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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글로벌 현장을 가다/조은아]“해도 너무한 올림픽 특수”… 지하철 2배, 에펠탑 티켓 20%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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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인플레이션 논란

올림픽 기간 지하철 요금 2배로… “미리 표 사놔야” 구매 서둘러

경기 입장권은 “빚내서 살 판”… ‘슈퍼리치’ 위한 초호화 패키지

에어비앤비, 오르세역 시계탑 숙박권… “올림픽 경제 효과 의문” 논란도

동아일보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명소인 트로카데로 광장이 관광객과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멀리 보이는 에펠탑엔 다음 달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이달 7일부터 재활용 강철로 만든 올림픽 오륜기 조형물이 설치됐다. 에펠탑 바로 앞 샹드마르스 공원은 올림픽 때 비치발리볼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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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한 끼에 1인 15유로(약 2만2000원) 정도였는데, 파리는 어딜 가도 30유로가 넘네요.”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 근처에서 만난 미국인 관광객 앨릭스 호프 씨는 파리에 왔다가 비싼 외식비에 깜짝 놀랐다. 대도시의 유명 관광지라 웬만큼 각오는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식비가 많이 들어 당황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잠시 머무는 외지인들만 느끼는 게 아니다. 최근 번화가를 중심으로 ‘바가지 영업’ 조짐이 번져 파리 시민들도 불만이 적지 않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6유로를 받는 등 기존보다 몇 배나 가격을 올린 식당도 늘고 있다. 한 카페는 오렌지주스 1잔에 9유로를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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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아 파리 특파원


관광객을 집중 겨냥한 기념품 가게는 가격 ‘뻥튀기’가 더욱 심했다. 보통 2유로쯤 하던 엽서 한 장이 6유로에 팔렸다. 비싼 가격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빈손으로 자리를 뜨는 고객들이 적지 않았다.

다음 달 26일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파리는 이미 ‘비싼 올림픽’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광객은 둘째치고 파리지앵들도 치솟는 물가에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주민들도 올림픽 개최에 대한 기대보다는 “빨리 끝나기만 기다린다”란 반응이 주를 이뤘다.

● “지하철표 올림픽 전에 사두자”

현지에서 가장 큰 불만은 대중교통이다. 지하철 요금이 올림픽 기간에 2배로 오르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종일권’은 원래 한 장에 8.65유로. 하지만 7월 20일부터 9월 8일까지 16유로로 인상된다. 정부는 “올림픽 기간에 대중교통 혼잡을 막기 위해서”라고 인상 이유를 밝혔다. 이용자 급증에 대비해 지하철을 증편하는 비용을 요금 인상으로 충당하겠다는 취지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파리 시민들은 “그렇다고 해도 인상 폭이 너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올림픽 기간 에펠탑이나 콩코르드광장 등이 경기장으로 바뀌는 바람에 시내 도로 곳곳이 통제돼 도심 운전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그 때문에 그나마 믿을 만한 이동수단이 지하철인데, ‘그럼 걸어 다니란 얘기냐’란 볼멘소리가 나온다. 올림픽 이전에 장기 통행권을 미리 최대한 사두려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파리 주요 명소의 입장료도 속속 오르고 있다. 세계인들이 몰려오는 올림픽을 맞아 관광 수익을 바짝 올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미 루브르박물관은 관람료가 30% 인상됐으며, ‘파리의 얼굴’ 에펠탑 입장료도 약 20% 오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펠탑 입장료는 노후 시설 보수비용 마련과 팬데믹 시즌에 입장객이 줄어든 손실 보충을 위해 이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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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6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프랑스 파리 올림픽을 계기로 새롭게 지어진 오르세미술관 시계탑의 호텔. 사진 출처 에어비앤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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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숙박비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BFM TV는 “올림픽 기간에 호텔 가격은 평상시 대비 21%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명당’으로 꼽히는 호텔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프랑스 소비자단체 ‘크 슈아지르’가 센강변에 위치한 3, 4성급 호텔 80곳을 조사한 결과 개회식 당일 1박 투숙 요금(성인 2명 기준)은 평균 1033유로였다. 온라인 구입 플랫폼 아마데우스에 따르면 올림픽 개막 주인 7월 마지막 주 파리의 호텔 객실 점유율은 이미 평균 74%에 이른다.

● 초호화 올림픽 패키지도 등장

올림픽 인플레이션은 개최지마다 항상 논란이 벌어지는 이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열린 대회’란 슬로건을 내걸고 있지만 언제나 비싼 티켓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파리 올림픽은 유독 더 ‘돈 있는 이’들에게만 열린 대회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초기에 가장 저렴한 24유로짜리 관람권 100만 장을 풀었는데, 일찍이 매진돼 버렸다. 이후 티켓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육상 준결승전 관람권은 980유로에 이른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야외에서 열리는 ‘센강 개회식’ 입장권은 무려 2700유로다.

이에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조차 “내 가족들도 경기를 보러 올 수가 없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프랑스 유도 선수인 아망딘 뷔샤르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올림픽이라지만 실제로는 은행 대출이라도 받아야 사랑하는 이들이 나를 볼 수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일본 도쿄 올림픽 여성7종경기에서 연속으로 금메달을 땄던 벨기에 선수 나피사투 티암은 자국 언론 DH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가족이 나를 보러 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파리올림픽조직위는 이전 올림픽과 비교하면 양호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조직위는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가격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수준과 엇비슷하다”며 “2020년 도쿄 올림픽 땐 엄격한 팬데믹 규제로 관중 입장이 제한됐지만 오히려 파리 올림픽보다 더 비쌌다”는 입장이다.

그 와중에 일반 서민에겐 그림의 떡인 ‘슈퍼 리치’를 겨냥한 초호화 올림픽 패키지 상품들은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올림픽 경기 입장권에 파리 고급 레스토랑 식사나 5성급 호텔 숙박을 묶은 상품들이 적지 않다. 대형 스포츠 에이전시들은 선수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명 선수와의 만남이나 선수촌 제한구역 투어 등을 끼워 넣은 상품도 내놓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한 업체에선 올림픽 결승전 및 개회식 관련 상품이 38만1600달러(약 5억3000만 원)에 팔리고 있다.

● 기업 마케팅 각축…韓 기업들도 나서

올림픽을 앞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는 와중에 글로벌 기업들의 이색 마케팅들도 눈길을 끌고 있다. 관광객 등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숙박 예약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는 개회식 당일에 맞춰 전무후무한 호텔 숙박권을 걸고 홍보하고 있다. 숙박권이 걸린 호텔은 과거 파리에서 번화했던 옛 오르세역 건물 5층에 위치한 시계실이다. 올해 마티유 르아뇌르 디자이너가 이 공간을 고급 침실로 변신시켰다. 에어비앤비 측은 “역사적으로 이곳에서 숙박이 가능했던 적이 없다”며 “새롭게 꾸며진 침실은 독특한 플로팅 침대와 파리 올림픽 성화의 복제품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IOC 공식 글로벌 파트너인 삼성전자는 샹젤리제 거리 개선문이 훤히 올려다보이는 공간에 홍보관을 열었다.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과의 디자인 협업으로 완성됐다. 방문객들은 10월 31일까지 삼성전자의 각종 제품을 체험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세계인들에게 한국 관광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22, 23일 파리 대형 쇼핑몰 ‘웨스트필드 포럼 데 알’에서 홍보 박람회 ‘K관광 로드쇼’를 열었다. 올림픽 기간 파리 시내 190여 곳에서 한국을 알리는 광고를 송출한다.

2016년 프랑스 스포츠법률 및 경제센터에 따르면 세계적 기업들이 모여드는 파리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는 최대 107억 유로로 추산된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경제 상황이 많이 바뀌어 이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블라디미르 안드레프 파리 판데온소르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인플레이션 위기와 국제적 상황을 고려해 경제효과 추정치를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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