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축구협회 중간 감사 발표
문체부 설명을 종합하면, 홍 감독 선임 절차상 문제는 정해성 당시 전강위원장이 10차 전강위 회의 후 사의를 밝히고 나서 불거졌다. 정 위원장은 10차 회의 후 홍명보, 다비드 바그너, 거스 포옛 감독을 1~3순위 후보로 두고 차례대로 협상하겠다는 뜻을 정 회장에게 밝혔다. 이에 정 회장은 “(순위와 상관없이) 외국인 감독 후보자들도 다 만나보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정 위원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축구협회는 이때 정 위원장이 후보자들을 대면 협상하고 최종 감독 후보를 확정할 권한을 협회에 위임했고, 협회는 그 업무를 이임생 이사에게 맡겼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문체부는 “기술총괄이사는 전강위 구성원이 아니라서 감독 추천 권한이 없고, 이 이사가 11차 전강위 회의에서 후보자 면접 권한은 위임받았으나 최종 결정을 할 권한은 위임받지 않았다”고 했다. 축구협회는 “전강위 역할은 10차 회의로 종료됐으며, 11차 회의는 정식 회의가 아니었다”며 “이 이사가 권한을 위임받았느냐 못 받았느냐 지적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래픽=김현국 |
이번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정몽규 회장과 정해성 위원장, 이임생 이사, 홍명보 감독이 모두 고려대 출신이라 홍 감독이 ‘동문 찬스’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많았다. 문체부는 “홍 감독을 뽑기 위해서 협회가 불법을 조장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홍 감독 면접이 타 후보자보다 불투명하고 불공정하게 진행된 정황은 여럿 있었다. 외국인 후보자들은 1차 비대면 면접을 한 뒤 정 위원장이나 이 이사가 해외에서 대면 면접을 한 반면, 홍 감독은 비대면 면접은 건너뛰었고 이 이사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바로 감독 자리를 제안받았다. 대면 면접도 사실상 하지 않은 셈이다. 문체부는 “이 이사가 홍 감독을 만나기 위해 자택 근처에서 4~5시간을 기다리고, 감독직을 요청하는 등 외국인 후보자 면접 때와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공정하고 공평한 절차를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비춰 봤을 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축구협회는 “외국 후보를 만나느라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유럽으로 출장을 간 것과 비교하면 (4~5시간 기다린 건) 특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문체부는 축구협회가 홍 감독을 선임하면서 협회 최고 집행 기관인 이사회 권한을 사실상 무력화했다고도 비판했다. 축구협회 정관에는 전강위에서 추천한 감독을 이사회가 승인한 뒤 선임하도록 규정했는데, 협회에서 이미 감독을 내정·발표해 놓고 이후 이사회 서면 결의를 거쳤다. 순서가 거꾸로 된 것이다. 실제 이 과정에서 일부 이사가 문제가 있다면서 반발한 것도 확인됐다. 축구협회는 “이사회가 감독 선임안을 부결할 수도 있었다”면서 “실제 반대표도 있었으나 선임이 승인됐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홍 감독 선임을 외부에 공개한 뒤 이사회 사후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이사들이 반대하는 데 엄청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문체부는 클린스만 감독 선임 때도 전강위가 구성되기 전에 이미 후보자 명단을 작성하고 접촉했으며, 감독 후보자 최종 면접을 권한 없는 정 회장이 직접 진행한 게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에는 이사회 승인 절차를 아예 생략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체부는 홍 감독 선임 불공정 논란을 더 조사한 뒤 비리 축구인 기습 사면,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관련 보조금과 차입금 문제 등 다른 축구협회 현안 감사 결과와 종합해 이달 말 최종 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문체부 감사 중간 발표에 대해 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 이사회 승인 절차 누락 외에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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