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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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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의 가치’ 전하는 MLB 올스타전…우리는 무엇을 담을까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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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메리칸리그 올스타팀 사령탑을 맡은 브루스 보치 텍사스 레인저스 감독(오른쪽)이 17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 알링턴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 열리기 전 내셔널리그 올스타팀 사령탑 토레이 로불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감독과 인사하고 있다. 텍사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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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올스타전(17일)이 열렸다. ‘별들의 잔치’라는 점은 한국과 같지만 조금 차이는 있다. 올스타 코칭 스태프 구성부터 다르다.



KBO리그는 10개 구단 감독들이 전부 올스타전에 참가한다. 미국은 아니다. 내셔널리그, 아메리칸리그 구단들 중 전년도 성적이 가장 좋은 팀의 수장이 올스타팀을 이끈다. 이런 이유로 전 시즌 뒤 은퇴했던 감독이 올스타전 사령탑으로 깜짝 복귀한 적도 있다. 2011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이끌고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고 은퇴했던 토니 라 루사 감독은 깜짝 복귀해 이듬해(2012년) 내셔널리그 올스타팀을 이끌었다. (라 루사 감독은 2020년 10월 시카고 화이트삭스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했다가 건강 문제로 2022년 10월 사임했다.)



올스타 감독들은 소속 구단 코치들과 함께 올스타전을 치르는데, 다른 구단 감독을 특별히 초청하기도 한다. 올해 아메리칸리그 올스타팀을 지휘하는 브루스 보치 텍사스 레인저스 감독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마크 캇세이 감독을 올스타전에 초대했다.



외야수 출신의 캇세이 감독은 보치 감독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사령탑으로 있을 때 3년 간(2001~2003년) 샌디에이고에서 뛴 적이 있다. 그는 17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뛰었으나(통산 1784안타, 127홈런 720타점) 올스타로 뽑힌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48살의 나이에 감독 신분으로 올스타전에 데뷔한 셈이다. 보치 감독을 ‘멘토’로 칭하는 캇세이 감독은 “올스타전 참여는 처음이라 흥분되고, 존경하는 보치 감독 곁에서 그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내셔널리그 올스타팀을 이끄는 토레이 로불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감독은 데이비드 벨 신시내티 레즈 감독을 동료 코칭 스태프로 지명했다. 벨 감독 또한 51살에 처음 올스타전 멤버가 됐다. 벨 감독은 12시즌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뛰었고, 통산 1239안타 123홈런 589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로불로 감독과 벨 감독은 1995년 트리플A 버팔로 바이슨스 팀 동료였다. 1998년에는 클리블랜드에서 같이 뛰었다. 더 나아가 2021년 신장암으로 사망한 벨 감독의 형, 마이크가 애리조나 구단에서 일했고, 로불로 감독과 친분이 두터웠다. 이런 이유로 로불로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일찌감치 벨 감독에게 올스타전에 함께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불로 감독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마이크를 기리고 싶었다. (더그아웃에서) 데이비드 곁에 앉아서 그의 가족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는 것은 내게 매우 즐거운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벨 감독은 “애리조나 구단 사람들은 나보다 더 형에 대해 잘 안다. 올스타전 동안 토레이와 함께하는 것은 나와 가족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캇세이 감독이나 벨 감독 모두 맨 처음 올스타전 초청을 받았을 때의 반응이다. 둘 다 “가족과 먼저 상의해봐야 한다”, “아내에게 다른 계획이 있는지 먼저 물어보겠다”라고 답했다. 메이저리그는 6개월 넘게 162경기를 치르는 터라 올스타전 브레이크가 유일하게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된다. 올스타전 참여도 영광의 시간이 되겠으나 잠깐의 휴식 시간 동안 시즌 내내 희생하는 가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가족중심주의’의 미국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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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에이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17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필드에서 2024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 열리기 전 아내 다나카 마미코와 함께 레드카펫 행사를 함께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는 레드카펫 행사가 있다. 텍사스/유에스에이투데이스포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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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의 기원은 191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31살의 나이에 병으로 사망한 클리블랜드 냅스의 에디 조스 가족들을 위해 유명 선수들이 모여 자선 경기를 펼친 데서 유래한다. 당시 1만2914달러(현재 가치로 약 42만달러)의 기금이 모였고, 조스 가족에게 전달됐다. 이후 성격은 달라졌지만 지금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티켓 수익의 일부는 개최 도시의 자선 단체에 기부된다. ‘야구로 받은 사랑, 야구로 돌려준다’는 취지에 맞는 ‘별들의 축제’라고 할 수 있다.



KBO리그 올스타전을 앞두고 현장 감독들은 “올스타 휴식기가 짧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우천 연기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1주일 휴식이 합당해 보인다. 더불어 올스타 감독들도 메이저리그처럼은 아니지만 야구 스승이나 제자 등을 불러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을 것도 같다. 분명히 다른 야구를 배우고 알려줄 시간이 될 것이다. 올스타전 수익 일부를 프로야구선수협회 기금 등으로 내면 선수들의 참여 의미가 더 크지 않을까도 싶다. 1000만 관중이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서 ‘올스타전’이라는 그릇에 무엇을 담을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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