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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축구협회 "홍명보 처음부터 1순위 후보…특혜 아니다" 8200자 정면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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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을 10년 만에 재선임한 것을 두고 '특혜 시비' 및 후폭풍이 커지자 홍 감독을 뽑은 대한축구협회가 그동안 과정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특히 선임 과정 초기부터 홍 감독이 국내파 1순위 후보였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팬들은 축구협회 해명에도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어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축구협회는 22일 홈페이지 '그건 이렇습니다' 코너를 통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설명드립니다'란 제목으로 4600자에 달하는 장문의 글을 실었다. 이어 비슷한 시간 같은 코너를 통해 '대표팀 감독 선임과정 관련 Q&A'를 3600자에 이를 정도로 설명했다.

축구협회가 지난 7일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홍 감독을 전격 내정하자 감독 선임 과정에 참여했던 분데스리가 수비수 출신인 박주호 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이 폭로를 통해 선임 과정에 난맥상이 있었으며, 자신도 홍 감독 선임을 몰랐다는 내부 고발을 했다.

이어 박지성, 이영표, 이동국, 조원희, 구자철 등이 감독 선임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문제점 혹은 박주호 위원에 대한 축구협회의 법적 대응 강경 조치 천명에 강력 반발했으며, 축구협회 비판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자 여야는 물론 문화체육관광부까지 나서 축구협회 감사를 실시하는 상황을 맞았다.

사면초가에 몰린 축구협회가 지난 5개월간 감독 선임 과정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팬들은 축구협회가 홍 감독을 내정하자 외국인 감독을 상당수 포함한 100여명의 후보군을 놓고 고민하다 홍 감독을 선택한 것이 미리 짜인 각본이었다고 반발하는 중이다. 외국인 감독을 뽑을 것처럼 제스처를 취하다가 오는 9월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이 임박하면서 더 이상 감독 선임을 미룰 수 없게 되자 홍 감독을 공정한 면접 없이 그의 자택에 찾아가 부탁하는 방식으로 대표팀 감독에 선발한 것 아니냐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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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축구협회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사령탑 선임 과정을 이날 시간 순서에 따라 설명하며 사령탑 선임의 절차에 문제점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축구협회가 가장 큰 비판을 받는 내용은 홍명보 감독이 제대로 된 평가 과정 없이 '프리패스'로 사령탑에 선정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축구협회는 이에 대해 "외국인 후보들은 면담 일정이 순조롭게 잡혔고, 두 명의 외국인 후보 우선순위도 결정하고 계약 조건에 대해 조율도 했다"라며 "다만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이 이사)가 후보자들이 설명하는 게임 모델 검증이나 전술적 선택들이 대한축구협회의 기술철학과 접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다"고 했다. 이 이사가 외국인 후보들 실력을 미달 수준으로 평가했다는 뜻이다.

이어 외국인 두 후보 면접을 유럽에서 마치고 온 이 이사가 귀국하자마자 당시 울산HD를 맡고 있던 홍 감독 자택을 방문, 계약을 이끌어낸 것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많은 국민들은 이 기술총괄이사가 축구협회나 제3의 장소가 아닌 홍 감독 자택을 밤 늦게 찾아간 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축구협회는 "(이 이사가) 마지막으로 홍 감독을 만났는데, (홍 감독과)면담이 진행되지 않으면 외국인 지도자 중 우선순위 감독과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며 "이 이사는 홍 감독과 면담을 통해 대표팀 운영 방안, 한국축구 기술철학 각급 대표팀 연계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그에 대한 협력과 실행 의지 등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이 이사가 홍 감독에게 감독직을 제의했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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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는 외국인 감독은 장문의 분석 자료를 제시했으나 홍 감독은 그렇지 않아 특혜라는 세간의 주장도 반박했다. 축구협회는 "(외국인)한 감독은 22페이지의 자료와 경기 영상 16개, 다른 감독은 16페이지 자료를 제시했다. 하지만 자료의 양이 감독의 능력과 경쟁력을 결정하는 근거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축구협회는 홍 감독 등 국내파 감독의 경우, 이미 그간의 지도자 활동 및 경력 등을 통해 외국인 지도자들처럼 별도의 자료를 제출받지 않았음을 알렸다. 그러면서 홍 감독이 수 차례 대표팀 감독직 고사 발언을 했음에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는 이를 신뢰하지 않고 국내 감독 1순위로 홍 감독을 처음부터 낙점했음을 공개했다.

축구협회는 "전력강화의원회 1차 회의 때부터 위원들이 국내 감독들의 철학과 경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자료를 제출받지 않았다. 초창기부터 국내 사령탑 가운데 1순위는 홍명보 감독이었다"며 "홍 감독은 울산 HD를 4년간 맡으면서 K리그1 2연패를 하는 등의 업적이 있다. 전력강화위원들도 국내 감독을 뽑는다면 홍 감독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다만 축구협회는 "한 나라의 대표팀 이끄는 감독을 뽑으면서 모든 후보에게 일률적으로 똑같은 걸 묻고 요구하는 면담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최선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 자택에서 하룻 밤 사이에 면담을 통해 계약을 성사시킨 것 대한 비판에 대해선 납득할 만한 논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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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는 지난 4~5월 대표팀 감독직을 놓고 협상하던 제시 마치 현 캐나다 축구대표팀과의 협상이 결렬된 것에 대해선 국내 거주 문제와 세금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축구협회는 "해당 감독은 화상면담 및 대면면담 후 전술적 플랜이나 지도 스타일, 경력 등이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1순위 협상이 진행됐다. 축구협회는 해당 감독이 기술적 부분에서는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에 상당히 부합한다 생각했기 때문에 국내 거주 조건의 확인이 중요했다"며 "(마치 감독)에이전트 측이 협상 초반엔 연봉 규모나 국내 거주 요건에 대해 호의적이었으나 이후 소득세율 등 세금에 대한 다양한 질의와 협상이 수차례 진행되는 과정에서 협상이 지연된 점이 있었다. 축구협회 측 요청시한이 지나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고, 최종적으로 상대 측에서 '국내거주 문제와 세금문제로 감독직 제안을 포기한다'는 회신이 왔다"고 했다.

축구협회가 주장하는 마치 감독의 한국 대표팀 부임 포기 이유는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뒤 대표팀 감독직 협상을 하던 네덜란드 지도자 베르트 판 마르베이크 감독과 같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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