다는 걸 경계해야 한다. 중계 유료화로 인해 향후 야구팬 확보에 차질을 빚게 된다면, KBO의 이번 선택은 ‘역대급 악수’로 남을 확률이 높다.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 걸려있는 KBO리그 10개 구단의 현판.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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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대책을 마련했다. 티빙은 9일부터 시작되는 시범경기를 비롯해 다음달 30일까지는 KBO리그를 무료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티빙 첫 가입자에게는 첫 달 요금을 단 100원으로 줄여주는 이벤트도 얹었다.

40초 미만 분량의 경기 쇼츠 영상을 모든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제한을 풀어 즐길 거리를 늘릴 예정이며, 차별화된 스페셜 중계를 펼치는 주 1회 ‘티빙 슈퍼 매치’ 콘텐츠도 추가한다.

그럼에도 회의적인 시선은 남아있다. 보편적 시청권 논란에서 비롯되는 ‘유료 중계’에 대한 원초적인 거부감은 막아내기 힘들다. 새로운 플랫폼으로의 전환도 온라인 생태계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유료화에 어울리는 시청 환경이 확보될지에 물음표가 붙은 게 크다. 동시 접속자가 몰리는 것을 버티지 못하고 중계가 끊기거나 품질이 저하되는 현상은 이미 타 플랫폼에서 노출하고 있는 단점이다. 크게 벌어지는 시간 지연도 간과할 수 없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는 프로야구 중계가 돈을 내고 볼만한 상품이라는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KBO와 각 구단에는 경기력 향상, 티빙에는 쾌적한 중계 환경 구축 및 흥미로운 콘텐츠 생산이라는 무거운 과제가 주어졌다.

KBO 허구연 총재가 지난 2024 KBO 신인드래프트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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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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