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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 문제제기 했고, KBO도 인지했는데"…오심 은폐 논란, 막을 수 있어 더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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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문제 제기했었고 KBO도 인지하고 계셨는데, 일찍 개선되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강인권 NC 다이노스 감독이 16일 창원 한화 이글스전에 앞서 논란의 심판 오심 은폐 사태와 관련해 입을 열었다. NC는 지난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치르다 황당한 오심과 마주했다. 문제 상황은 NC가 1-0으로 앞선 3회말 삼성 공격 상황에 나왔다. 선발투수 이재학이 2사 1루에서 이재현을 상대할 때였다. 볼카운트 0-1에서 2구째 직구에 주심은 볼을 선언했다. 그런데 이 공이 문제였다. 강 감독이 이재학이 이재현에게 5구째를 던진 상황에서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KBO가 지급한 ABS(자동볼판정시스템) 확인용 태블릿 PC에 2구째 직구가 스트라이크로 찍힌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 항의한 것. ABS 데이터 전송 시간 차이로 바로 항의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항의를 받은 심판진은 강 감독의 항의에 논의를 시작했다. 2구째가 스트라이크라는 명백한 증거가 나와 있는 상황. 심판진은 이 잘못을 인정하고 후속 대책을 논의하는 게 맞았지만, 오심을 은폐하기 위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1루심을 맡았던 이민호 심판팀장이 “안 들렸으면 안 들렸다고 사인을 주고 해야 되는데 그냥 넘어가 버린 거잖아”라고 말하자 문승훈 주심은 “지나간 건 그냥 지나간 걸로 해야지”라고 받아치는 목소리가 그대로 중계방송에 나갔다. 문승훈 주심이 ABS 콜을 제대로 못 들은 상태에서 볼로 선언하고 넘어갔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다음 발언은 더 충격적이었다. 이민호 심판팀장은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하세요). 아셨죠? 우리가 빠져나가려면 그것 밖에 없는 거예요. 음성은 볼이야. 알았죠? 우리가 안 깨지려면 일단 그렇게 하셔야 돼요”라고 너무도 당당하게 말했다. 이 목소리가 방송으로 그대로 중계되지 않았더라면 자칫 '음성은 볼이었다'고 모두가 속고 넘어갈 뻔했다. 이민호 심판팀장이 은폐 시도 과정에서 한 가지 생각하지 못한 것이 바로 중계방송사 마이크였다.

논란의 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문승훈 주심은 “(이어폰을 통해 전달된 판정 내용이) 지지직거려서 볼 같았다고 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민호 심판팀장은 “같았다라고 하면 안 된다. 볼이 나왔다고 하시라. 우리가 안 깨지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다그쳤다.

이민호 심판팀장은 논의(?)를 모두 마친 뒤 마이크를 잡고 "투구한 공이 음성으로는 볼로 전달이 됐다. 그런데 ABS 모니터를 확인해보니 스트라이크로 판정이 됐다. 어필 시효가 지난 걸로 해서 카운트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심판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NC는 억울한 판정을 해결하지 못한 채 경기를 치렀고, 결국 5-12로 역전패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1위 KIA 타이거즈(14승4패)와 치열한 선두 싸움을 펼치던 기세도 한풀 꺾였다. NC는 13승6패로 2위에 머물며 6연승을 질주한 KIA와 1.5경기차로 벌어졌다. 나중에 오심으로 얼룩진 1패가 순위 싸움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일단 NC 구단은 KBO에 공문을 보내 어필을 한 상태다.

KBO는 사태의 심각성을 확인하고 심판진 징계 및 대책 마련에 나섰다. KBO는 15일 '허구연 총재 주재로 긴급 회의를 진행하고 14일 대구 NC-삼성 경기의 심판 팀장 이민호 심판위원, 주심 문승훈 심판위원, 3루심 추평호 심판위원에 대해 금일 부로 직무 배제하고 절차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3루심도 ABS 판정 콜을 주심과 같이 들을 수 있고, 주심이 못 들었다면 정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 징계 대상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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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는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엄정하게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KBO는 이날 허구연 총재 주재로 ABS 긴급 점검 회의를 개최했으며, 주심 혹은 3루심이 스트라이크/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 요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양 팀 덕아웃에서도 주심, 3루심과 동일한 시점에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음성 수신기 장비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강 감독은 "지금 인사위원회도 열리고 있는데, 그 과정에 있었던 것들을 다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 나중에 따로 말씀드릴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논란을 다시 언급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했다.

다만 방지할 수 있었던 문제라는 점은 확실히 짚었다. 강 감독은 "방지할 수 있었던 것들이 분명히 있었는데도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게 조금 안타깝기는 하다. 우리들이 시범경기를 통해서 ABS를 이용하면서 태블릿PC에 전송되는 시간과 관련해 항상 문제 제기를 했다. KBO에서도 인지는 하고 계셨고, 시즌이 시작하면 분명 개선될 것이라고 이야기도 해 주셨다. 그런 점들이 조금 일찍 개선되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또 음성 수신기 장비를 일주일 뒤에 도입한다고 들었는데, 조금 더 일찍 해 주셨으면 이런 상황이 발생되지도 않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이 든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상황을 안 만들어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강 감독은 볼 판정이 잘못됐다고 인지한 시점과 관련해 "육안으로는 2구째가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했다. 스트라이크라고 인지했고, 다만 태블릿PC에 무감각해진 이유가 한 구를 던지면 2~3구 뒤에 결과가 전송이 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관심 있게 보다가 조금 무감각해진 것이 사실이다. 계속 투구하는 것도 확인해야 할 점들이 분명 있기 때문에. 꼼꼼히 체크하지 못한 점들도 분명 있었겠지만,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볼카운트라 그때 태블릿 PC를 확인했고, 스트라이크로 나와 있어서 정정할 수 있는 점이 있겠구나 해서 어필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선발투수 이재학을 오히려 흔든 결과를 낳은 것 같아 미안한 감정도 들었다. 강 감독은 "(이)재학이도 당시 컨디션이 조금 흔들렸던 점도 있고, 내가 또 어필이 조금 길어진 순간에 또 리듬을 깬 점도 있기 때문에 그 점은 재학이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이재학은 3⅓이닝 6실점에 그쳐 패전을 떠안았다.

당사자인 이재학도 조심스럽게 생각을 밝혔다. 그는 "조금 아쉽긴 하다. 아쉽지만, 이미 다 지난 일이고 나는 또 다음을 준비하면서 그냥 그렇게 있는 상황이다. 그 순간도 경기의 일부라 생각해서 그냥 다시 던지려고 했다. 별 생각하지 않고 던지려고 마음을 먹었다"고 밝혔다.

이재학은 2구째 볼 판정이 의심스러웠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내가 잘 마무리했으면 좋았겠지만, 결과는 일어나야 알 수 있는 것이지 않나. 확률적으로는 (스트라이크였다면) 조금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확률이 있었겠지만, 그 뒤에 결과는 또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또 지나간 것이라 생각하고 그냥 좀 잊고 다시 준비하려 생각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NC는 이날 박민우(2루수)-서호철(3루수)-손아섭(지명타자)-권희동(좌익수)-박건우(우익수)-김성욱(중견수)-김형준(포수)-오영수(1루수)-김주원(유격수)이 선발 출전한다. 선발투수는 김시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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