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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리그를 대표하는 언더핸드 선발 투수였다. 두 자릿수 승수 경력도 세 차례나 있었다. 리그에서 이 정도 실적을 가진 선발 투수를 찾는 것도 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실적과 평소 성실한 노력을 인정한 SSG는 박종훈에게 5년 총액 65억 원의 비FA 다년 계약을 제안했다. 당시 팔꿈치 수술 재활 중이었던 박종훈이지만, SSG는 샐러리캡 시대에 대비하며 확실한 선발 투수 하나를 묶어놓고자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그렇게 큰 이견은 없는 계약이었다.
하지만 부상 복귀 이후 부진의 시기가 이어졌다. 올해도 이숭용 SSG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 속에 개막 로테이션에 자리를 잡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제구에 고전했다. 1군에서 던지고, 못 던져서 2군에 갔다가, 2군에서 괜찮은 보고가 올라오면 다시 1군에 와서 던졌다가 성적이 부진해 다시 2군으로 내려가는 지루한 상황만 계속됐다.
그래서 16일 등판에 모든 관심이 몰렸다. 박종훈은 지난 6월 6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팀 선발 로테이션 구상이 서자 박종훈을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한화와 3연전 중 한 경기에 등판하기로 내정하고 2군에서 준비를 하도록 했다. 다른 팀 분석도 필요없었다. 오직 한화전 한 경기만 보고 준비할 수 있었다. 그에 맞춰 준비했고 사실 2군 등판 내용의 평가는 굉장히 괜찮았다.
이숭용 SSG 감독도 16일 경기를 앞두고 박종훈에 대한 질문에 “잘 던질 것이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해야 한다”면서도 “나는 또 다른 플랜을 늘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종훈의 투구 내용을 보고 향후 구상을 다시 정하겠다는 의미로 느껴졌다. 박종훈이 잘 던지면 로테이션에 잔류하거나 혹은 추후 로테이션이 빌 때 다시 활용하겠지만, 만약 이날도 부진하면 앞으로의 방향을 장담할 수 없었다. 기회는 충분히 줄 만큼 줬기 때문이다.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의 이목이 집중된 이유였다. 다 박종훈 이야기였다.
하지만 “잘 던져줬으면 좋겠다”고 기대감과 초조함을 드러내던 식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2⅔이닝 동안 4피안타, 그리고 4사구 3개를 내주며 3실점했다. 1·2회 위기는 잘 넘겼지만, 3회에는 무사 만루에서 폭투 두 개를 연달아 던지며 2실점한 끝에 결국 3실점하고 마운드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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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다 연속 안타를 맞았다고 하면 다음 기회에 대한 여지가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날 박종훈의 투구는 그렇지 않았다. 투구 시간은 여전히 길었고, 야수들의 부담은 컸다. SSG가 경기 후 박종훈의 투구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하겠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날이었다. "너무 큰 부담을 가진 것 같다"는 한 구단 관계자의 말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결국 기록으로 보여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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