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7 (목)

장타왕도 조마조마… 디섐보 US오픈 우승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킬로이와 1타차 접전 중 기적 같은 벙커샷

“내 인생 최고의 샷”… 우승 트로피 품에 안아

韓 김주형-안병훈, 파리올림픽 티켓 확보

동아일보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17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US오픈 최종 라운드 16번홀에서 버디 퍼트가 홀을 살짝 빗나가자 무릎을 꺾은 채 온몸을 뒤로 젖히며 아쉬워하고 있다. 파인허스트=AP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99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리조트 앤드 컨트리클럽 2번 코스(파70)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 US오픈 챔피언은 페인 스튜어트(1957∼1999)였다. 스튜어트는 대회 최종 라운드 마지막 18번홀에서 4.5m 파 퍼트를 성공시키며 필 미컬슨(미국)을 한 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그 대회를 포함해 메이저대회 3승을 거둔 스튜어트는 약 4개월 뒤 비행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2번 코스 클럽하우스 앞엔 스튜어트가 파 퍼트에 성공한 뒤 보여준 세리머니 동작을 형상화한 동상이 세워졌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17일 같은 곳에서 열린 제124회 US오픈에서는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이날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1.2m 파 퍼트를 홀에 떨어뜨린 뒤 주먹을 공중에 내지르는 챔피언 세리머니로 우승을 자축했다.

TV 중계 카메라가 디섐보를 향하자 그는 모자를 벗어 모자 뒤편에 붙어 있던 작은 핀을 가리키며 이렇게 소리쳤다. “페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디섐보의 마음속 영웅은 그렇게 이번 대회 내내 그와 함께했다. 디섐보는 그린을 벗어나면서 다시 한번 하늘을 향해 손짓했다. 스튜어트와 2년 전 작고한 아버지가 하늘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처럼. 현지 시간 6월 16일이던 이날은 ‘아버지의 날’이기도 했다.

디섐보는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3개로 한 타를 잃었지만 최종 합계 6언더파 274타를 기록하며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1타 차로 제치고 대회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430만 달러(약 59억4000만 원)다. 2020년 US오픈 우승자인 디섐보는 4년 만에 US오픈을 제패했다. PGA투어에서 8승을 거둔 뒤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지원하는 LIV 골프로 이적한 디섐보는 LIV 선수로는 두 번째로 메이저대회 챔피언이 됐다. LIV로 옮긴 브룩스 켑카(미국)가 지난해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적이 있다.

매킬로이에 한 타 앞선 채 오른 18번홀(파4)에서 디섐보는 위기를 맞았다.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휘어 잔디가 없는 곳에 떨어졌다. 세컨드샷은 그린에서 멀리 떨어진 벙커에 빠졌다. 하지만 55도 웨지를 꺼낸 디섐보는 부드러운 스윙으로 세 번째 벙커샷을 핀 1.2m 거리에 떨어뜨린 뒤 파를 세이브했다. 디섐보 스스로 “내 인생 최고의 샷”이라고 평가한 벙커샷이었다.

우승 순간 디섐보는 스튜어트를 떠올렸다. PGA투어에서 뛰던 생전의 스튜어트를 따라 헌팅캡을 썼던 디섐보는 “스튜어트를 따라 서던메소디스트대에 입학했다. 헌팅캡도 그를 따라 썼다”며 “스튜어트를 위해 이곳에서 꼭 우승하고 싶었다. 내 가슴속엔 아버지와 스튜어트가 함께했다”고 말했다.

4라운드 한때 디섐보에게 두 타 앞선 단독 선두로 나섰던 매킬로이는 막판 4개 홀에서 세 차례 보기로 무너졌다. 18번홀을 포함해 마지막 세 홀 중 두 홀에서 1m 남짓한 짧은 퍼트를 놓쳤다. 18번홀 파 퍼트에 성공했으면 승부를 연장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 매킬로이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준우승을 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김주형이 공동 26위(6오버파 286타)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다음 달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 출전 티켓 두 장은 김주형과 안병훈이 차지하게 됐다. 김주형은 이번 대회 직후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26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올림픽에 나가게 됐다. 안병훈은 이번 대회에서 컷 탈락했지만 세계 랭킹 27위로 한국 선수 중 두 번째로 높은 랭킹을 지켜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이후 두 번째 올림픽 참가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