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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부모님 생각 먼저 난다"…'학폭 속죄 1년' 김유성, 베어스 24번째 역사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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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제일 먼저 부모님 생각이 납니다."

두산 베어스 우완 투수 김유성(22)이 성공적인 선발 데뷔전을 치른 뒤 활짝 웃었다. 김유성은 26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75구 3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4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김유성은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고 선발 데뷔전에서 승리를 기록한 KBO 역대 167번째, 베어스 역대 24번째 선수가 됐다. 덕분에 두산은 10-5로 승리하면서 2연승을 달렸다.

두산과 김유성 모두에게 중요한 등판이었다. 두산은 최근 라울 알칸타라(팔꿈치 염좌)와 브랜든 와델(허리 근육통) 원투펀치가 모두 부상으로 이탈하고, 5선발 김동주가 부진으로 2군에서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선발진이 초토화됐다. 한화와 이번 주말 3연전은 김유성, 박정수, 최준호까지 대체 선발투수 3명으로 버텨야 했다. 불펜을 얼마나 소모할지 계산이 안 되는 만큼 첫 타자인 김유성의 몫이 중요했다.

김유성은 개인적으로 터닝포인트가 필요했다. 김유성은 김해고를 졸업하고 2021년 NC 다이노스에 1차지명을 받았지만, 학교폭력 이슈가 터지면서 지명 철회를 경험했다. 김유성은 고려대에 입학해 선수 생활을 이어 갔고, 관련 징계는 다 받았다. 그리고 얼리 드래프트로 2023년 2차 2라운드 19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은 대신 학교폭력 피해자 측과 합의를 마쳤을 때 김유성을 마운드에 올리겠다고 했고, 지명 7개월 만에 합의를 마쳤다. 피해자 측은 김유성을 용서하면서 "지금처럼 반성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모범적인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유성은 지난해는 자신을 향한 따가운 시선을 이겨내지 못했다. 피해자의 용서가 곧 팬들의 환대를 뜻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 김유성은 스스로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구원 등판한 7경기에서 6⅓이닝, 평균자책점 9.95에 그쳤다. 올해는 2군에서 시즌을 준비하면서 차분히 선발로 등판할 수 있는 때를 기다렸고 이날 처음 기회를 잡았다.

공격적인 피칭이 돋보였다. 김유성은 지난해와 비교해 훨씬 영점이 잡힌 투구를 펼치면서 한화 타선을 제압했다. 직구(50개) 위주로 던지면서 슬라이더(22개)를 주로 섞었다. 커브와 포크볼은 하나씩 보여주는 용도로만 활용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9㎞, 평균 구속은 145㎞를 기록했다. 슬라이더가 22구 가운데 17구가 스트라이크가 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출발이 좋진 않았다. 김유성은 1회말 선두타자 최인호에게 볼넷을 내주고, 페라자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무사 1, 2루 위기에 놓였다. 한화 중심 타선 노시환-채은성-안치홍과 승부를 앞두고 만든 위기라 부담감이 클 법했으나 버텼다. 김유성은 노시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채은성을 1루수 땅볼, 안치홍을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흐름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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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으로 앞선 4회말 선두타자 노시환까지 10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 가던 김유성은 채은성에게 일격을 당했다. 볼카운트 1-1에서 던진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약간 몰렸는데, 채은성이 놓치지 않고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채은성의 시즌 2호포.

6-1로 쫓기자 두산 타선은 5회초 2점을 더 뽑으면서 김유성을 안심시켰다. 2사 후 라모스와 김기연의 연속 안타가 터져 1, 2루가 됐고, 한화 2번째 투수 한승혁의 2루 견제 실책이 나오면서 2사 2, 3루로 상황이 바뀌었다. 박준영이 좌익수 왼쪽 2타점 적시타를 날리면서 8-1로 거리를 벌렸다.

김유성은 5회말에도 등판해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2사 1루에서 최인호에게 우중간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아 8-2가 됐지만, 2사 2루에서 페라자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5이닝을 채웠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김유성이 데뷔 첫 선발 등판이라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도 5이닝을 던지며 자신의 역할 그 이상을 해냈다. 데뷔 첫 승을 축하하며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기대한다"고 칭찬했다.

김유성은 선발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한 것과 관련해 "선발 통보를 받았을 때 처음에는 그렇게 긴장 안 됐는데, 야구장 오니까 긴장이 좀 됐다. 첫 선발인데 포수 (김)기연이 형이 좋은 리드를 해줬고, 타자들이 또 초반에 점수를 많이 내줘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아서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1회 무사 1, 2루 위기를 극복한 것과 관련해서는 "볼넷이랑 안타 주고 약간 머리가 띵하더라. 그래서 그냥 내 공을 자신 있게 던지자고 생각하고 던졌는데,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입단 동기인 우완 최준호(20)가 지난 23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면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자극을 받기도 했다. 김유성은 "드래프트 동기이기도 하고 친한 사이라 (최)준호도 잘 던지는데 나도 한번 잘 던져보자 생각하고 던졌던 것 같다. 준호한테 뭐가 놓았냐고 물어보니까 변화구 제구도 괜찮았고, 직구를 자신 있게 던진 게 통했다고 하더라. 나도 그런 점을 생각하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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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연과는 공격적으로 가자고 이야기를 나누고 경기에 들어갔다. 김유성은 "우리는 항상 그렇듯이 스트라이크 승부하고, 빠른 카운트에 승부하고 볼을 던지지 말자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김기연은 "오늘(26일) (김)유성이의 첫 승을 함께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유성이의 구위가 초반부터 너무 좋아서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 속구 힘이 정말 좋았기 때문에 변화구 비율을 높이지 않아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경기 전 세리자와 유지 배터리코치님, 또 유성이와 이야기한 포인트는 볼넷을 줄이는 것이었다. 자신의 공을 믿고 빠르게 승부하는 쪽으로 콘셉트를 맞췄는데 유성이의 구위가 좋아 효과를 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가장 생각나는 얼굴은 가족, 그리고 2군 코치진이었다. 김유성은 "제일 먼저 부모님이 생각났다. 그리고 김상진 코치님과 권명철 코치님 등 2군 코치님들이 전부 너무 열심히 지도해 주셔서 생각난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제 김유성은 1군에서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그는 "선발로 나가든 중간으로 나가든 팀이 이기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두고 있다. 또 팀이 최대한 높은 곳에 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려 한다. 일단 한 경기 한 경기 열심히 던져서 1군에 오래 버티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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