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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7 (수)

위약금 100억에 실탄 부족? 홍명보 내정에도 어른거린 '밉상' 클린스만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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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감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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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에 빠진 한국 축구 대표팀을 이끌 새 수장은 결국 국내파 감독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 경질 이후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던 대한축구협회의 선택은 울산 현대 HD 홍명보 감독(55)이었다.

협회는 7일 "차기 축구 대표팀 사령탑에 홍 감독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사회 추인이 남았지만 홍 감독과 협회는 이날 오전 계약 절차를 마무리했고, 2027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2년 6개월 동안 대표팀을 이끄는 조건이다.

대표팀은 올해 초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했지만 기대 이하의 경기력 속에 4강전에서 탈락했다. 여기에 미국 '재택 근무' 논란까지 일어난 클린스만 감독이 비난 여론 속에 경질됐다.

뒷수습도 쉽지 않았다. 협회는 경질에 따라 클린스만 감독 사단에 지불해야 할 위약금이 100억 원에 이르는 부담을 안게 됐다. 또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에 차기 사령탑으로 어울릴 거물급 지도자를 물색해야 했다. 재정적 어려움 속에 국내파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협회가 좀처럼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한 가운데 대표팀은 임시 사령탑 체제 하에 2026 북중미월드컵 예선을 치러야 했다.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일단 겸임하면서 급한 불을 껐지만 자리를 비운 여파 때문인지 정작 올림픽 본선에 오르지 못해 사퇴해야 하는 홍역도 치렀다. 다만 황 감독은 최근 프로축구 대전 지휘봉을 잡아 무직자 신세를 면했다. 지난 5월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는 김도훈 임시 감독이 팀을 이끌었다.

당초 협회의 계획은 외국인 감독이었다. 지난 2월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수장으로 정해성 위원장이 발탁된 이후 100명 안팎의 외국인 지도자를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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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참패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이 귀국 기자 회견에서 사퇴 불가 의견을 밝히는 모습. 인천공항=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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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능력 있는 후보들의 몸값을 감당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의 추정 연봉 29억 원 이상을 책정하기에는 협회의 부담이 컸다. 더군다나 협회는 내년 충남 천안에 준공 예정인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 공사 비용이 늘어나 약 300억 원 대출을 받은 터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리즈 유나이티드 등을 거친 제시 마쉬 감독과 계약 직전까지 갔지만 연봉과 국내 거주 등 세부 조건에서 협상이 결렬된 이유다. 협회는 그레이엄 아널드 호주 대표팀 감독,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대표팀 감독 등을 물망에 올렸지만 이름값과 성과에서 팬들의 눈높이에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평가였다.

이런 난국에서 정 위원장은 차기 대표팀 사령탑 후보에 대해 홍 감독과 김도훈 감독 등 국내파로 의견을 협회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전격 사퇴했고, 대신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업무를 이어받아 거스 포옛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과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 시티(잉글랜드) 감독과 면담을 위해 지난 2일 유럽 출장을 떠났다가 돌아왔다.

하지만 협회의 선택은 홍 감독이었다. 지난 5일 이 이사가 직접 찾아가 끈질긴 구애를 하면서 홍 감독이 마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홍 감독은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지난 2월과 정 위원장이 사퇴한 지난달 30일만 해도 "울산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협회의 삼고초려에 마음을 열었다. 홍 감독 내정과 관련해 협회는 8일 오전 기자 회견을 열고 이 이사가 브리핑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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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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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발목을 끈질기게 잡고 있는 클린스만 전 감독의 선임에는 협회 정몽규 회장의 입김이 깊숙하게 들어갔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아시안컵 이후 축구계에서는 정몽규 책임론도 크게 불거졌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 과정에 대해서 여러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때와 똑같은 프로세스로 진행했다"고 일축한 바 있다.

차기 사령탑 선임과 관련해 정 회장은 지난 5일 "누구를 선임하든 부정이 긍정 여론보다 높을 것"이라면서 "50%의 지지를 받으며 (감독이) 되는 경우도 없는 것 같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또 "결국 (대표팀 감독은) 한 팀을 만드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전술적인 부분은 자기들(코칭스태프)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는 9월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부터 홍 감독은 대표팀을 이끌 전망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사태로 더욱 어려운 지경에 놓인 한국 축구, 혼란에 혼란을 거듭했던 차기 사령탑 내정 과정까지 홍 감독이 전화위복을 이뤄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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