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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광주 지역은 오후 6시를 전후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양팀 선수들의 훈련까지만 해도 지장이 있는 날씨는 아니었지만 경기 시작을 앞두고 비가 왔다. 이날 광주 지역은 밤 늦게까지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다. KBO로서는 다소 난감한 상황이었다. 강수량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에 관중들이 입장한 상황에서 경기를 취소시키기는 어려웠다는 분석이 있다.
게다가 한국시리즈 개회 선언 등 1차전을 앞두고 매번 있었던 행사까지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방수포를 덮었다가, 다시 걷어내고 행사를 준비했다가, 다시 방수포를 덮는 일이 세 차례나 반복됐다. 그 사이 그라운드는 계속 젖었다. 결국 예정된 오후 6시 30분에 경기가 시작되지 못했고, 행사까지 진행되는 와중에 경기는 당초 예정보다 66분이나 늦게 시작됐다. 경기가 시작된 건 오후 7시 36분의 일이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6회초 삼성의 공격에서 경기가 중단되고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된 뒤 불만스러운 어조를 내비쳤다. 박진만 감독은 1차전이 중단된 뒤 취재진을 만나 “경기를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이미 예보가 있었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상황이었다. 정상적인 경기력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 안 했다”고 다소 격앙된 이야기를 했다.
결과적으로 경기를 해서 더 큰 손해를 본 쪽은 삼성이었다. 에이스 원태인은 5회까지 66구만 던졌다. 최소 6이닝, 길게는 7이닝 이상도 갈 수 있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서스펜디드 처리되면서 원태인 카드를 더 쓰지 못하고 그냥 버리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 6회초 김헌곤의 홈런 이후 디아즈 강민호가 연속 볼넷을 고르며 무사 1,2루의 추가점 찬스를 맞이했기에 더 그랬다. 흐름이 끊겼고, 안도의 한숨을 쉰 것은 어쩌면 KIA였다.
삼성으로서는 계속 비 예보가 있었고, 실제 1회부터 계속 비를 맞으며 경기를 한 만큼 아예 경기를 하지 않거나, 혹은 어차피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기에 6회말 KIA 공격까지 모두 끝낸 상황에서 뭔가의 결정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불만이 있을 법했다. 6회초 삼성의 추가점 확률은 꽤 높았고, 원태인의 투구 내용을 고려하면 6회 종료 시점 삼성이 경기를 앞서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박 감독의 마음은 삼성 팬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다만 결정은 내려진 것이었고, 그렇다고 1차전 결과가 다 사라진 건 아니었다. 밤을 보낸 박진만 감독의 어투도 어느 정도는 차분해져 있었다. 당초 서스펜디드 게임 처리된 1차전의 남은 경기는 22일 오후 4시부터 진행되고, 원래 22일 예정된 2차전은 이 경기에 이어 진행될 예정이었다. 다만 광주 지역에 21일 밤부터 22일 오전까지 비가 많이 내렸고, 그라운드 정비까지 3시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판단 속에 경기는 순연돼 23일로 밀렸다. 어차피 서스펜디드 결정을 돌이킬 수 없다면, 삼성에는 나쁘지 않은 비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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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다만 앞으로의 경기는 조금 더 정상적인 기후 속에서 진행되길 바랐다. 꼭 삼성뿐만 아니라 양팀 선수들 모두 부상 없이 100% 경기력으로 한국시리즈에 걸맞은 승부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박 감독은 22일 일정 순연에 대해 “유불리를 떠나서 정상적인 그라운드 상태에서 선수들이 경기력이 나올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컨디션이 우리뿐만 아니라 상대 팀도 마찬가지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차분하게 다음을 내다봤다.
이제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23일 오후 4시부터는 21일 끝내지 못한 1차전이 이어 열린다. 삼성은 1-0으로 앞선 6회 무사 1,2루, 김영웅 타석의 1B 상황에서 경기를 다시 시작한다. KIA도 그렇고, 삼성도 그렇고 이 지점이 가장 중요하다. 삼성은 무조건 추가점을 내고 경기의 흐름을 이어 가야 한다. 그렇다면 억울한 감정이 조금은 누그러들고 자신들의 페이스대로 경기를 진행할 수 있다. 반대로 만약 여기서 추가점이 없다면 말 그대로 비가 흐름을 끊은 셈이 된다. 21일 결정이 자꾸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박진만 감독은 21일 경기 당시 김영웅에게 번트 사인을 내지는 않았다. 그리고 김영웅이 초구 볼을 고른 뒤 경기가 중단됐다. 박 감독은 당시는 번트를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흐름상 상대를 밀어붙이는 추세라 번트보다는 강공으로 확실하게 도망가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비로 하루도 모자라 이틀의 공백이 생겼고, 사실 21일 경기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됐다. KIA도 투수를 좌완으로 낼 가능성이 있다. 박 감독은 이런 것들을 모두 고려해 전력을 짜겠다고 밝혔다.
22일 6회말 수비부터는 좌완 이승현을 낼 생각이었다. 이승현이 1~2이닝을 잘 막아주면 뒤에는 필승조가 있기 때문에 굳히기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23일에도 결국은 이승현이 6회 임무를 부여받을 가능성이 있다. 일단 삼성은 1차전만 이기면 한숨을 돌린 채 2차전에 들어갈 수 있다. 2승을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원정에서 1승1패도 사실 그렇게 나쁜 결과가 아니다. 삼성이 억울한 심정을 지워내고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음은 22일 일정 순연 뒤 가진 박진만 감독과 일문일답.
- (순연) 결정이 일찍 내려졌는데?
박진만 감독 : 내 소신 이야기는 어제로 다 끝났다. 우리 팀이 부상 선수들이 있다 보니 그런 면에서 민감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어제 비로 인해 양팀 선수들이 부상 없이 지나간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내일 경기 원태인 이어서 올라올 투수에 변화가 있나
박진만 감독 : 오늘 만약에 서스펜디드 경기에 들어갔다면 6회말에 (좌완) 이승현을 준비하고 있었다. 1차전 리드를 하고 있고, 이겨야 하는 게임이라고 판단이 됐다. 불펜 쪽에 우리 필승조를 다 투입하려고 준비는 하고 있었다.
- LG전부터 퐁당퐁당 경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박진만 감독 : 유불리를 떠나서 정상적인 그라운드 상태에서 선수들이 경기력이 나올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컨디션이 우리뿐만 아니라 상대 팀도 마찬가지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 어제 김영웅 선수 마지막 타석에서는 다른 작전 계획 있었나?
박진만 감독 : 그때 당시에는 작전 없이 김영웅에게 맡긴 상태였다. 상대 투수가 누구냐에 따라 변동이 있을 것 같다. 내일 서스펜디드 게임 시작할 때 상대 투수에 따라 조금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레예스 2차전 등판 가능성이 있나?
박진만 감독 : 레예스는 내일 세모(미출전선수)다.
- 비로 변수를 맞이하게 됐는데 선수단 결집에 효과 있나
박진만 감독 : 포스트시즌은 한 경기, 한 경기 결집이 된다고 생각한다. 항상 말씀드렸듯이 정상적인 그라운드 상태에서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유불리를 떠나 그런 선수들이 활기차게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
- 원태인 투구 수가 적었는데?
박진만 감독 : 원태인은 어제 투구 수가 70개가 안 됐기 때문에 5일째 들어가는 날에 충분히 들어간다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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